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구성심 간호사의 절규 “미안해, 나만 죽으면 해결되겠지”
노동조합		DATE 2008-04-18 20:21:19  HIT 667

		청구성심 간호사의 절규 “미안해, 나만 죽으면 해결되겠지” [시사고발] 청구성심병원 노조원의 절규 병원쪽 ‘식칼위협 · 똥물투척’…“10년 노동탄압” 하소연 “원장, 임신부에 ‘배때기를 쑤셔버려’ 폭언”…자살기도 허재현 기자 » 17일 ‘청구성심병원 인권침해조사단‘은 기자회견을 열어 “병원 쪽이 노조탄압을 위해 심각한 인권침해를 벌이고 있다”고 주장했다. “나만 죽으면 모든 갈등이 해결되겠지.” 청구성심병원 간호사였던 이아무개(36)씨는 자신을 탓하며, 염화칼슘이 든 주삿바늘을 팔뚝에 꽂았다. 눈꺼풀이 파르르 떨렸다. 멀리서 아이들 모습이 보이는 듯 했다. “죽어도 같이 죽자”고 약속했던 노동조합 동료들의 모습도 스쳐갔다. 그는 핸드폰을 열어 동료에게 짧은 문자를 보냈다. “미안해” 노조 간부였던 이씨는 노조 활동을 하면서 회사와 심한 마찰을 빚었고, 이로 인해 생긴 정신질환으로 2003년 산업재해 판정을 받았다. 그로부터 5년 뒤인 2008년 1월, 이씨는 예전의 건강하던 모습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스스로 목숨을 끊으려 했다. 다행히 남편이 신속히 병원으로 옮겨 목숨은 건졌지만, 이씨는 후유증으로 한 동안 가족도 만날 수 없는 폐쇄병동에서 치료를 받아야 했다. 도대체 이씨는 청구성심병원에서 무슨 일을 겪었나? “미안해, 나만 죽으면 해결되겠지” 인권단체들 “인권침해 조사하겠다” 대치 지난 11일 오후 이씨가 근무했던 서울 은평구 청구성심병원 앞. 환자들은 때 이른 봄 더위를 피하려고, 마당 한 편 의자에 앉아 쉬고 있었다. 흰 가운을 입은 간호사와 의사들이 분주하게 병실 앞을 지나쳤다. 도심의 여느 병원에서 볼 수 있는 낯익은 광경이었다. 오후 4시, 조용하던 병원 정문 앞이 소란해졌다. 인권단체 활동가와 변호사 등 30여 명으로 구성된 ‘청구성심병원 인권침해 진상조사단’이 “노조원에 대한 인권침해 실태를 조사 하겠다”며 출입문을 밀고 들어왔다. 그러나 병원 관계자가 이를 완강히 막아서면서 긴장이 높아졌다. “사람이 죽으려고 했습니다. 그것도 노조간부라는 이유로 회사가 괴롭혀서 그랬다고 하는데 병원장이 뭐라고 해명해야 하는 것 아닙니까? 노조원들의 말이 사실인지 아닌지 밝혀 주십시오.” 인권단체 활동가들은 이씨의 자살시도에 대해 병원 쪽 입장을 듣고 싶어 했지만, 병원을 대표해 나온 김성현 총무팀장의 대답은 짧고 단호했다. “원장님이 있지 않아 어떤 답변도 할 수 없습니다.” 하루 종일 병원장의 모습은 보이질 않았다. 결국 인권단체 활동가들은 현장 조사는커녕 병원 문턱도 넘지 못하고 돌아갔다. “임신부 이씨에 ‘배때기를 쑤셔버려’ 폭언” 이씨가 자살이라는 극단적인 상황에 내몰리게 된 이유를 동료 노조원들을 통해 어렵지 않게 들을 수 있었다. 15일 저녁 업무를 마친 10여 명의 간호사들이 다섯 평 남짓한 노조 사무실에 모였다. 그들은 노조를 만든 지 10년이 지났지만, 10년을 한결같이 노조를 탄압하는 병원 쪽의 행태를 성토했다. 노조원들은 이씨가 자살을 시도한 것은 “노조를 와해하려고 온갖 짓을 다한 회사가 책임져야 할 일”이라고 주장했다. 이씨의 후배 간호사 손아무개(31)씨는 지난해 7월 원장과 이씨가 노조 문제로 시비가 붙어 응급실에서 싸운 일을 회상하면서 입술을 깨물었다. “응급실에 근무하던 언니에게 원장이 입에 담지 못할 욕을 했어요. ‘저 계집애 당장 끌어내’, ‘배때기를 쑤셔버려’하면서 언니 배를 손으로 찌르려 했어요. 당시 임신 중이었던 언니는 그 때 충격으로 절박 유산증 진단을 받았어요. 정말 무서웠어요.” 선배 간호사인 허아무개(46)씨도 “노조활동에 열심인 이 간호사를 쫓아내려고 병원 쪽이 조직적으로 움직였다”고 말했다. “이 간호사가 산재판정을 받은 뒤 복직한 2004년 즈음, 당시 간호과장으로부터 ‘이 간호사를 내쫒으면 능력을 인정해주겠다. 어떻게든 트집을 잡아 업무에 적응 못 하게 하라’는 지시를 받았어요. 전 일부러 이 간호사에게 인사 고과에서 D나 E 등 낮은 점수만 줬어요. 그렇게 하지 않으면 제가 힘들어지거든요.” 허씨는 이런 사실을 털어놓으며 괴로운 표정을 지었다. 이씨의 남편 오아무개(37)씨는 “건강하던 아내가 노조활동을 하면서 우울증에 걸렸고, 급기야 자살 시도까지 했는데 병원은 괜찮으냐는 안부 전화 한번 안 하고 있다”고 말했다. » 청구성심병원 조합원들이 병원쪽의 노조탄압으로 조합원의 절반이 스트레스로 인한 정신질환 판정을 받았다며 2003년 서울 영등포구 영등포동 근로복지공단에 산재신청서를 내고 있는 모습. 황석주 기자 stonepole@hani.co.kr “부당해고·성희롱…” 끊이지 않는 증언들 이씨의 사례 뿐 아니라 청구성심병원은 노조 탄압으로 악명이 높았다. 병원 쪽은 지난 98년에도 노조 총회를 방해하려고 노동자들을 ‘식칼’로 위협하고, 노조원에 ‘똥물’을 뿌렸다. 이런 사실은 고스란히 언론에 보도돼 사회적 지탄을 받았다. 2003년엔 노조원 18명 가운데 8명이 집단으로 정신질환 증세를 보여 산업재해 판정을 받았다. 당시 노동부는 병원장을 부당노동행위로 고발했고, 병원에 대한 특별근로감독에 나서기도 했다. 그러나, 10년이 지나도록 병원 쪽의 노조에 대한 태도는 조금도 달라지지 않았다. 이씨 자살 시도를 계기로 37개 인권단체가 나서 인권침해 진상조사단을 꾸릴 정도로 다시 사회적 문제로 떠올랐다. 진상조사단을 통해 접수된 노동자들의 증언은 충격적이다. 병원 식당에서 일했던 이아무개(48)씨는 “노조에 가입했다는 이유로 억울하게 해고당했다”고 주장했다. 이씨는 “지난 6월 행정부장이 노조에서 탈퇴하면 10년 동안 나가라고 하는 일 없게 하겠다고 했는데, 이를 거절하자 2007년 10월 일방적인 해고 통지서가 날아 왔다”고 말했다. 회사 쪽은 이씨가 여직원을 성희롱 했다는 이유를 들었지만, 아직 재판은 진행 중이다. “회식자리 등에서 병원 간부들의 성희롱도 빈번하다”는 주장도 나왔다. 간호사 허아무개(46)씨는 “회식자리에서 항상 기획조정실장 옆자리에 앉게 하거나 원장에게 술을 따르도록 강요했다”며 “시키는 대로 하지 않으면 그 다음날은 반드시 질책을 받았다”고 말했다. 진상조사단 권영국 변호사는 “노조의 주장이 사실이라면, 이는 병원쪽이 심각한 부당노동행위를 하고 있는 것”이라며 “협박죄, 모욕죄, 폭행죄, 통신비밀보호법 위반죄 등 형사처벌 항목도 다양하다”고 말했다. 노조 와해에 직원들 동원…“노조 탈퇴시키면 연봉 올려줄 것” 노조를 와해시키는 데 직원들을 구사대처럼 동원하기도 했다는 증언도 나왔다. 간호사 강아무개(46)씨는 노조에 가입하기 전에 자신이 병원 쪽의 ‘끄나풀’이었다고 털어놨다. “노조원과 단 둘이 있을 때 때리라고 말하는 간부도 있었어요. 나중에 안 그랬다고 잡아 떼면 된다고요. 또 노조원 한 명 퇴사시키는 데 1인당 1000만 원에서 3000만 원까지 연봉을 올려준다고 약속도 해줬어요. 전 수간호사였는데 제 연봉도 올려줬어요.” 강씨는 회사쪽의 이런 회유에 소극적으로 협조하기도 했지만, 양심의 가책을 못이겨 결국 2006년 노조에 가입했다. 그러면서 강씨의 삶은 순탄하지 않은 길로 접어들었다. 10여 년 경력의 베테랑 간호사인 강씨는 지난 3월부터 간호사 업무와 전혀 상관없는 ‘고객지원팀’으로 발령이 났다. 노조원 심각한 스트레스 시달려…제2의 자살 시도로 이어질 수도 노사 갈등이 계속되면서 노조원들은 심각한 스트레스와 피해의식에 시달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인권침해 진상조사단이 이 병원 노동자 60여명을 상대로 조사한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노조원 55%는 ‘상사로부터 폭언을 들었다’고 응답했고, 87%의 조합원은 ‘동료 직원으로부터 감시를 당하고 있다’고 답했다. 반면 비조합원은 약 13%만 ‘감시를 당했다’고 응답했다. 조사에 동참한 의사 이상윤씨는 “정신질환이 의심 되는 비율이 58.3%로 이는 일반인보다 4~5배 높은 수치”라며 “특히 노조원들이 더 위험한 상태”라고 진단했다. 자칫 노조원 가운데 제2의 자살자가 발생할 수도 있는 위험성을 내포하고 있다. 청구성심병원 “보도 나가면 병원 이미지 나빠진다” 묵묵부답 한편, 노조원들의 증언과 관련해 소상식 병원장에 해명을 요구했지만, 끝내 취재진을 만나주지 않았다. 대신 김성현 총무팀장은 “언론에 이런 논란이 보도 되면 병원 이미지만 나빠져 무대응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처럼 병원 쪽이 무시와 무 대응으로 일관하는 사이 올해 들어 1명의 간호사가 자살을 시도했고, 3명의 간호사가 추가로 정신질환 증세를 호소하며 근로복지공단에 산업재해를 신청할 예정이다. 청구성심병원에선, 아픈 사람을 치료해야 할 의료인들이 되레 환자가 되어가고 있다. 단지 노조원이라는 이유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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