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동아일보가 이명박 대통령 후보 시절부터 이명박 대통령에 이르기까지 백기사 노릇을 자임하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한나라당 후보 경선 과정에서는 물론이고 본격적인 대선 국면, 그리고 대통령 당선 이후에도 일관되게 떠받치고 있다. 한나라당 경선 과정에서 동아일보는 박근혜 후보 측이 제기한 온갖 의혹에 침묵을 지켰고, 때로는 후보 검증이 정도를 넘어섰다며 도리어 박근혜 후보 측을 몰아붙이기까지 했다. BBK 의혹이 대선 막바지 주요 쟁점이 됐을 때도 동아일보는 배후설을 부각하는 ‘공격적 방어’에 나섰다. 대통령 당선 이후 다른 언론이 경부운하나 ‘747공약’ 따위 무리한 공약에 제동을 걸 때도 동아일보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반면 조선일보의 행보는 조금 색다르다. 대선 전까지는 동아일보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다른 보수 언론처럼 ‘아름다운 경선 지킴이’ 구실을 톡톡히 하면서 이명박 후보에게 유리하게 보도했다. 그러다 보니 박근혜 후보를 지지하는 ‘박사모’에서는 ‘안티 조·중·동’ 움직임까지 일었다. 대선 과정에서도 조·중·동은 10년 만에 찾아온 정권 교체의 호기를 맞아 자신들의 잃어버린 10년을 애달파하면서 이명박 후보 방어에 적극적이었다.
조선일보가 가장 ‘권력 프렌들리’했는데
그러던 조선일보가 대통령 당선 이후부터 동아일보의 맹목적 지지와는 조금 다른 보도 태도를 보인다. 다른 모든 신문이 인수위 요청을 수용해 ‘당선자’라는 표현을 ‘당선인’으로 바꾸었지만 조선일보만은 ‘당선자’ 표기를 고집했다. 헌법상 표기는 ‘당선자’로 돼 있으며, 인수위에서 요청이 있다 한들 굳이 그 표기를 바꿀 필요는 없다고 판단한 듯하다.
그뿐만이 아니다. 이명박 대통령의 최대 공약이었던 경부운하 건설도 재고할 것을 요구했다. 잇단 실언에 대해 이명박 대통령 주변에 ‘입지기’가 없다며 아픈 곳을 찌르기도 했다. 부동산 투기 의혹으로 결국 장관 후보자 세 명이 자진 사퇴한 청와대와 첫 내각 인선에 대해서도 국민의 마음을 헤아리지 못한 오만한 인선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나름으로 ‘할 말은 하겠다’는 의견 표명으로 읽힌다. 동아일보의 백기사 역할과 대비해 조선일보의 노선은 ‘비판적 지지’라는 평가가 나온다.
아이러니한 일이다. 잃어버린 10년이 아니라, 뒤바뀐 10년이다. 조선일보야말로 역대 정권과의 관계에서 가장 ‘권력 프렌들리’했던 신문이 아니던가. 동아일보는 비록 보수적 신문이기는 하지만, 권력과의 관계에서는 비판적 목소리를 내왔다. 김대중 정권 집권 이전에도 그랬다. 1970년대 박정희 정권의 광고 탄압 때 결국 권력에 굴복한 뼈아픈 과거가 있을지언정, 1960년대와 1970년대에는 지금의 ‘경향신문’ ‘한겨레’ 같은 구실을 해왔던 신문이다. 그런 신문이 김대중 정권 이후 ‘조·중·동’이라는, 맹목적 비판으로 일관했던 보수 언론의 한 축이 됐다가 이제는 조·중·동 중에서도 가장 ‘권력 프렌들리’한 신문으로 태도를 일변한 것이다. 잃어버린 10년 동안 나타난 보수 언론 간 관계의 역전이라고 표현할 수도 있다.
이명박 정권이 집권 초기부터 크게 흔들린다. 첫 조각과 청와대 진용부터 ‘고소영(고려대·소망교회·영남 출신) 인선’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학맥과 특정 지역 편중 인사에다, 부동산 투기와 논문 표절 의혹으로 뒤범벅된 오만한 인선으로 여론의 집중 포화를 맞았다.
맹목적 지지 쪽에 서 있는 동아일보와 이명박 정부에 일정한 거리를 유지하려는 조선일보의 행보는 보수 진영 내의 주도권 다툼이라는 차원에서도 주목된다. 다시 10년 뒤, 이들의 모습은 과연 어떻게 되어 있을까.
|
|
|
|
다음
이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