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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로에 선 신자유주의]미국 상위1% 소득 점유율 20% 대공황 수준

by 관리자 posted May 06, 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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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로에 선 신자유주의]미국 상위1% 소득 점유율 20% 대공황 수준
 장관순기자
ㆍ3부 - 6. 미국모델, 그 파국적 종말 : 빈곤의 심화와 양극화
ㆍ노르웨이·프랑스도 90년대 분배불평등 심화

신자유주의 나라 미국의 분배구조가 다른 형태의 자본주의를 시행한 나라들보다 훨씬 불평등하다. 이는 노조를 중시하는 전통적 조합주의(코포라티즘) 체제의 프랑스, 사회민주주의 복지국가인 노르웨이와 수십년간의 분배 지표를 비교하면 분명해진다. 미국, 영국에서 신자유주의 경제가 고착화한 1980년대 이래의 국민 1인당 생산성을 따져도 미국이 절대 우월하지 않다. 다만 프랑스와 노르웨이라 해도 신자유주의 정책을 도입한 뒤에는 분배 불평등이 나타나고 있다.

각국의 분배구조는 지니계수로도 드러난다. 지니계수는 0에 가까울수록 그 나라의 소득분배 구조가 평등하고, 1에 가까울수록 불평등하다는 의미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통계에 따르면 80년대 중반부터 20여년간 미국·노르웨이는 ‘시장소득’ 지니계수가 상승하고, 프랑스는 하락했다. 80년대 중반에서 2000년대 중반까지 계수의 추이만 놓고 비교하면 프랑스만 소득분배 구조가 개선(0.04포인트 하락)됐고 미국과 노르웨이는 악화(각각 0.06, 0.08포인트 상승)됐다. 시장소득 지니계수의 추이말고 절대치를 비교하면 미국(0.40~0.46)이 프랑스(0.48~0.52)보다 분배 상황이 좋아 보인다. 하지만 ‘가처분소득’ 지니계수로 따지면 프랑스의 분배구조가 미국보다 훨씬 평등하다. 가처분소득 지니계수는 연금 등 사회보장 비용, 세금 등을 지출한 뒤 ‘실제 개인이 쓸 수 있는 소득’에 대한 지니계수다. 시장소득 지니계수와 가처분소득 지니계수의 격차가 클수록 그 나라의 조세 및 사회보장제도가 소득 재분배 기능을 잘한다는 뜻이다.

미국의 가처분소득 지니계수는 80년대 중반 0.34에서 2000년대 중반 0.38로 0.04 상승했다. 영국도 같은 기간 미국과 같이 0.043 상승(0.280→0.323)했다. 노르웨이는 0.05 상승(0.23→0.28)했고, 프랑스만 0.03 하락(0.31→0.28)했다.

부자나라 미국의 높은 빈곤율

미국은 빈곤율도 가장 높다. 프랑스나 노르웨이가 한자릿수의 빈곤율을 보이는 데 비해 미국은 수십년간 10%를 상회한다. 국가간 빈곤율의 비교에는 상대빈곤율 개념을 사용한다. 보통 그 나라 중위소득(median income)의 50% 미만 소득자가 차지하는 비중을 쓴다. 중위소득이란 최고소득자부터 최저소득자까지 국민 전체를 순서대로 나열했을 때 정중앙에 서 있는 사람의 소득을 뜻한다. 미국 상무부 인구조사국 통계는 미국의 상대빈곤율이 80년대 초 급등하고 있음을 입증한다. 69년부터 약 10년간 11%대에 머무르던 빈곤율은 80년(13.0%) 급등한 뒤 최근까지 비슷한 수준이다. 영국은 미국보다 낮다. OECD 통계상 75년 6.4%에서 90년 14.2%까지 줄곧 상승했지만 2005년(8.3%)까지 하락세다.

노르웨이나 프랑스의 빈곤율은 6~7%대에 불과하다. OECD나 룩셈부르크 인컴스터디(LIS) 자료에 따르면 노르웨이의 상대빈곤율은 80년대 중반 이래 20여년간 최고치가 7.1~7.2%다. 프랑스 통계청이 산출한 상대빈곤율은 70년 12.0%에서 2007년 6.2%까지 하향세가 뚜렷하다.

미국의 국내총생산(GDP)은 대략 프랑스의 6배, 노르웨이의 40배에 달한다. 국토 면적이나 인구를 감안하면 당연한 수치다. 반면 ‘1인당’ 국내총생산과 국민총소득(GNI)의 증가세를 놓고 비교하면 3개국 가운데 미국이 가장 낮은 수준이다.

각국 통계청이 집계한 70년 현재 1인당 GDP는 미국 4934.28달러(약 756만원), 프랑스 2397.40유로(약 464만원, 프랑을 유로로 환산), 노르웨이 2만3505크로네(약 516만원)다. 이를 기준으로 2007년까지의 증가율을 따지면 노르웨이가 2057.22%(48만3550크로네)로 가장 높았다. 프랑스는 1241.56%(2만9765.10유로)였고, 미국은 923.06%(4만5546.36달러)로 가장 낮았다. 1인당 GNI의 경우 79년을 기준으로 3개국을 비교했을 때도 같은 결과다.

한성대 김상조 교수는 “경제성장 측면에서 90년대 클린턴 행정부 때 미국이 ‘나홀로 호황’을 구가하던 시절에도 유럽 강소국들은 경제적 성과나 안정성이 미국에 뒤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다만 전통적 사회민주주의 국가가 성장 측면에서는 좋은 점수를 얻지 못하는 게 사실”이라면서 “북구 사민주의 3개국 가운데 노르웨이는 다른 나라와 달리 유전 개발의 이익을 크게 봤기 때문에 특별한 경우로 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프랑스·노르웨이도 신자유주의 도입 후 빈부격차

미국·영국 경제에 비해 시장주의 정도가 덜한 프랑스와 노르웨이이지만, 이들도 신자유주의와 단절하지 못했고, 그 결과 90년대 이래 이들 나라에도 분배 불평등 현상이 나타났다.

70년대 잇단 오일쇼크와 스태그플레이션 등 경제위기를 맞은 미·영 두 나라는 80년 무렵 집권한 레이건과 대처 때 신자유주의 노선을 강화했다. 취임연설에서 “정부는 위기의 해결책이 아니다”라며 시장 우위를 주창한 레이건, “파업으로부터 국가 경제를 구하겠다”며 노조에 선전포고한 대처는 복지예산 삭감 및 감세, 공기업 민영화 및 작은 정부, 노조 활동 규제 등을 착착 이행했다.

반면 80년대 초 “삶의 방식을 바꾸자”는 구호를 들고 나와 프랑스 사상 최초의 좌파 대통령으로 집권한 미테랑은 정반대 정책을 폈다. 복지와 형평성을 중시한 사회당 정부는 집권 초 기업 국유화 단행, 사양산업과 성장산업 동시 지원, 부자 증세 등 사회주의적 통제경제 정책을 폈다. 그러나 결국 프랑스도 인플레이션 심화 등의 문제에 부딪혀 80년대 말 자유시장 경제체제로 전환했다.

95년 ‘성장 우선’을 내건 우익 시라크 정권에 이어 신자유주의적 정책이 도입되면서 사회갈등도 잦아졌다. 2005년 프랑스 통계청이 집계한 지니계수가 전년 대비 0.021포인트, 빈곤율은 0.9%포인트 각각 올라간 뒤 이후 상승세다. 2005년에는 이민자 폭동 등 프랑스 정부의 신자유주의 정책에 대한 국민 저항이 가장 심했다. 하지만 노조를 국가운영의 주체로 여기는 조합주의 전통 및 좌·우 동거정부의 존재로 인해 극단적인 분배구조 악화는 막고 있다.

노르웨이도 미국처럼 80년대 초 경제위기를 기회로 우파정권이 노동당 정권을 대체하고 감세와 규제 완화 등을 시도했다. 이 기조는 86년 정권 탈환에 성공한 노동당에 의해서도 상당 부분 계승됐다. 특히 90년대 말 사민주의적 모델 자체도 변형됐다. ‘과세를 통한 재분배’ 기조는 유지됐지만 국영 석유회사, 우체국 등 공기업을 민영화한 것이다. 그 사이 ‘주식 부자’들도 늘어나면서 분배구조가 달라졌다. 소득상위 1%의 소득점유율 통계도 92년(5.47%)부터 급등해 2005년 16.78%까지 치솟는다.

주 노르웨이대사관 홍상우 참사관은 “노르웨이는 80년대 말 부실은행 연쇄도산에 따른 경제위기를 이유로 자본소득세 12.5%포인트 삭감 등 기업·자본에 유리한 세제개혁을 폈다”고 전했다. 오슬로 국립대 박노자 교수는 “신자유주의가 노르웨이에 끼친 해악은 한두 가지가 아니다”라면서 “지나치게 부유해진 상위 5%와 눈에 띄게 가난한 하위 5%의 존재는 사회에서 위화감을 조성한다”고 설명했다.

신자유주의 도입으로 빈익빈 부익부 현상

미국은 부유층의 ‘부의 편중’ 현상이 80년대 이후 심화되고 있다. 학자들은 이를 미국이 신자유주의를 적극 실천한 이래 생긴 변화로 본다. 노르웨이는 미국보다 10년 정도 뒤진 90년대부터 비슷한 현상을 보인다. 프랑스만 지난 20여년간 부의 편중이 약하다.

미국 버클리 캘리포니아 주립대(UC버클리) 에마뉴엘 사에즈 교수는 지난해 발표한 논문에서 “2차대전 후 미국 부유층의 소득점유율은 안정돼 있었지만 2006년까지 최근 25년여간 극적으로 증가했다. 이 수준은 주식시장 거품이 치솟던 1920년대와 같다. 소득상위 1% 계층의 점유율이 유독 급증했는데 이는 분배 불평등의 주요인이 된다”고 밝혔다. 논문에 따르면 ‘소득상위 1% 계층’이 미국민 전체 소득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50년대 이후 9%선이었다 80년대 초부터 가파른 우상향 곡선을 그린다. 서브프라임 위기론이 대두되기 시작한 2006년(20.02%)은 대공황 직전(21.09%) 수준이다.

프랑스에서는 파리경제학교 토머스 피케티 교수(1901~98년), 파리1대학 카미유 랑데 교수(1998~2005년)가 비슷한 연구를 했다. 프랑스의 소득 상위 1% 계층의 점유율은 2차대전 뒤인 46년(9.22%)부터 2005년(8.20%)까지 6.99~9.88% 구간에서 급등락 없이 안정적이다. 피케티 교수는 논문에서 “70년대 이래 미국은 프랑스와 달리 부유층의 소득점유율이 급증한다. 이는 임원에 대한 보수 등이 늘고 부자 감세가 대규모로 시행된 까닭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노르웨이 통계청 롤프 아베리에 박사도 지난해 유사한 논문을 내놨다. 그의 논문에 따르면 상위 1% 부자들의 소득점유율은 미국보다 절대적으로 낮다. 점유율은 38년(12.72%)에서 91년(4.45%)까지 50여년간 지속적으로 하락세를 보인다. 다만 92년부터는 급등세다.

영국, 스웨덴, 일본에도 동일한 연구가 있다. 영국은 80년 6%대에 이르기까지 줄곧 하락하다 이후 2000년(13%)까지 상승세로 반전, 미국과 유사하다. 스웨덴은 82년 4%대의 저점을 찍은 뒤 이후 2002년 7%대가 될 때까지 증가세다. 이는 노르웨이보다 시기적으로 10년쯤 앞서는 급반등으로 볼 수 있다.


<장관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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