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이 외면한 ‘한 비정규 노동자’의 죽음
노동조합		DATE 2007-10-30 09:51:04  HIT 387

		한겨레·경향만 보도... 나머지는 비정규노동자 죽음에 무관심과 냉담으로 일관 (2007-10-29 16:36:02) △평생 자신이 배운 기술 하나를 갖고 일하던 이름없는 한 노동자가 정권과 자본의 노동탄압에 항거하며 몸에 불을 당겼다. 소리없는 메아리로 남을 것인가. 건설노동자 고 정해진(48)씨가 지난 27일 분신을 시도해 병원으로 옮겼으나 끝내 사망했다. 그러나 자칭 '메이저' 언론들은 한 비정규노동자의 죽음에 대해 입을 굳게 다물고 있다. 전봇대·철탑 위에 올라가 고압전선을 설치·관리하는 전기원으로 20여 년 동안 일해 온 정해진 조합원은 인천지역 13개 전기공사업체들을 상대로 지난 6월부터 △주 44시간 노동 △단체협약 체결 등을 내걸고 131일째 벌여온 전국건설노조 인천지부 전기분과노조 파업에 동참 중이었다. 고 정해진 조합원은 비정규직 노동자였다. 신문들은 대선 주자들의 화려한 ‘보여주기’ 행사에는 많은 지면을 할애했지만 비정규 노동자의 처절한 죽음에는 무관심과 냉담으로 일관하고 있다. 이 사건을 보도한 곳은 한겨레와 경향신문 2곳 뿐이었다. 한겨레는 12면 <불법 하도급에 희생된 ‘20년 전봇대 위 인생’> 기사에서 한전이 발주한 전기공사를 낙찰 받은 업체들은 일용 또는 상용노동자인 전기원을 채용해 일을 맡기는데, 업체들이 낙찰 단가를 낮추려다 보니 근무환경이 열악하다고 보도했다. 하루 10∼12시간 근무는 보통이고, 높은 전봇대에 올라가 수만 볼트의 고압전류가 흐르는 전선을 다루는 작업을 하다보니 항상 생명의 위협에 노출돼 있다는 것이다. “전기원 (노동자들의) 파업투쟁은 정당하다”라는 고 정해진 조합원이 분신하면서 마지막으로 외친 말로 시작한 이 기사는 “정씨는 이날 오후 2시께 인천 부평구 청천동의 전기공사업체인 영진전업 건물 앞에서 집회를 벌이던 중, 갑자기 몸에 시너를 끼얹고 불을 붙였다”고 밝히고 “집회에 참석했던 주변 사람들은 정씨가 ‘(사쪽 교섭대표인) 영진전업 사장을 구속하라’ 등의 구호를 외쳤다고 전했다”며 “정씨는 분신 뒤 곧바로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저녁 9시께 결국 숨을 거뒀다”고 보도했다. 이 기사는 “지난해 인천지역 노조를 처음 만들어 교섭을 시도했지만, 업체들은 ‘민주노총을 탈퇴하라’며 노조를 인정하지 않았고, 지난 19일 새벽엔 영진전업 앞 천막농성장에 한국노총 조끼를 입은 30여명이 침입해 폭력을 휘두르는 일도 벌어졌다”고 전하고 “회사 쪽의 회유·협박으로 6월엔 140여명이던 조합원도 지금은 20여명으로 줄었다”며 최소한의 노동기본권도 지켜지지 않는 인천지역 전기노동자들의 열악한 노동현실을 고발했다. 경향신문은 1면 <죽음으로 내몰린 ‘양극화 절망’> 기사에서 정씨의 사망소식을 보도했다. 경향신문은 이 기사에서 “27일 오후 2시쯤 정해진씨(46)가 온몸에 시너를 끼얹고 분신했다. 44시간 근로시간 준수 등을 요구하며 농성하던 인천 부평구 영진전업 앞에서다. 이날 새벽 정씨는 가족에게 ‘누군가는 희생을 해야 할 것 같다’고 말한 뒤 집을 나섰다. 그게 마지막이었다”고 전하고 있다. 이 신문은 또 “1970∼80년대 전태일 열사와 대학생들은 민주화와 사람답게 살권리 쟁취를 위해 몸을 불살랐다. 하지만 21세기를 맞은 지금도 생활고·장애·산재 극복 등 최소한의 삶의 질 보장을 요구하며 자살하는 사람들이 끊이지 않고 있다. 민주화 20년을 맞은 한국의 참담한 주소”라고 보도했다. 한겨레와 경향신문을 제외한 나머지 언론들은 고 정해진 조합원의 분신사망에 대해 일절 언급조차 하지 않고 있다. 그나마 대선 50여일을 앞둔 상황에서 권영길 민주노동당 대선 후보의 표심 행군을 전하는 서울신문·뉴시스 기사에서 “권 후보가 고 정해진 조합원 분신사망 소식을 듣고 유해가 안치된 서울 한강성심병원을 방문했다”고 언급한 정도다. 민주노총 신문 <노동과세계>과 정해진 열사 분신항거 소식을 단독보도한 이후 인터넷으로 소식을 전하는 진보언론들이 고인 사망 소식을 타전하는 한편, 인천 전기원 노동자들의 현안과 문제점, 사측의 노동탄압 실태를 전하고 있다. 요즘 언론은 12월로 다가온 대통령선거 ‘챙기기’에 바쁘다. 각 후보들 행보는 물론이고 그들이 한 말들 하나하나까지 요리조리 추측하고 분석하며 온갖 부산을 떨어댄다. 조중동은 미리 알아서 누구 대통령 만들기에 본격적으로 나섰음을 숨기려 들지 않는다. 세상 곳곳에서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최소한의 권리를 요구하는 외침과 피눈물이 그치지 않고 있지만 언론은 있는 그대로를 알리기조차 거부한다. 그들을 과연 언론인이라고 할 수 있을까. 70~80년대 ‘권력의 시녀’라고 이야기하던 언론. 그들이 오늘의 현실을 바라보고 보도하는 행태는 박해받는 노동자들의 분노만을 자아낼 뿐이다. 자본과 정권의 노동탄압에 온몸으로 맞서다 끝내 죽음으로 저항하는 이 땅 비정규직 노동자들. 언론은 못 가진 자들의 처절한 저항을 냉혹한 침묵으로 외면하고 있다. 이미 그 기능과 생명력을 상실한 언론에 의해 노동자들은 또다시 죽음을 강요당하고 있다. <홍미리기자> 노동과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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