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희 4명은 안암병원 진단검사의학과 임상병리사입니다.
저희는 비정규직입니다.
임상병리사 자격증이 있고 정규직과 똑같이 근무하지만 월급은 정규직의 40%인 110만원. 그마저도 세금떼고 나면 100~102만원의 월급을 받으며 일해왔습니다. 아무리 속상하고 힘들어도 곧 정규직이 될 희망을 안고 6~7년을 그렇게 비정규직으로 근무했습니다.
2007년 1월 2일, 모두가 새해에 대한 희망으로 들떠있고 한 해 계획을 멋지게 짜고 있을 때 저희 비정규직 4명은 청천벽력같은 해고 통보를 받았습니다. 계약기간이 끝났고 기계가 새로 들어와서 저희가 필요없으니 나가야한다고 말입니다.
참으로 어이없습니다. 병원 로비바닥은 대리석을 깔고, 수 억 들어가며 건물 여기저기 리모델링을 진행하지만, 정작 환자들을 돌보는데 필요한 인원은 비정규직으로 쓰고 이제는 그 비정규직이 얼마나 받는다고 해고합니까? 참으로 부당합니다. 새 기계가 들어왔다고 하지만 그 기계 역시 사람이 다룹니다. 지금 진단검사의학과는 저희 4명이 빠지면서 병동채혈이 늦어질 뿐만 아니라 외래 환자들은 검사를 받기 위해 오래 기다려야 합니다. 저희가 빠진 자리를 채우느라 진단검사의학과 직원들은 엄청난 업무량에 시달려서 다들 얼굴이 노래져 있습니다. 이러다 검사결과 한 번 잘못 나가면 누가 책임져야 합니까?
저희는 이렇게 나갈 수 없습니다. 다시 예전처럼 제 자리로 돌아가고 싶습니다. 내 직장이라고 믿고 의지하던 곳에서 하루아침에 내쫓김을 당했지만 아직 저희는 필요한 사람이고 저희가 할 일이 있기 때문입니다.
6~7년을 정말 열심히 일했습니다.
이른 아침 환자들 아침식사가 늦어 배고파 하실까봐 종종걸음으로 바삐 움직이며 병동 환자분을 채혈했습니다. 환자분들이 안아프게 피뽑았줘서 고맙다는 말씀 한마디에 희망을 얻으며 근무하였습니다. 비록 비정규직이지만 여기가 내 사랑하는 직장이고 내가 봉사해야 할 곳이라는 마음으로 근무였습니다.
그렇게 저희는 20대를 여기서 보냈습니다.
저희 4명은 안암병원 진단검사의학과 임상병리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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