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개월 한시적 고용보장, 특별위로금 지급...내년 상반기 노조
단협·투쟁 불가피
전국 최초 차별시정신청으로 주목받았던 고령축산물공판장 노사문제가
'일단' 타결됐다.
고령축산물공판장 사측과 노동자들은 지난 21일 경북지방노동위원회에서
차별시정관련 내용에 합의했다. 조정 내용은 ▲2008년 6월31일까지
해고된 5명 포함해 고용 보장(해고된 노동자는 농협 자회사 소속으로
고령공판장 근무), 노동자 1인당 100만원 특별위로금 지급 ▲기타 현안
별도합의서 처리 및 합의사항 이행 확약(별도합의 내용-고령공판장
비정규노동자들이 돼지도축 도급회사 설립시 회사가 성실히 지원할 것)
▲2개월 해고자 100만원, 1개월 해고자 50만원씩 지급 등이다.
고령축산물공판장 비정규직 노동자 10명은 지난 8월 우리나라 최초로
차별시정 신청을 했으며 지노위에서 차별시정 관련 논의가 이뤄지는
동안 5명이 해고되고 현재 4명이 남아 투쟁하고 있다.
고령축산물공판장 노사는 이번 합의를 통해 해고자를 포함한 9명
노동자들에 대해 내년 6월 말일까지 고용을 보장하고 차별시정 신청을
철회한다는 내용으로 일단 노사가 호흡을 가다듬고 2008년 상반기
단체교섭을 통해 6월31일 이후 고용관계를 풀어나가기로 했다.
내년 6월31일 이후 비정규 노동자들 고용이 어떻게 보장될 것인지
여부는, 비정규법 전면재개정 추이, 최근 민주노총으로 상급단체를
변경한 농협중앙회비정규노동조합 단체교섭 진행여부, 농협중앙회 회장
선거(12월27일) 후 농협 비정규노동자들 정책 전환여부 등에 따라서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전국 최초로 차별시정을 신청한 고령축산물공판장 노동자들은 결국
차별시정 전에 해고됐으며, 6개월간 고용을 보장받는 대신 차별시정을
사실상 포기한 셈이다.
고령축산물공판장 노동자들은 26일 오후 3시 회사에서 천막을 철거하고
지난 6개월간의 투쟁을 정리하는 보고대회를 가졌다. 이들은 향후
농협중앙회노조와 연계하에 고용보장과 비정규직 차별시정을 위해
노력한다는 방침이다.
12월27일 농협중앙회 회장 선거가 치러지는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농협중앙회 새 임원진이 농협 비정규직 노동자들 문제에 대해 어떤
입장을 보일지도 미지수다. 노동자들이 한시적 고용만을 보장받은
어려운 상황에서 이번 조정에 합의한 것은 17대 대선에서 이명박이
대통령으로 당선된 것과 무관하지 않다. 한편 농협중앙회 회장 선거에
나선 유력한 후보가 이명박 당선자와 절친한 고교 선후배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철수 민주노총 대구지역본부 사무처장은 “차별시정법은
차별시정은커녕 고통만 남겨줬다”고 말하고 “노동자들은 이 과정에서
농협중앙회(비정규)노동조합을 민주노총으로 전환하는 성과를 가졌으며
이후 농협중앙회와 교섭을 통해 근본적 고용보장을 위해 노력할
것”이라며 “농협중앙회 임원이 새로 바뀌고 국회 법 개정 논의 속에서
원래대로 무기계약직 동일노동 동일임금으로 차별이 시정될 것을
기대하며 지속적 투쟁을 전개하겠다”고 밝혔다.
▶고령축산물공판장 비정규노동자 투쟁=농협 경북 고령축산물공판장에서
도축업무를 담당하던 비정규직 노동자 19명이 농협측 용역 전환 방침에
반발해 7월24일 경북지노위에 차별시정을 신청했다. 이에 사측은
9월14일 6년간 일해 온 비정규직 노동자 이윤호(40세·민간서비스연맹
유통서비스노조 고령축산물공판장지부) 조합원에게 계약기간 만료를
이유로 해고를 통보했다. 농협은 차별시정 조정 결정이 내려지기도 전해
비정규직법을 악용해 조합원들을 잇따라 해고조치했다.
민주노총과 민주노동당을 비롯한 시민사회단체는 고령축산물공판장
문제가 전국 사업장 문제로 확산될 것이라며 비정규직 노동자들
고용보장을 촉구하는 투쟁을 벌여왔다. 고령축산물공판장 노사는
12월21일 경북지방노동위원회에서 차별시정관련 내용에 대해 일단
합의를 이뤘다. 그러나 2008년 6월말까지의 고용만을 보장받은 상태여서
내년 상반기 농협중앙회노조 단체교섭과 고용보장 투쟁을 둘러싼 마찰이
불가피해 보인다.
<홍미리기자/노동과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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