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보다생명

야간집회 금지, '집회의 자유' 공허하게 만들어"

by 노안부장 posted Jan 19, 2009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ESC닫기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야간집회 금지, '집회의 자유' 공허하게 만들어"

[토론회]"어느 나라에도 없는 조항…위헌 결정 내려야"

기사입력 2009-01-18 오후 3:03:21



지난해 촛불집회는 미국산 쇠고기뿐만 아니라 한국 사회 내 수많은 문제점을 드러냈다. 그중 하나가 야간 집회 금지 규정이다. 경찰은 이 규정을 근거로 촛불 집회를 불법이라고 규정했으며, 광우병 국민대책회의 관계자를 비롯해 1000여 명의 시민이 기소됐다.

이에 대해 지난해 10월 서울중앙지법 박재영 판사는 야간 집회 금지 조항의 위헌 여부 심판을 제청했다. 법학자들도 야간 집회 금지 규정이 위헌이라는 주장을 전면적으로 제기했다. 지난 16일 서울 마포 서강대에서 서강대학교 법학연구소·민주주의 법학연구회·법과사회이론학회 주최로 '야간집회 금지의 위헌성' 토론회가 열렸다.

"야간 집회 금지, 집회의 자유를 공허하게 만들어"

현재 헌법 제21조는 "모든 국민은 언론·출판의 자유와 집회·결사의 자유를 가진다", "언론·출판에 대한 허가나 검열과 집회·결사에 대한 허가는 인정되지 아니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즉 집회의 자유를 보장하면서 이를 허가할 수 있는 자유가 아니라고 명시한 것.

그러나 앞서 1962년 헌법에는 "옥외집회에 대하여는 그 시간과 장소에 관한 규제를 법률로 정할 수 있다"고 명시돼 있었다. 1972년 7차 개정 이후 이런 조항은 빠졌다. 이런 상황에서도 헌법재판소는 1994년 집시법에서 규정하고 있는 '야간 집회 금지'에 합헌 결정을 내렸다.

이에 대해 김종철 연세대 법대 교수는 "현행 헌법은 제정과정에서 과거 옥외집회를 구별해 규제의 여지를 남겨둔 헌법례를 채택하지 않았다"며 "헌법적 차원에서 사전제한적 허가제도를 어떠한 경우에도 허용하지 않겠다는 강한 의지를 명문으로 피력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런 해석은 무엇보다도 현행 헌법이 헌법제정권자인 국민들의 집회의 자유가 성취해낸 1987년 6월 항쟁이라는 역사적 계기에 의해 성취된 것이라는 점에서 역사적으로 확인될 수 있다"고 밝혔다.

김종철 교수는 "집시법 제10조의 야간집회금지조항은 특수한 사정의 여부를 배제하고 원칙적으로 일년 열두달 모든 날에 사회생활의 일반적인 상황을 전혀 고려하지 않았다"며 "일몰 후부터 일출 전까지의 매우 오랜 시간을 일반적으로 집회금지시간으로 설정하고 예외적으로 엄격한 판단요건 없이 경찰관서장의 일반적인 재량에 따라 집회를 허용한 것은 단순한 제한의 성격을 벗어난 허가제의 일종으로 보아야 한다"고 밝혔다.

김 교수는 "설령 야간 집회 금지가 집회의 시간 및 장소에 대한 특별한 제한이어서 집회여부에 대한 허가제로 볼 수 없다는 일부의 주장을 받아들인다고 하더라도 헌법 제37조 제2항이 정하는 기본권 제한의 한계원칙인 과잉금지원칙을 위반해 역시 위헌"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또 "사전신고제, 광범위한 집회 금지 및 제한 장소제도, 확성기를 포함한 광범위한 집회수단의 규제를 통해 집회의 자유를 적절히 규제할 수 있음에도 일률적인 시간기준을 들어 집회를 원칙적으로 금지한 것은 집회규제의 방법상 한계를 벗어나고 역시 최소침해의 원칙에 반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야간 집회 금지 규정은 상당수의 집회를 원천적으로 불법집회로 낙인찍음으로써 사실상 집회의 자유를 공허한 자유로 만들고 경찰권과 집회자의 불필요한 마찰을 촉진하여 사회의 불안정을 심화시키는 악법"이라며 "하루 빨리 위헌결정에 의해 폐지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독일, 프랑스, 영국, 일본…어디에도 이런 규정은 없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집회 및 야간 집회 금지에 대한 외국의 법례도 참고 사례로 제시됐다.

독일 쾰른대 '국가철학 및 법정책 연구소'의 남경국 객원 연구원은 "독일 집회법에는 우리 현행 집시법 제10조와 같은 야간옥외집회금지 조항은 없다"며 "우리 집시법과 달리 집회 목적에 따라 예외를 인정하는 목적 규정이 없다"고 지적했다. 남 연구원은 "프랑스의 경우에도 야간집회를 원칙적으로 금지하는 규정은 없다"며 "프랑스 집회법 제6조는 단지 23시 이후의 심야집회를 금지하고 있지만 야간집회를 원칙적으로 보장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종철 교수는 영국 역시 야간 집회를 금지하는 법이 없다는 점을 두고 "영국의 집시규제법제의 특성은 사회적 해악의 위험성의 정도에 따라 규제정도를 달리하는 융통성있는 접근법을 취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 교수는 "영국은 집시 규제의 범위와 방법에서 광범위한 재량이 인정되지만 집시의 본질적 내용을 침해할 수도 있는 일률적이고 획일적인 입법적 제한은 자제함으로써 입헌민주국가의 선도국으로서의 위상에 걸맞는 집시문화를 구축해 오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이런 법문화와 법제 속에서 야간의 집회를 원칙적으로 금지하는 입법은 쉽게 상상상하기 힘든 법적 규제"라고 할 수 있다.

오동석 아주대 법대 교수는 "야간 집회와 관련해 일본에서 직접적으로 그 위헌성이 논의된 바는 없다"며 "다만 동경도공안조례의 경우 '야간의 평온 유지에 관한 사항'이 있지만 허가를 전제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오동석 교수는 "이는 야간의 집회와 시위가 허용되되, 그 평온을 유지하기 위한 조치를 조건으로 부가하는 것"이라며 "따라서 일본에서는 야간이라는 이유로는 집회와 시위를 전혀 금지하고 있지 않음을 알 수 있다"고 밝혔다.

한편, 헌법재판소는 오는 3월 12일 집시법 내 야간옥외집회 금지 조항의 위헌 여부를 두고 공개변론을 열기로 결정했다.

/강이현 기자 메일보내기 필자의 다른 기사


Articl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