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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병원간 첨단의료장비 도입 '과열'

by 노안부장 posted Oct 22, 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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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병원간 첨단의료장비 도입 '과열'
불필요한 검사 유도 의혹도…다빈치·사이버나이프 도입도 증가
 

최근 의료기관이 대형화되면서 특수의료장비인 컴퓨터단층촬영장치(CT)뿐만 아니라 자기공명장치(MRI), 유방촬영장치(Mommo) 등의 증가세가 두드러지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이들 특수의료장비뿐만 아니라 로봇수술기 다빈치, 첨단 암치료기인 사이버나이프 등 첨단장비 도입으로 이어지고 있다. 이 같은 특수의료장비와 첨단의료장비의 증가는 대형의료기관간 과당 경쟁에서 비롯된 것으로 분석된다.

특수의료장비 보유 OECD 수준 넘어
국내 의료기관의 CT·MRI·Mommo 등 특수의료장비 보유는 OECD 평균을 훌쩍 뛰어넘었다. CT는 141%, MRI는 105.6%였고, Mommo는 374.9%에 이른다.

OECD 평균과 비교하면 CT는 국민 100만명당 33.7대로 OECD 평균 21.5대보다 훨씬 높다. MRI도 13.6대로 OECD 평균 10.08을 뛰어넘었고, Mommo도 34.1대로 19.37의 1.8배에 이르고 있다.

이 같은 특수의료장비의 증가는 국내 암환자가 최근 크게 늘어난 것과 무관하지 않다.

한국암중앙암등록본부에 따르면 매년 11만명 이상의 신규 암환자가 발생하고 있다. 2000년에 10만1,385명이던 암 환자가 2002년에는 11만6,034명까지 늘었다.

암 발생 종류도 위암과 폐암, 간암, 대장암이 크게 증가했고, 여성의 유방암, 자궁경부암 증가도 눈에 띤다.

이처럼 암 환자가 증가하면서 의료기관들의 특수의료장비보유도 크게 늘어난 것.

다빈치·사이버나이프 등 첨단장비로
최근 대형병원을 중심으로 특수의료장비뿐만 아니라 로봇수술기 '다빈치'와 첨단 암치료기인 '사이버나이프'의 도입이 증가하고 있다.

연대세브란스병원을 시작으로 국내에 도입되기 시작한 다빈치는 최근 한양대병원과 보라매병원, 아주대병원 등이 보유하면서 이제 어지간한 대학병원에서 대부분 갖추고 있다. 다빈치는 전립선암과 유방암 등의 치료에 주로 사용된다.

또 최근에는 약 50억원에 이를 정도로 고가인 '사이버나이프' 첨단암치료기 도입도 증가하고 있다.

강남성모병원이 사이버나이프를 도입한 뒤 건양대병원, 인하대병원, 순천향대병원 등이 도입했고, 연대세브란스병원도 도입을 위한 공사가 진행 중이다.

국내 암 치료기 중 500억원에 이르는 가장 고가인 양성자 치료기는 국립암센터에 유일하게 갖췄다.

삼성서울병원은 암센터를 건립하면서 양성자 치료기를 들여오려고 했지만 500억원에 이르는 가격뿐만 아니라 건물을 새로 지어야 하는 이중부담 때문에 사실상 포기한 상태다.

암센터 대형화만이 살길
대학병원 암센터의 고가장비 보유는 최근 대형병원들의 대대적인 병상확충과 무관하지 않다.

국내 서울아산병원·삼성서울병원·연대세브란스 등 빅5 종합전문병원들은 "대형화만이 살길"이라는 생각에 2,000병상 이상 대형화를 이뤘고, 경희대병원·고대안암병원 등 후속 종합전문병원들도 1,000병상을 넘기고 있다.

암센터도 삼성서울병원이 700병상 규모로 건립되면서 연대세브란스병원이 600병상 규모의 암센터를 건립할 예정이다. 그 외 고대안암병원·한양대병원 등도 규모는 작지만 암센터 건립을 추진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CT·MRI·Mommo·PET 등 특수의료장비를 대폭 늘리고, 첨단 의료장비 도입까지 서두르고 있는 실정이다.

특히 이 같은 현상은 지방병원에서도 일어나고 있다. 경북대병원, 전남대병원, 부산대병원, 고신대병원 등 지방병원들은 환자를 뺏기지 않기 위해 특수의료장비를 추가로 구입하고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지난 6월 CT 청구건수는 전북대병원이 6위로 2만3,000건을 넘어섰고, 경북대병원도 2만1,000건, 전남대병원도 1만9,000건을 넘겼다.

또 경북대·전남대·충남대·영남대병원 등의 MRI 청구건수도 5,000건에 이르며 6~9위를 차지했다. PET 청구도 고신대복음병원이 3,808건으로 4위, 경북대병원 3,372건으로 6위, 전북대병원 2,924건으로 7위를 차지했다.

한 대학병원 암센터장은 "첨단 장비를 보유한 병원의 암센터에는 환자들이 몰릴 수밖에 없다"며 "과거에는 명의가 있는 병원으로 환자들이 몰렸다면 이제는 상황이 바뀌고 있다"고 말했다.

불필요한 검사 유도 의혹도
이처럼 대학병원들의 특수의료장비와 첨단의료장비 보유 확대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고가의 의료장비를 도입했기 때문에 불필요한 환자에게까지 특수의료장비의 이용을 강요하고 있다는 것.

2005년 26만3,000건이던 MRI의 청구건수는 2006년 52만9,000건으로 크게 늘었고, 지난해에는 65만4,000건까지 증가했다.

올해도 상반기까지 33만8,000건으로 지난해를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Mammo도 2005년 44만4,000건에서 지난해 51만6,000건까지 증가했다.

대학병원별 MRI 청구금액도 서울대병원·삼성서울병원·연대세브란스병원이 모두 40억원을 넘기고 있다. 

다빈치 수술도 1회에 100만원에서 500만원에 이르지만 1년새 병원별로 100여건을 넘기고 있다.

심평원에 따르면 지난해 의료기관들의 과잉진료금액은 9,677억원에 이르며, 이중 종합전문병원은 180억원 규모다.

한 대학병원 암 전문의는 "실제 첨단장비가 도입되면서 암 진단과 치료 수준이 크게 향상됐다"며 "첨단장비의 도입은 환자 생명의 연장을 가능하게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환자의 상태를 정확하게 판단해야 한다는 이유로 MRI 촬영을 유도하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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