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펀글> 21세기에는 합법 파업이 가능한가?
지저스		DATE 2003-07-01 21:23:57  HIT 1034

		21세기에는 합법 파업이 가능한가? 글쓴이 : 처음처럼 (진보누리에서 펀 글) Ⅰ. 들어가며 우리나라 전체 국민 4500만 명 중 약 3000만 명이 '법적' 노동자임에도 불구하고 스스로를 '노동자' 라고 인식하는 사람은 어느 정도일까? 아마 정확히는 모르겠지만 그리 많을 않을 거다. 그래서일까? 대부분의 국민들에게 '파업' 이란 익숙하지 않은 그 무엇, 불편하고 보기 싫은 그 무엇, 이유나 주장이 무엇인지에 상관없이 가까이해서는 안될 그 무엇으로 다가온다. 그래서 대다수의 국민들에게 '파업'은 라디오의 '57분 교통정보'에 나오는 교통에 방해가 되는 짜증나는, 시민을 볼모로 한 집단 이기주의일 뿐이다. 뿐만 아니라 항상 노동자들의 파업은 국가 경제를 위협하는 요소이며 이는 1970년대에도 그랬고, 1인당 국민 소득이 1만 달러를 넘었을 때도 그랬고, OECD에 가입했을 때도, 올림픽을 열고 월드컵을 열어 세계 10위권 내의 경제대국이 되었음에도 그러하다. 아마 영원히 그렇지 않을까? 우리는 파업하는 노동자들을 집단적으로 다른 사람의 재산이나 물건을 부수고 망치는 '조폭'과도 같은 존재로 보고 있는 것은 아닐까? 그렇다면 '파업'하면 쇠파이프와 화염병부터 떠올리는 대다수의 무의식적인 사고는 어떻게 형성된 것일까? 그것은 자신이 '직접' 그런 모습의 파업을 '최근'을 보았기 때문이 아니라 언론에서 보여준 '과거'의 화면 때문이다. 실제로 김대중 정부 출범인 1998년도 이후 '최루탄 사용 억제' 정책에 의해 반사작용으로 노동자들의 쇠파이프, 화염병의 사용은 현저히 줄어들었다. 현재까지 화염병은 1년에 1번 나올까 말까 할 정도이다. 그럼에도 우리가 무의식적으로 파업하면 화염병과 쇠파이프를 떠올리는 것은 신문, 방송 등의 언론의 '자료화면'으로 계속하여 기사의 내용과 무관한 과거의 특정한 파업의 장면을 계속 내보내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언론은 '자료화면'의 하단에 작은 글씨로 '본 화면은 특정 기사와 관련이 없음을 알려드립니다.'라는 식으로 적어 놓기는 한다. 그러나 이미 형성된 무의식적인 파업에 대한 관념이 그 작은 글씨로 인해 바뀔 수 있을까? 반대로 평화적인 파업의 모습을 '자료화면'으로 사용하지 않는 것은 왜일까? 그랬다면 과연 '파업'에 대한 관념이 지금과 같이 형성되었을지 매우 의문이다. 이러한 우리의 현실과 무의식적인 '편파적인' 관념을 전제로 '불법 파업' 이 되는 전형적인 과정을 살펴보고, 과연 이 땅에서 합법 파업이란 가능한 것인지, 가능하지 않다면 이러한 현실을 변화시키기 위한 대안에 대해 차례로 살펴보도록 한다. Ⅱ. 파업에 대한 대법원 판례(判例)의 기본 입장과 불법파업이 되는 전형적 과정 1. 불법 파업이 되는 전형적 과정 현재 노조의 쟁의행위가 불법파업으로 되고, 그에 따른 책임을 지우고 노동탄압을 하는 전형적인 과정은 다음과 같다. ① 파업 결의 및 돌입 → ② 용역깡패 기타 경비 인력을 동원하여 물리적 충돌을 사측이 사실상 조장 → ③ 이 과정에서 노조원들의 방어적 폭력 행위를 사진 및 영상으로 찍고, 반대로 노조원들이 찍은 사진과 카메라는 파손시킴 → ④ 조합 간부 및 폭력 행위 가담 조합원에 대해 형법상 업무방해죄로 고소 → ⑤ 검찰에서 조합원에 대해 구속 영장 발부나 지명 수배 혹은 기소 → ⑥ 조합과 조합간부, 폭력 가담 조합원에 형법상 업무방해죄로 인한 불법행위에 대해 가압류, 가처분, 손해배상 청구 → ⑦ 법원이 가압류, 손해배상 청구를 받아들임 이러한 과정은 전국 어디나 거의 다를 바가 없다. 사용자측이 마음만 먹으면 이러한 과정을 쉽게 밟을 수 있고, 법원과 검찰은 노동 분쟁의 실상에 대해 제대로 알지 못한 채, 노동부는 알더라도 사실상 방관한 채 일방적으로 법의 잣대를 노동자에게'만' 들이대고 있다. 2. 파업에 대한 대법원 판례(判例)의 기본 입장 노동조합및노사관계조정법(이하 '노조법')에서는 쟁의행위의 주체, 목적, 시기, 절차, 방법에 대해 자세한 규정을 두고 있다. 이는 세계에서 유래가 없이 자세한 규정으로, 반대로 이야기하면 그만큼 쟁의행위를 하는 것이 어렵다는 것을 의미한다. 대법원 판례(判例)는 노조법 제41조 제1항의 조합원 찬반 투표 규정과 관련한 소위 '만도 기계 파업' 사건에서 조합원 총회만을 하였을 뿐 쟁의행위 찬반 투표를 하지 않은 경우 조합원 대다수가 파업에 참여하였다고 하더라도 불법이라고 하였다. 그러나 조합원 찬반 투표 규정의 취지는 조합원들의 의사에 따라 파업을 하기 위한 '조합 내부의 민주주의'를 위한 것이다. 즉 이는 노동조합이 쟁의행위를 함에 있어 조합원의 의사에 따라야 한다는 조합 '내부'의 통제 규정이므로, 이 규정을 위반한 경우 노조 간부가 조합원들에 의해 불신임 당하거나 사퇴해야 하는 것은 별론으로 하고, 이를 위반했다고 해서 노동조합이 회사에 대하여 법률상 책임을 져야 할 아무런 이유가 없다. 특히 '만도 기계 파업' 사건의 경우 '투표'라는 형식적 절차만 없었을 뿐이지 '정리해고' 라는 급박한 상황 하에서 파업이 이뤄짐으로 인해 90% 이상 조합원들이 파업에 적극적으로 참여했다면 그것은 조합원의 의사에 따른 정당한 파업이라고 보는 것이 법의 취지에 더 맞지 않을까? 또 대법원 판례(判例)는 폭력 또는 파괴행위를 발생시켜서는 안된다 라고 하는데 이러한 폭력, 파괴행위는 주로 우리나라에서 파업이 자신이 일하는 사업장을 점거하는 형태로 이뤄지는 것과 관련이 있다. 외국은 대체로 파업을 하는 경우 출근 자체를 하지 않아 사업장을 텅 비게 만들고, 우리나라도 지난 2002년 발전노조 파업의 경우 이런 형태를 띄었다. 그러나 우리의 경우 전두환 정부 당시 노동 운동의 확대를 막기 위해 '파업을 반드시 사업장 내에서만 해야 한다' 라는 규정을 신설하여 파업을 철저히 개별 사업장 내에서만 하도록 하였고, 파업시 대체 근로를 금지한 규정을 사업주들이 제대로 지키지 않아 공장의 기계를 멈추기 위한 파업의 목적을 달성할 수 없으므로 노조원들은 이러한 대체 근로 인력이 회사에 들어오는 것 자체를 막기 위해 부득이하게 공장을 점거하게 된다. 그런데 노동자가 파업을 하면 당연히 공장의 기계가 멈추어져야 함에도 불구하고 회사는 파업의 효과를 감소시키기 위해 불법적으로 다른 노동자들을 고용하려고 하고, 이를 막으려는 파업 노동자들을 강제로 해산하기 위해 건장한 어깨를 가진 청년들로 이루어진 '용역깡패'를 동원하고 있다. 물론 이러한 것이 아직도 있는지 의문을 가진 사람들이 많고, 구체적으로 어떤 모습을 띄는지 잘 모르는 이들이 많다. 가장 쉬운 예는 영화 '비트'에서 정우성이 철거촌에 투입되는 과정에서 일당 아르바이트 형식으로 밤에 건설회사의 근로자의 옷을 입은 채 쇠파이프를 들고 들어가서 폭력적으로 주민들을 몰아내고 돈을 받는 장면이다. 현재 이러한 형태를 띈 '용역회사' 내지 '경비회사' 라는 이름아래 식칼, 쇠도리깨, 망치, 쇠파이프 등의 살상 무기를 가지고서 파업이 일어나는 경우 노동자의 강제해산을 위해 공장으로 투입되는 실정이고, 이러한 사정은 2002년 8월 제주 한라 병원 파업 당시 500여명의 경찰이 지켜보는 가운데 방패와 몽둥이로 무장하고 소화기와 고춧가루를 탄 물대포를 쏘는 용역깡패 앞에서 노조원들은 물에 흠뻑 젖은 채 방패로 찍히고 군화발에 채이고 몽둥이로 두들겨 맞아 20여명이 큰 중상을 입고 병원으로 실려가는 장면이 전국적으로 방송되면서 조금 알려지기 시작했다. 그러므로 파업이 폭력, 파괴행위를 띄지 않기 위해서는 근본적으로 용역 깡패를 동원하는 사용자의 잘못된 관행과 '대체근로 금지 규정'에 대해 엄격하게 법을 적용시켜 사용자의 불법을 원천적으로 봉쇄해야 한다. 그렇지만 용역 깡패 동원과 같은 사용자의 노조법상 부당노동행위에 대한 노동부의 국정감사 보고자료에 따르면, 98년 이후 4년 9개월 동안 접수된 사용자들이 부당노동행위는 무려 3천334건에 이름에도 검사가 기소한 비율은 1/3분 수준에 머무르고 있으며, 특히 부당노동행위로 구속된 사용자는 단 한 명도 없다. 그러므로 사용자들은 안심하고 이러한 행위를 할 수 있는 것이다. 한편 지하철, 버스 노동자들이 많이 하는 '준법투쟁' 과 관련해서 대법원 판례(判例)는 준법투쟁 역시 근로조건 결정에 관련하여 자신의 주장을 관철하기 위해서 집단적으로 근로하지 않음으로 인해 사용자의 '통상적인 사실상의' 업무운영을 방해한다면 쟁의행위에 해당하고, 이러한 경우 정당성의 여부를 일반적인 쟁의행위와 동일한 기준으로 판단하고 있다. 그런데 지하철 운영을 보면, 현재 지하철이 한 역에 정차하는 시간이 1분이 채 되지 않는다. 그러나 지하철의 정상적인 업무 규정이나 안전 수칙에 의하면 한 역에 손님이 있던 없던 간에 그보다 더 많은 시간을 정차해야 한다. 그래야 지하철 부품이 쉽게 마모되지 않고 사고 발생이 적어지므로, 이러한 규정이나 수칙은 시민들의 안전과 직결되는 것이다. 그러므로 현재 시민들이 누리고 있는 빠른 지하철 운행으로 인한 편리함은 사실상 시민의 안전을 무시한 불법적인 운행으로 인한 것이다. 그럼에도 지하철 노조가 이러한 불법적인 운행을 거부하고 '준법투쟁'으로 이러한 규정을 지켜 운행하는 경우 사법부나 검찰은 현재 불법 파업으로 간주하고, 언론은 시민들의 불편을 가중시키는 이기적인 집단으로 노조를 내몰고, 시민들은 실제로 노조에 욕을 하는 등 불편한 심기를 감추지 않는 것이 현실이다. 빠르고 편리한 지하철이 안전한 지하철보다 우선해야 하는 걸까? 결국 '준법투쟁'은 쟁의행위라고 볼 수 없다. 쟁의행위는 '사용자의 정상적인 업무를 저해' 하는 것이다. 그런데 준법투쟁은 현재 '불법적'으로 운영되고 있는 업무를 '정상적'으로, '합법적'으로 되돌리려는 것이므로 '정상적인 업무'를 '저해' 한 것이 아니라, '비정상적인 업무'를 '정상화'시키는 상식적으로 올바른 행위이다. 그럼에도 대법원 판례(判例)와 같이 준법투쟁을 쟁의행위로 보고 시기, 절차 등을 지키지 않는 경우 불법이라고 한다면 현재 파행적으로 운영되는 비정상적인 업무 형태를 계속 유지하라는 것에 다름 아니다. Ⅲ. 헌법상 기본권인 노동3권의 실질적 보장을 위하여 1. 노동법 개정의 필요성 현재 노조법은 많은 문제점을 안고 있다. 쟁의행위에 대한 과도한 규제와 직권중재조항, 쟁의행위에 대한 민·형사 책임 규정의 형식화와 현재 사법부와 검찰의 법규정의 과도한 확대 적용이 맞물려 있다. 사법부와 검찰의 노동법에 대한 입장 변화가 하루아침에 이루어지지 않을 것으로 보이므로, 독소 조항들을 개정하고, 사법부와 검찰의 해석상 재량의 여지를 최소화하여 분명하게 규정하는 것이 필요하다. 2. 법원과 검찰의 노동 분쟁에 대한 인식 전화의 필요성 먼저 사법부와 검찰이 노동 분쟁을 바라보는 인식 자체가 바뀌어야 한다. 아직도 검찰은 노동 분쟁을 '공안사건'으로 다루어 공안부에서 맡고 있고, 파업 자체를 불온시하는 시각을 버리지 못하고 있으며, 법원 역시 별로 다르지 않은 채 노동 문제의 특수성이나 역동성을 간과한 채 평면적으로 기록만으로 판결을 내리고 있다. 특히 노동분쟁은 하나의 법적 판단이 미치는 범위가 1300만 명의 노동자에게만 미치는 것이 아니라, 그가 속한 가족까지 합치면 거의 국민 전체에 미친다는 점에서 단순한 민사 사건이나 형사 사건과 달리 보아야 한다. 왜냐하면 파업은 자본주의 사회에서 자유롭고 대등한 개인간의 분쟁을 전제로 하여 궁극적으로 재산권을 보장하고자 하는 민법, 형법과 같은 '시민법'과 자본주의의 수정을 통해 사회에서 절대적 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사회적 약자의 최소한의 인간다운 삶을 보장하기 위한 '사회법' 이 교차되는 지점에서 발생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지점에서는 사용자의 재산권의 보장과 노동자의 노동3권의 보장이라는 상충되는 헌법상 기본권의 조화로운 해석이 요구되는 지점이기도 하다. 그러나 현재 우리나라에서는 사실상 시민법만 존재할 뿐 사회법은 존재하지 않는다. 사회법은 '법전' 속에서만 존재할 뿐, 실제 그 법이 살아 움직여야 하는 법원에서도, 검찰에서도, 노동부에서도, 개개의 사업장에서 존재하지 않다. 그 결과 판사, 검사들은 사업장에 한 번 가본 적도 없고, 파업이 일어나서 종결될 때까지 지켜본 적도 없는 상태로, 때로는 법률의 문언의 해석 범위조차 무시하면서 판단을 내리고 있다. 이러한 판단에 대해 국민의 신뢰가 쌓일 수는 없으므로 노동자들이 '법원과 검찰은 힘있는 사람 편만 든다. 사용자 편만 든다' 라고 이야기하는 것이 전혀 근거없는 이야기는 아니다. 마치 결혼도 해본 적이 없는 20대 중·후반의 젊은 판사가 80대 노인들의 황혼 이혼에 대해 판결을 내릴 때, 그것이 법을 정확히 해석하는가의 여부와 관계없이 믿음이 가지 않는 것과 마찬가지이지 않을까? 이것은 법조인들의 '법률 해석 능력' 에 대한 불신이 아니라 '사실 관계의 이해' 에 대한 불신이다. 그러므로 법조 양성 과정에서 노동 분쟁에 대한 필수적인 교육과 노동계와의 지속적인 접촉과 대화를 통한 법조인의 인식 전환이 급선무이다. 3. 언론을 비롯한 사회적·국민적 시선 변화의 필요성 언론 역시 마찬가지이다. 언제나 노동자들의 파업은 '시민을 볼모로 한 이기적이고 폭력적인 행동' 이고, 해서는 안되고 시민의 불편만을 가지고 오는, 단지 자신들의 임금 인상만을 목적으로 한 행위로 도배해온 것이 언론이었다. 87년 6월 항쟁과 노동자대투쟁 이후에도 언론이 노동 분쟁을 바라보는 시각은 하나도 변한 것이 없다. 국민들 역시 마찬가지이다. 국민들은 파업을 바라보면서 항상 자신을 '노동자' 와 동일시하지 않고 언제나 '사용자' 혹은 '제3자로서 불편한 시민' 과 동일시하는 습성이 있다. 어릴 때부터 신문을 비롯한 언론을 비판적으로 보아야 한다고 교육을 받았음에도 그것은 단지 알고 있는 상식적인 말뿐이고, 집에서 TV를 보거나 신문을 볼 때는 그것이 진실만을 말하고 있는 것인 양 그대로 믿기 일쑤이다. 그리고 국민들은 자신의 문제가 아닌 경우 파업으로 인해 자신에게 불편이 생기면 파업의 이유가 무엇인지, 그 과정이 어떻게 했던 간에 파업에 일단 '반대' 하고 어떤 방법으로든 간에 빨리 파업이 그치기를 바란다. 그 순간 파업이 노동자들의 정당한 헌법상 기본권의 행사라는 사실은 까마득히 잊고서 말이다. 파업이란 원래 타인에게 어느 정도의 불편함을 가져다주는 것을 그 내용으로 한다. 헌법상 노동3권은 다른 기본권과 달리, 자신이 제공하는 노동을 거부하여 정상적인 업무를 방해하는 것을 통해 자신의 정당한 주장을 관철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따라서 노동자들의 파업이라는 정당한 기본권의 행사에는 타인의 기본권에 대한 필연적인 제한이 있게 되는 것이다. 그런데도 자신이 불편하니 파업을 끝내라고 말하는 것은 타인의 기본권의 행사를 원천봉쇄하는 것임은 물론 매우 이기적인 발상이라 할 수 있다. 그럼에도 우리나라에서는 2002년 월드컵을 준비하면서 매년 해야 하는 임금 협상과 단체 협상을 일부러 미루어 월드컵 기간 동안 파업을 할 수 없도록 하고, 정부 차원에서는 '노사 평화 선언' 이라는 것을 하도록 언론과 노동부 지침을 통해 사실상 압박하여 노동자들의 정당한 노동3권의 행사 자체를 막고자 했다. 이에 반해 1998년 프랑스 월드컵 개최 직전 프랑스의 에어 프랑스는 전면 파업에 돌입했고, 프랑스 운송 노조의 운전사들은 파업의 방식으로 고속도로를 자신이 운전하는 트럭으로 점거하여 도로망을 마비시키는 것을 채택했다. 하지만 프랑스 국민들은 '월드컵의 성공적인 개최' 라는 미명 아래에 이러한 노동자들의 권리 행사에 대해 비판하거나 강제 진압을 하지 않았다. 설사 월드컵이 원활하게 진행되지 못했다 하더라도 그것은 노동자들의 정당한 권리 행사로 인한 것이므로 할 수 없다는 태도를 가지고, 우리와 같이 검찰, 법원, 언론, 정부 등이 총동원된 공세를 펼치지 않았다. 오히려 그들은 비록 내가 불편하기는 하나, 내가 언젠가 나의 권리를 주장할 때 타인이 나의 권리를 보장해줄 것을 믿으면서 노동자들의 권리 행사를 보장해주었다. 이것은 단지 프랑스만의 예는 아니다. 프랑스는 선진국이라서 그렇다고 이야기하는 이들도 있다. 그러나 선진국의 정의를 어떻게 내릴 있을지 모르겠지만, 우리는 이미 올림픽, 월드컵도 개최했고, OECD에도 가입했고 경제 규모로 보더라도 세계 10대 강국의 수준에 이르렀다. 그래도 선진국이 아니라면 세계 1위 국가가 되어야만 선진국이 되는 걸까? 그럼에도 오히려 우리나라는 OECD 국가 중에서 유일하게 공무원 노조를 허용하고 있지 않고, ILO와 OECD로부터 수차례의 노동법 개정의 권고와 적용상의 과도함을 지적받았고, 최근에는 OECD국가 중에서 해고가 자유로운 나라 3위로 선정되기도 했다. 이로 미루어 보건대 현재 우리나라는 그 성장의 규모와 세계적인 위치에 비해 노동3권의 보장만은 여전히 1950년대 수준을 벗어나고 있지 못하고 있고, 국민들의 의식과 언론의 태도 역시 그대로라고 할 수 있다. Ⅳ. 더 이상 또다른 '전태일' 이 생기지 않기를 바라며 파업을 비롯한 노동3권의 보장을 위해서 노동 운동은 헌법의 기본이념에 따라 '실질적'으로 보장되어야 하고, 진보 정당의 성장 역시 더욱 확대되어야 한다. 현재 전국적으로 노동조합의 조직율은 12%가 채 되지 않은 상황이고, 산별노조의 건설은 여전히 불투명한 상황이며 외국과 달리 우리는 아직 진보정당인 '민주노동당' 이 국정 운영의 하나의 파트너로서 공식적으로 인정받지 못한 상황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지금으로부터 100여년 전 영국에서 발생한 1901년의 Taff Vale 판결이 시사하는 바는 크다. 1900년 8월 사우스 웨일즈의 Taff Vale 철도회사에서 파업이 일어나자, 회사는 우리나라의 용역깡패와 같은 '파업 파괴자'들을 고용하자, 이를 가로막기 위해 노조가 피켓팅을 하였고, 회사는 이에 대해 피켓팅의 강제철거 명령과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이에 대해 법원은 강제철거 명령을 받아들였고, 파업은 11일간 전개된 후 조정으로 해결되었다. 그런데 회사는 노조에 대해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제기하였고, 1901년 7월 법원은 파업으로 기업이 손해를 볼 수 있는 경우 기업 경영진은 노조활동에 대하여 얼마든지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고 하며, 노동조합에게 회사에 2만 3천 파운드를 지불하라는 판결을 하였다. 노조에게 민사상 손해배상책임을 인정한 이 판결로 인해 노조의 쟁의행위는 실질적으로 봉쇄되었고 이후 영국 노동운동은 많은 시련을 겪게 된다. 그렇지만 역설적으로 이 사건은 영국 노동자들에게 '진보정당'의 필요성을 체감하게 하는 결정적 계기가 되어 1905년의 선거에서 영국노총의 전폭적 지지를 얻은 '노동당'이 29석을 차지하게 되었고, 결국 쟁의행위에 대하여 노조의 민사면책을 규정한 1906년 '노동쟁의법'이 제정되는 시발점이 되었다. 결국 노동 기본권인 '파업권'의 실질적인 확보는 단순히 노동운동'만' 활발해진다고 해서 해결될 수 없다. 아무리 대중들의 불만이 높아도 여전히 우리 국회는 국민과 유리된 한나라당과 민주당에 의해 장악되어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지난 96-97년 총파업 당시 이것을 확인했다. 건국이래 최초의, 사상 최대의 '정치 총파업'을 성사시켰음에도 우리는 노동악법을 막아내지 못했기에 의회 내에서 우리의 높은 불만과 열망을 대변해줄 세력을 원해서 '민주노동당'을 만들었다. 그러므로 우리는 노동 문제가 단순히 '법의 문제' 가 아니라 나아가 '정치의 문제'라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 그리고 항상 사용자의 재산권을 우선시하는 발상이 전환되지 않는 한, 파업하는 노동자들을 시민의 불편이나 가져다 주는 폭도와 같은 존재로 보는 국민들의 인식이 전환되지 않는 한, 이 땅에서 21세기에도, 22세기에도 언제나 자신의 몸을 불살라 자신의 주장의 정당성을 호소하고자 하는 또다른 '전태일' 은 계속 생길 수밖에 없지 않을까? * 올린이 : 참꽃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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