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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4.12 22:07

대학생들이 뿔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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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권 여당 한나라당이 내세운 정책은 ‘반값 대학등록금’인데 이명박 정권이 실행에 옮긴 것은 인턴제와 대졸 초임 깎기다. 대학생들에게 백번 머리를 조아려도 모자랄 판인데 오히려 적반하장이다. 지난 10일 청와대 들머리에 있는 청운동사무소 앞에서 ‘등록금 인하’와 ‘청년실업 해결’을 촉구하면서 집단 삭발식을 한 21세기한국대학생연합(한대련) 대표자 49명을 경찰이 강제 연행했다.

‘반값 등록금’에 필요한 정부재정은 약 5조원. 이에 비해 부자 감세 정책으로 줄어든 재원은 올해 13조원, 내년부터는 해마다 20조원을 넘을 것이라고 한다. 대학생들을 ‘봉’으로 본 게 아니라면 있을 수 없는 일이다. 2008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교육지표를 보면, 국민총생산 대비 공교육비 정부 부담은 한국이 0.6%로 오이시디 평균 1.1%의 절반 수준인 반면, 민간 부담 공교육비는 1.8%로 유럽연합 평균(0.2%)의 9배, 오이시디 평균(0.4%)의 4.5배다. 정부 부담이 적은 만큼 학부모와 학생의 등골이 휠 수밖에 없다. 우리는 그 고통과 좌절의 신음 소리를 한두 번 들은 게 아니다.

그럼에도 걸핏하면 세계 10위권 경제대국을 자랑하고 선진화를 주장한다. 파리1대학 대학원생인 내 아이가 학년 등록 하면서 낸 돈은 330유로(약 60만원). 의료보험 자기부담금 일년치가 포함된 금액이다. 국민소득 수준 1만달러가 되기 전, 좌파 정권이 들어서기 전부터의 일이다. 더구나 한국의 대학 진학률은 80%를 넘어 세계 최고다. 대학을 나오지 않으면 “당신 몇 학번이오?”라는 물음에 시달려야 하고 인간의 존엄성을 지키며 살기 어려운 사회다. 사회는 구성원들에게 대학 나오길 강요하지만 정부는 물론 대학도 기업도 책임을 지지 않는다. 수익자 부담 원칙을 주장해야 하는 쪽은 대학 진학률이 우리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저쪽의 일이지 우리가 아닌 게 분명한데 말이다.

이런 터에 대학생들이 각자 ‘스펙 쌓기’에만 몰두하고 집단적으로 뿔낼 줄 모른다면 “국민 수준을 뛰어넘는 정부 없다”는 명제에 비추어 우리 사회의 전망은 어둡다. 각자 ‘나만의 계층 상승’, ‘나만의 대기업 정규직’을 모색할 때 잘못된 사회구조는 바뀌지 않은 채 절대다수는 88만원 세대에 머물 것이다. 구성원 간 연대의 가치를 강조해야 하지만, 승자 독식 구조에서 ‘죄수의 딜레마’에 빠지는 것은 어리석음일 뿐이다.

오늘도 신문 지면과 방송 뉴스는 온통 허접한 정치꾼들 얘기로 가득하다. 그들은 혐오스런 정치를 통해 정치를 독점하는 부수적인 효과를 얻었다. 대학생들을 비롯한 젊은이들에게 정치 혐오감을 갖게 함으로써 정치에서 멀리하는 데 성공한 것이다. 젊은 세대가 너나 할 것 없이 “나, 정치에 관심 없어!”라는 말을 마치 자신이 혐오스럽지 않다는 점을 자랑하는 양할 때, 정치는 사익을 추구하는 정치꾼들의 전유물로 남고 정치에 관심 없는 젊은이들은 계속 ‘봉’으로 남을 것이다.

이번 ‘등록금 인하’ ‘청년실업 해결’ 촉구 농성 선포식에서는 여학생 대표들도 적잖이 삭발에 참여하여 결연한 의지를 보였다. 전국 70여 대학 총학생회가 참여한 한대련은 5월1일과 2일에 큰 집회를 준비하고 있다. 과연 그들의 희망대로 ‘제2의 촛불 항쟁’이 불타오를 것인가. 한국 사회의 진보가 다시금 학생운동에 빚지는 일이 벌어질 것인가. “연대냐, 홀로 서기냐.” 질문은 던져졌는데, 오늘의 젊은이들은 내일의 한국 사회를 미리 보여준다.

홍세화 기획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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