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제가 김봉두 비디오를 봤습니다. (가까운 비디오점에.....)
저는 웃을 수가 없었습니다.
만약 현실에 김봉두 같은 선생이 없다면 맘놓고 웃을 수 있겠지만,
김봉두 선생은 지금 현실에 존재하는 인물이기 때문입니다.
김봉두는 노골적으로 학부모들에게 봉투를 요구하고, 학교에
학부모가 찾아오지 않은 아이는 벌을 세우거나, 괴롭힙니다. 그러다가
학부모 한 사람이 학교에 찾아와서 교무실을 발칵 뒤집어 놓죠.
김봉두는 상식으로라면 사표를 써야 마땅한데, 강원도로 좌천당하는데
그칩니다. 왜냐구요? 받은 돈의 일정 퍼센트를 교장에게
상납했었거든요.
(이걸 통해 삥뜯는 것에도 요령이 중요하다는 걸 알 수 있죠 -.-)
김봉두는 시골에서 엄청난 환영을 받는데, 환영회 첫 날 술이 떡이
되어서, 엉덩이 사이에 젓가락 끼우고 부러뜨리기, 팻트병 앞 다리
사이에 끼우고 철철 뿌리기 놀이를 하다가(참내, 단란 주점가면 그러고
노나보죠) 급기야 한 중년 아주머니 가슴팍에 만원짜리를 끼워주고는
정신을 잃습니다. 술잔치는 순식간에 조용해지죠.
(그래도 마을 사람들은 넘어갑니다. 그게 무슨 행동인지 모르니까
-.-)
김봉두는 시골학교를 갑갑해하고, 맨날 자율학습을 시키는 것으로
허송세월합니다. (-.- 요새 초등교육이 얼마나 다양한 학습 방법을
요구하는데...원) 그러다가, 머리를 짜내는 것이 아이들에게 편지봉투를
하나씩 나누어 주면서 부모님과 상의해서 선생님을 위해서 그 봉투를
채워 오라고 하죠. 다섯 명중 네 명은 편지를 써오고, 한 명은 봉투에
더덕을 넣어 옵니다. 그러자 다시 자율학습을 시킵니다. (-.-)
나중에는 아이들도 김봉두가 학교를 그만두려고 하고, 선생님이
봉투를 좋아한다는 걸 알게됩니다. 그러자, 정신이 살짝 나간 엄마와
불쌍하게 살던 한 아이가 산나물캐러가는 어른들을 따라가서 학교를
결석하게 됩니다. 그 아이(초등학교 4학년 정도)가 일주일정도 산속에서
헤매면서 나물을 캔 이유는 선생님께 드릴 돈을 마련하기
위해서였습니다. 그리고, 산에서 내려오는 날, 선생님 숙소 문틈에
3만원을 넣은 봉투를 가져다 드립니다. 대부분이 이 아이를 찾아가
김봉두가 아이를 때리고 우는 장면에 감동을 하죠.
그러나, 전 정말 감동적이지 않았습니다. 그건 그 때묻지 않은 아이가
선생을 감동시킨 것이지, 선생이 스스로 개과천선한게 아니지 않습니까?
대학교 교육학 선생님께서 저희들에게 한 번은 화를 내시면서
말씀하신적이 있습니다.
"서점에 갔다가 좋은 책이 있길래, 초등학교 다니는 아이 담임
선생님께 책을 두 권 선물을 했지. 그런데, 그 책이 다시 돌아온거야.
처음엔 어리둥절 했는데, 왜 그런지 알아? 책 속에 봉투가 없다고
선생님이 기분나빠 돌려 보내신거야. 내가 화가 나서 학교 가려다가,
우리 얘가 왕따당할까봐 참았지. 너희들! 어떤 선생 될꺼냐? 니네는
제발 그러지 마라."
만약, 우리 아이의 담임이 김봉두라면,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봉투에 더덕을 곱게 싸서 넣어드리면서, 선생님이 감동에 감동을 거쳐
개과천선하길 기다려야 할까요?
우리의 현실에 김봉두가 존재하는 이상, 저는 이 영화를 보면서 결코
웃을 수 없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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