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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정부 1년, 평가와 전망]<1> '새로운 저항'의 성공을 위하여

by 노안부장 posted Feb 02, 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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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대와 환멸의 이명박 정부 1년

[MB정부 1년, 평가와 전망]<1> '새로운 저항'의 성공을 위하여

기사입력 2009-02-02 오전 8:01:25



<프레시안>과 <진보와개혁을위한의제27>('의제27', 공동대표: 정해구, 홍종학, 김호기)은 오는 이명박 정부의 집권 1년(2월25일)에 즈음하여 연속기획 '이명박 정부의 1년 평가와 2년 전망'을 마련했습니다. 12회에 걸쳐 이명박 정부의 국정을 다각도로 평가하고 전망하려는 이 기획의 첫 글로 정해구 성공회대 교수의 총론을 싣습니다. <편집자>

2007년 12월에 치러졌던 제17대 대통령선거에서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는 48.67%의 득표율로 당선되었다. 이에 비해 과거 집권 여당이었던 대통합민주신당의 정동영 후보는 26.14%의 득표율을 올렸을 뿐이다. 그 격차는 무려 22%에 달하는 것으로서, 이명박 후보의 승리는 그야말로 압승이라 할 수 있었다. 뿐만 아니라 그 압승의 여세는 한나라당이 153석을 얻어 국회 과반을 넘는 의석을 점하게 되었던 4월 총선에까지 이어졌다.

집권 1년차의 초라한 성적

그러나 취임 이후 이명박 대통령의 국정운영에 대한 여론조사 결과는 집권 1년 동안 그 지지도가 급속히 추락했음을 보여주고 있다. 한 여론조사기관의 조사에 의하면 당선 직후 70-80%에 달했던 그 지지도는 취임 직후인 3-4월에 이미 40%대로 급락했다. 뒤이어 미국산 쇠고기 수입문제로 촛불시위가 전개되었던 5-7월 기간 동안 이 지지도는 10-20%대로 더욱 떨어졌다. 이후 이명박 대통령의 국정운영 지지도는 20%대에서 30%대 초반 사이에 고착된 채 다시금 상승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1년 전 대선에서 압승을 거두었다는 점, 대통령에 대한 국민의 기대가 가장 크게 남아있을 집권 1년차라는 점을 감안했을 때, 이명박 대통령의 국정운영 지지도가 이처럼 추락했다는 사실은 사실 예상치 못한 결과였다. 그런 만큼 그 지지도 추락의 정도는 매우 충격적이었다. 그렇다면 초라하기 짝이 없는 이명박 정부 집권 1년차의 이 같은 성적은 무엇 때문인가? 왜 이 같은 사태가 야기된 것인가?
▲ SBS 생방송 '대통령과의 원탁대화'에 출연한 이명박 대통령.이 패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그것은 다음과 같은 이유 때문이었다. 대통령 취임 직후의 첫 지지도 하락은 이경숙 인수위 위원장의 '영어 몰입교육 파동' 그리고 '강부자', '고소영' 내각 구성에 대한 국민들의 실망 때문이었다. 즉 특정 인맥 중심의 내각 구성을 보면서 국민들은 이명박 정부가 노골적인 기득권층 및 특권층 편향의 정부라는 점을 확인했고, 이를 계기로 이명박 정부에 대한 기대를 상당 정도 버렸던 것이다.

그러나 이명박 정부에 대한 지지도가 다시 한 번 10-20%대로 추락한 것은 우리가 익히 알고 있듯 5월 초부터 근 100일에 걸쳐 전개되었던 촛불시위 때문이었다. 국민의 안전과 생명을 무시한 채 광우병 우려의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성급하게 결정했던 이명박 정부의 무책임한 행동을 보면서 국민들은 대대적으로 항의의 촛불을 들지 않을 수 없었던 것이다. 그 과정에서 드러났던 이명박 대통령의 이중적인 태도, 즉 앞에서의 사과와 뒤에서의 탄압은 정부의 신뢰도를 더욱 떨어뜨렸다.

이명박 정부 집권 1년차 국정운영과 정책 추진의 이상과 같은 과정을 살펴보았을 때, 그것은 다음과 같은 특징을 가진 것으로 보인다. 첫째는 특권층과 기득권층 편향의 국정운영을 통해 국민 통합을 해치고 그 분열을 격화시켰다는 점이다. 둘째는 무책임하고 졸속적인 정책을 무리하게 밀어붙임으로써, 그리고 그 비판에 대해 억압하고자 했다는 점에서 정부 정책에 대한 국민들의 신뢰를 떨어뜨렸다는 점이다.

2009년의 국정운영, 밀어붙이기

그런 점에서 이명박 정부 국정운영의 특징은 특권층 편향의 사회분열과 무책임한 밀어붙이기가 그 특징이라 할 수 있다. 이명박 정부의 이 같은 국정운영과 정책 추진은 집권 2년차인 2009년 올해에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아니 그것은 오히려 더욱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이미 지난 연말·연초에 'MB악법'을 포함한 80여개 법안의 무더기 상정 과정에서 빚어졌던 국회에서의 '입법 전쟁', 그리고 올해 초의 개각을 통한 대통령 친정체제의 구축 등은 이명박 정부의 그러한 의도를 드러내보였다. 특히 세계적인 금융위기의 여파 속에서 심각한 경제위기의 상황에 처한 우리의 현실에서 '경제 살리기'를 앞세운 이명박 정부의 밀어붙이기식 국정운영은 더욱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명박 정부의 이 같은 국정운영 추진의 성공 가능성은 그리 커 보이지 않는다. 첫째는 점차 권위주의적인 모습을 띠어가는 이명박 정부의 국정운영 방식에 대한 정치권 자체의 반발이 점차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미 민주당과 민주노동당과 진보신당 그리고 창조한국당의 개혁·진보적 정당들은 이에 적극 반대하고 나섰고, 선진자유당과 친박연대의 보수정당들조차 이에 대한 비판을 제기하고 있으며, 한나라당 내부에서조차 그 불만이 점차 증대하고 있다.

그러나 이명박 정부의 밀어붙이기식 국정운영에 대한 결정적인 반대는 시민사회에서 사회운동 또는 운동정치의 방식으로 등장할 가능성이 크다. 이미 작년 촛불시위를 통해 수많은 시민들이 새로운 방식의 저항 경험을 공유한 바 있으며, 그것은 그 계기가 주어질 경우 언제든지 재발할 가능성을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하여 최근 발생한 용산 재개발 철거민 참사사건은 정부의 밀어붙이기식 정책 추진이 어떤 결과를 야기시키는지, 그리고 그로 인한 시민 저항이 어떻게 등장할 수 있는지를 잘 보여주고 있다.

설사 '경제 살리기'를 앞세운 이명박 정부의 정책 추진이, 이를테면 한반도 대운하로 이어질지도 모른 4대강 정비사업, 한미 FTA 비준, 재벌 및 대기업에 대한 각종 규제 완화와 특혜, 공기업 민영화, 교육 시장화, 미디어 관련법 개정 및 방송장악 시도 등등의 정책이 성공적으로 추진된다 할지라도 그것이 과연 우리 경제의 회복과 사회의 발전에 큰 도움이 될지는 의문이다. 오히려 그 결과는 그 반대일 가능성이 크다. 그런 방식의 정책 추진은 사회적 양극화를 더욱 심화시키고 사회 공공성을 더욱 악화시킬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또한 그런 방식의 정책 추진은 민주주의의 후퇴로도 이어질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또 하나의 선택?

경제위기의 시대에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정부의 국정운영에 대한 국민의 신뢰이다. 10년 전 IMF위기 당시 국민들에 의한 '금모으기 운동'은, 비록 그것이 어떻게 평가되든, 경제 회복에 대한 국민들의 열망과 정부 정책에 대한 국민들의 기대를 반영하고 있었다. 또한 경제위기의 상황에서 국민의 신뢰 못지않게 필요한 것은 고통분담과 사회통합을 위한 정부당국의 노력이다. 국민은 정부를 믿고 정부는 국민을 위해 최선을 다하는 위기 극복의 공동 노력이 경주되어야 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제 시작인 세계적 경제위기의 상황에서 이명박 정부의 국정운영은 국민의 신뢰 구축에 실패했고 사회 통합이 아니라 사회분열을 재촉하고 있다. 또한 그것은 고통분담이 아니라 사회적 강자들에게는 특혜를, 사회적 약자들에게는 고통을 부담시키고 있다. 그 결과 우리 사회의 중산층과 서민층 그리고 사회적 약자들의 생활은 점차 삶의 낭떠러지로 몰리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우리 국민들은 1년 전 대선 당시의 선택과는 또 다른 선택의 상황에 처해 있는 것이 아닌가 한다. 즉 1년 전에 '경제 살리기'의 기대로 이명박 후보를 대통령으로 선택했다면, 이제는 바로 그 '경제 살리기'를 위해 그리고 민주주의 후퇴와 사회 역진을 저지하기 위해 대통령의 밀어붙이기식 국정운영에 반대해야 하는 바로 그러한 선택에 직면해 있는 것이다.
▲ 거리집회에 나선 야당 대표자들 ⓒ프레시안

그렇다면 다른 무엇보다도 이를 위한 연대전선이 필요하다. 민주당과 민주노동당과 진보신당 그리고 창조한국당의 연대, 정치권의 개혁·진보적 정당들과 시민사회의 사회운동 간의 연대가 그것이다. 우선 그 연대는 무책임한 이명박 정부의 밀어붙이기식 국정운용을 저지하는데 주력해야 할 것이다. 나아가, 그 연대는 점차 이명박 정부 반대의 정치연대로까지 확대될 필요가 있으며, 이를 위해 곧이어 도래할 보궐선거와 내년 지방자치 선거에 있어 이들 간의 연합공천 등이 도모될 필요가 있을 것이다.

뿐만 아니라 이 같은 선택은 궁극적으로 우리의 삶의 일대 전환을 요구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사회적 강자 중심의 고도성장의 추구와 그것을 통한 낙수효과(trickle-down effect)에 의거한 경제에 기반한 삶이 아니라, 비록 그 성장의 속도가 좀 떨어진다 할지라도 사회계층 그 모두가 성장의 혜택을 골고루 누리고 그것이 동시에 지속가능한 경제의 새로운 기반을 이루는 그러한 삶으로의 전환이 그것이다.

/정해구 성공회대 사회과학부 교수 메일보내기 필자의 다른 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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