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즐겁지 않았다" | ||||||||||||
[비정규직 24시] 광화문 광장에서 외롭고 슬픈 사람들 | ||||||||||||
누군들 그렇지 않았을까. 봄부터 여름까지 광화문에 서면 우리가 얼마나 싱싱하게 저항할 수 있는지 확인하는, 모르는 얼굴들이 정겨웠다. 입시학원과 서열화에 찌들어 있을 것이라 생각했던 10대들의 거침없는 발언은 어찌나 상쾌하던지. 어깨도 안아주고 싶고 손도 잡아보고 싶었다. 유모차를 끌고나온 어머니들은 지금까지와는 다른 아줌마의 힘으로 경찰의 폭력을 무력화시켰고 청와대로 가는 길이 막혀 밤새도록 싸우는 새벽이면 경찰이 퍼부어대는 물대포에 “더운 물”을 달라고 외치며 군중들은 권력의 폭력을 조롱했다.
그런데 나는 왜 즐겁지 않은가? 단식을 하는 동지에게 밥을 먹으라고, 우리가 싸움에서 패했으니 그만하자고 말할 수가 없어 입 다물고 가슴을 치는 억울함이 돌덩이처럼 징징 울었다. 비정규직 싸움을 하는 우리는 왜 외로울까? 그리고 심지어 불쌍할까? '좌파적 상상력' 이전에 우리가 있다 숨죽여 살아도 아무 때나 해고되고, 노동조합을 만들어서 싸워도 아무 때나 해고되어 길고 지루한 봄, 여름, 가을, 겨울을 보내고 다시 봄, 여름, 가을, 겨울을 반복해서 살아낸 후에도 여전히 길거리 천막에서 싸우는 것이 가능하다는 것을 증명해서 보여주기 위해서가 아니라 그렇게밖에 살 수 없어서 싸우는 노동자들은 물론 발랄하지 않다. 우리는 사람도 아니었구나... 그렇지만 상상한다 어째서 경찰은 거짓말하지 않고 도둑질하지 않은 우리에게 그토록 성내며 위협하는지, 어째서 법은 늘 회사의 편인지, 알고 보니 우리는 사람도 아니었구나! 경적을 울리며 달리는 화물연대 트럭을 타고 시민들과 함께 광화문을 지나 청와대로 질주하는 상상을 한다. 청와대 안뜰에 모여 앉아 이명박을 세워놓고 술을 마신들 어떠랴! * * * 앞으로 <레디앙>을 통해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삶과 투쟁 현장의 소식을 전해줄 권수정씨는 강원도 정선 산골 광산촌에서 자랐으며, 봉제공장과 과자공장에서 라인을 타며 광부였던 아버지의 노동을 이해하게 된 것을 자랑스럽게 생각하는 노동자다. '비정규직 24시'라는 제목의 칼럼을 게재하는 권수정씨는 2003년 현대자동차 아산공장에서 사내하청지회 설립 이후 해고됐으며 현재 비정규직 싸움을 진행하고 있는 중이다. <편집자 주> | ||||||||||||
|
돈보다생명
[비정규직 24시] 광화문 광장에서 외롭고 슬픈 사람들
by 노안부장 posted Nov 12, 20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