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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일-이명박의 '악의적 의도'를 경계한다

by 관리자 posted Jan 30, 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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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일-이명박의 '악의적 의도'를 경계한다
[분석과 제언] 北 "NLL 조항 파기'와 南 "단호한 대응"이 위험한 이유
정욱식 (cnpk)

작년 1년간 지속적으로 악화되어온 남북관계가 결국 파국의 문을 두드리기 시작했다. 북한의 대남정책 총괄기구인 조국평화통일위원회(조평통)는 30일 "남북한 사이의 정치군사적 대결 상태 해소와 관련된 모든 합의사항들에 대해 무효화를 선언하고, 남북기본합의서와 부속합의서의 서해 해상군사분계선에 관한 조항들을 폐기한다"고 발표했다.

 

이에 남한의 통일부는 북한의 발표에 대해 "깊은 유감을 표명한다"고 밝혔고, 국방부는 "북방한계선(NLL)은 50여년간 지켜져 온 실질적인 해상경계선으로 북한의 침범시 단호히 대응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처럼 남북 양측이 NLL를 중심으로 정면 대결 양상을 보이면서 남북관계가 초유의 불확실성에 휩싸이고 있다. 자칫 서해상에서 무력충돌뿐만 아니라 상황에 따라서는 '확전'까지 우려되는 상황이다. 위기의 시점은 현인택 통일부 장관 지명자의 인사 청문회가 열릴 2월부터 한미합동군사훈련이 예정된 3월이 1차적인 고비가 될 전망이다. 또한 국회의원 재보궐 선거가 예정되어 있고 꽃게잡이철이 본격화되는 4월부터 6월까지도 큰 고비가 될 것이다.

 

북한은 물론이고 남한 역시 극심한 경제난과 정치사회적 혼란에 더해 '안보 위기'까지 걱정해야 할 처지에 몰리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남북한 당국의 무책임한 '치킨 게임'의 최대 피해자는 결국 군인과 서민이 될 수밖에 없다. 남북 양측이 하루빨리 자동차 시동을 끄고 자숙해야할 이유다.

 

북한 "더 이상 기대할 것이 없다"

 

  
연평도 서쪽 해상에 배치된 해군 2함대 23전대 237편대 소속 고속정에서 장병들이 초계임무를 수행하고 있다. 연평도 인근 해상은 1999년 제1연평해전에 이어 2002년 제2연평해전이 벌어진 해역으로 2004년 남북 함정 간 무선통신 등 서해상 우발적 충돌방지를 위한 합의에도 불구하고 북측 경비정의 잇따른 NLL 침범으로 긴장이 계속되는 곳이다.
ⓒ 연합뉴스 서명곤
NLL

북한의 이번 발표는 일견 예상된 것이었다. 북한은 지난 17일 북한 인민군 총참모부 대변인을 통해 "전면적 대결태세 진입"을 경고하고, 이틀후 노동신문에서 "우리는 빈말을 모른다"며 행동으로 옮길 수 있다는 것을 경고했었다.

 

그런데 이명박 정부는 북한이 이미 거부 의사를 밝힌 '비핵개방 3000'의 핵심 입안자인 현인택 고려대 교수를 통일부 장관으로 내정했다. 6.15와 10.4 선언의 전면적 이행 선언을 요구해온 북한에게 기존의 입장을 고수하겠다는 메시지를 전달한 것이나 다름없는 인사였다.

 

이에 북한은 남한의 통일부 장관 지명을 "우리와 끝까지 엇서나가겠다는 것을 세계면전에 선언한 것"이라고 비난하면서 "이제 북남관계는 더 이상 수습할 방법도, 바로잡을 희망도 없게 되었다"고 주장했다. 이명박 정부에게 더 이상 기대할 것이 없다는 의미이다.

 

실제로 북한은 이전에 이명박 정부를 비난하고 위협성 입장을 발표하면서도, 남한이 6.15와 10.4 선언의 전면적 이행 의지를 밝히면 남북관계가 정상화될 수 있다는 메시지를 '복선'으로 깔았다. 그러나 이번 성명에서는 이와 같은 내용을 찾아보기 힘들다. 북한이 이명박 정부에 대한 1년간의 탐색기를 끝내고 전면 대결을 선택한 것이 아니냐는 우려를 갖게 하는 대목이다.

 

주목 되는 현인택 인사청문회

 

그러나 한 가지 주목할 부분이 있다. 북한이 "북남사이의 정치군사적 대결상태 해소와 관련한 모든 합의사항들을 무효화한다"고 발표하면서, 남북기본합의서와 부속합의서를 그 대상으로 언급했고, 6.15와 10.4는 무효화 대상으로 거론하지 않았다는 점이 바로 그것이다. 이는 이명박 정부가 두 선언의 이행 의사를 천명하는 등 대북정책 전환 의지를 보여주면 상황은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통일부 장관으로 내정된 현인택 고려대 교수.
ⓒ 연합뉴스
인수위원회

이에 따라 현인택 장관 내정자의 인사청문회는 충돌과 반전(反轉)의 갈림길이 될 전망이다. 현 내정자가 '비핵개방 3000' 수정 의사를 내비치면서 6.15와 10.4 선언의 이행 의지를 밝히고, 이명박 대통령이 이를 거듭 확인한다면 전화위복의 계기가 될 수 있다. 이명박 정부로서는 '예방외교'에 나설 시간과 기회가 아직 있다는 것이다.

 

현 내정자는 청와대 눈치보기에 급급했던 김하중 장관과는 위상이 다르다. 대선 캠프 외교안보통일팀의 좌장 역할을 했을 뿐만 아니라, 이 대통령과의 직접적인 소통 및 청와대 실세인 김태효 대외전략비서관과 긴밀한 정책 협의가 가능하다.

 

바로 여기에 기대와 우려가 교차하는 이유가 있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이명박 정부가 현인택 내정자의 인사청문회를 '조용하지만 실질적인 반전'의 계기로 삼는다면, 남북관계의 상황은 달라질 수 있다.

 

반면 이명박 정부가 기존의 입장을 고수·강화하는데 몰두한다면, 남북관계의 파국은 피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특히 통일부 장관 교체의 핵심적인 배경을 보면 이러한 우려를 강하게 갖지 않을 수 없다. 김하중 장관으로는 이 대통령의 국정철학과 남북관계관을 수행하는데 한계가 있다고 보고, 현인택 내정자를 통해 이 대통령이 12월 31일 통일부 업무보고에서 강조한 '근본적인 전략'을 세우는 역할을 맡기고자 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여기서 근본 전략이 김정일 위원장의 건강이상설로 불거진 급변사태 발생에 대한 대비책과 장기적으로는 이 대통령이 말한 "자유민주주의 체제로의" 흡수통일 정책을 의미한다면, 그 심각성은 더욱 커지게 될 것이다.

 

김정일-이명박의 악의적 충돌?

 

더욱 우려되는 것은 남북 양측 지도자의 '악의적 충돌' 조짐이다. 이명박 정부에 대해 더 이상 기대할 것이 없다고 판단한 북한은 남북한의 대결 조성을 통해 그 책임을 남한에게 떠넘기면서 이명박 정부 흔들기에 나서려고 할 가능성이 있다.

 

반면 '남북관계 바닥론'도 불사한다는 자세를 보여온 이명박 정부는 북한이 북방한계선을 월선해 도발해오면, 이를 강력히 응징함으로써 국내 정치의 반전을 모색할 가능성도 점쳐진다. 남북관계 파탄의 책임을 북한에게 돌리면서 극심한 경제난, 'MB 입법', 제2롯데 월드 논란과 용산 철거민 참사 등으로 궁지에 몰린 상황을 공안정국 조성을 통해 돌파할 수 있다는 계산을 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남북 양측 모두 전면 대결을 통한 '악의적인 목적' 충족은 불가능하다. 북한이 위협적인 언행을 통해 MB 정부에게 타격을 가하려고 하면 할수록 이명박 정부는 '버릇을 고쳐야 한다', '본떼를 보여줘야 한다'는 생각을 더욱 강하게 갖게 될 것이고, 남측 여론 역시 북한에 부정적으로 흐를 가능성이 상당히 높다.

 

이는 이명박 정부 역시 마찬가지이다. 극심한 경제난과 정치사회적 혼란에 더해 안보위기까지 커지면 경제난과 남남갈등을 비롯한 사회적 갈등과 혼란은 더욱 커지게 된다. 이를 공안정국 조성을 통한 국정 장악력 강화의 계기로 삼는다면, 악순환의 골은 더욱 깊어질 수밖에 없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일단 무력충돌이 발생하면 '계산된 국지전'으로 끝나지 않게 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바로 확전의 우려이다. 정치적 목적에 따라 굴린 공이 눈덩이처럼 커지면서 걷잡을 수 없을 만큼 커질 수 있다는 것이다. 더구나 2차 서해교전 때와는 달리 남북한 사이의 대화 채널도 막혀 있다.

 

이러한 불행한 사태를 막으려면 이명박 대통령과 김정일 위원장은 서로 삿대질하는 것을 멈춰야 한다. 지금까지는 손가락으로 삿대질하는 수준이었지만, 앞으로는 총알과 미사일이 왔다갔다 하는 상황이 올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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