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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ief 앞둔 외과 3년차 전공의 J씨 고민

by 노안부장 posted Nov 13, 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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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ief 앞둔 외과 3년차 전공의 J씨 고민
"중도 포기는 늘고 지원자는 줄어-사명감만 앞세우기에는 현실이…"
"올해도 1년차 외과 후배를 구하기가 너무 힘들 것 같아요."

고대의대 외과학교실 전공의 3년차 J씨. 표정이 썩 밝지 않다. 그는 12일 막을 올린 제60차 대한외과학회 추계학술대회 심포지엄에서 그간의 고충을, 그리고 앞날의 고민을 가감없이 털어놓았다.

J씨는 3년 전 이 무렵을 회상했다. "비록 힘들었던 인턴 시절이었지만 전공을 선택함에 있어 '힘들다'는 것은 문제가 되지 않았다"는 것. 바이탈을 다루고 싶었고 수술을 하고 싶은 생각이 많았기 때문이다.


학생 시절 수술대 위에서의 경험은 충분히 매력 있었고, 선택과 결정을 내리는 데 있어서도 망설임이 없었다. 물론, J씨에게만 해당되는 얘기도 아니었다. 그러나 3년이 지난 지금, 사명감만을 앞세우기에는 너무 먼 얘기가 돼 버렸다.

J씨는 "chief 레지던트가 코 앞인 시점에서 되돌아보니 외과를 지원하는 후배들은 거의 찾아볼 수 없을 지경이고 외과의사에 대한 순수한 꿈을 갖고 도전하는 사람들 역시 점점 더 줄고 있다"며 안타까움을 호소했다.

실제 올해 고대구로병원 1년차로 지원한 레지던트도 10명 중 7명에 그쳐 정원을 채우지 못한 상태인데 그 중 3명은 '중도하차'했다.

J씨는 "현재 외과 전공의 지원자는 전국 정원의 약 70~80% 밖에 안된다며 지원자 중 소신 지원자가 아니었던 20~30%는 아쉽게도 힘든 1년차 기간 중 대부분 포기하고 만다"고 말했다.

최근 고대구로병원이 인턴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전공의 지원 설문 조사 결과는 이 같은 현실을 반증한다. J씨는 "재활의학과, 정신과, 진단의학과에 지원자가 넘쳐나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한 반면, 흉부외과, 산부인과, 응급의학과는 여전히 지원자가 부족하다"고 말했다.

때문에 다가올 2009년 역시 1년차 외과 전공의를 구하기가 힘들 것 같다고 토로한다.

그는 "수련 과정이 힘든 까닭도 있지만 전문의 취득 후 개업이 어렵고 전임의 과정을 거치지 않은 전문의 자격 취득자는 사실 취직이 어렵다는 것을 알고 있다"며 "개업을 하더라도 돈을 버는 외과 의사는 극히 일부인 까닭에 지원자는 더욱 줄고 있는 듯 하다"고 말했다.

아이러니하게도 일부 다른 외과계 타과는 외과 만큼 힘든 과정이지만 지원자는 넘쳐나고 있다.

J씨는 "하얗게 밤을 지새우며 응급 환자를 진료하고 수술을 해도 금니 하나 씌우는 것보다 적은 이득을 남길 수밖에 없는 현실이 외과를 선택하는데 어려움으로 남겨지고, 외과를 선택한 나에게도 고충으로 남겨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다행인 것은 의국 내에서 조금씩 변화의 조짐이 일기 시작했다는 대목이다.

J씨는 "전공의들의 해외 학회를 포함한 적극적인 학회 활동을 지원하고 외국 병원으로의 파견을 실시하고 있다"면서 "특히 전공의의 일에 대한 부담을 줄이기 위해 당직 및 팀 체계에서 변화의 모습들이 감지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그는 "의국의 변화 뿐만 아니라 전문의가 되고 난 후 현실의 문제, 즉 수가나 개원 등의 문제가 개선돼야 전공의 수급 문제가 해결될 것"이라면서 "전공의들의 순수한 열정이 현실의 벽에 부딪혀 꽃을 피워보지도 못하는 일이 없었으면 한다"고 호소했다.
정숙경기자 (jsk6931@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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