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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자동차 하청업체 소속 비정규 노동자들이 어제까지 25일 동안 울산공장 점거 파업을 벌였다. 노동자들은 지난달 15일 기습적으로 공장을 점거했고 이 바람에 공장의 기계들은 맥없이 멈춰섰다. 노동자 없인 기계가 돌아갈 수 없다는 걸 다시 확인시켜주면서 말이다. 점거 파업이 한달 가까이 흔들리지 않은 건, 경험 많고 조직 잘 갖춘 노조한테도 쉽지 않은 일이다. 더는 못 참겠다는 분노와 우직함만으로 그들은 버텨냈다.

뜻밖의 일은 이뿐 아니다. 이들은 농성을 시작하고 며칠 뒤 트위터로 치고 들어왔다. 점거 농성 조합원들이 각자 트위터 계정을 만들어 목소리를 내기 시작한 것이다. 이들은 회사 쪽의 일방적인 주장이 언론을 통해 보도되면 즉각 반박하는 등 적극 대응했다. 파업하는 노조들이 보통 대변인을 통해서 틀에 박힌 이야기만 전하는 것과는 꽤 다른 양상이다.


하지만 더 주목할 일은 트위터를 통해 농성 현장과 외부 사이의 거리감이 크게 줄었다는 점이다. 노동자들은 시시각각 안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어떻게 추위와 배고픔을 견뎌내는지, 사진까지 덧붙여 생생하게 알렸다. 그러다 보니 이들의 글이 뜸해지면 혹시 무슨 일이 있나 걱정하는 사람도 하나둘이 아니다. 어느새 그들의 충실한 ‘추종자’(팔로어)가 된 것이다. 농성 노동자들은 트위터를 통해 외부 소식도 접하고 사람들의 반응도 알아본다. 이들이 각자 자신의 생각과 소신을 솔직하게 드러내는 것도 그전과는 다른 모습이다. 이러다 보면 집행부만 바라보는 대신 각자 상황을 판단하고 의견을 모아 일을 결정하는 게 가능해진다. 자연히 자발성도 생기게 마련이다. 이런 자발성이야말로 흔들림 없는 파업의 비결이 아닐까 싶다.


새로운 파업 양상은 트위터라는 인터넷 매체 덕분에 가능해진 일만은 아니다. 시대만 변한 게 아니라 노동자들도 변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그들은 이전 세대와는 확연히 다른 듯하다. 트위터 자기소개 항목에 ‘아직은 어려서 노는 걸 좋아하지만…’이라고 쓴 20대 후반의 농성 노동자를 보면 변화의 단면을 엿볼 수 있다. 그는 추위와 배고픔 속에서도 지치거나 기가 꺾이지 않고 여느 트위터 이용자들과 자연스럽게 섞였다. ‘현대차비정규직파업’이 인터넷 포털사이트 인기 검색어로 뜨는 게 소원이라며 열심히 동참을 호소하고, 파업 끝나면 먹고 싶은 음식들을 늘어놓기도 한다. 트위터에서 만난 파업 지지자들을 찾아다니며 맛난 음식을 얻어먹을 계획까지 세워놨다.


이 청년은 자기 소신을 밝히는 데도 거침이 없다. “농성 포기하고 내려가고 싶습니다. 하지만! 전 대한민국의 20대 청년입니다. 저 자신이 이 나라를 이끌어갈 미래입니다.” “왜 파업하냐는 질문 받아봤습니다. 여러분의 꿈은 무엇입니까? 그 꿈… 꿈을 위해 무언가를 한다는 게 힘들고 지칠수록 뿌듯한 기분 아십니까? 이게 제 답입니다.” 놀기 좋아하는 이 청년한테서 “우리 때는 그러지 않았는데, 요즘 애들은 짱돌도 들지 않는다”며 훈수나 두는 기성세대가 얼마나 어리석은지 배운다. 이 청년 덕분에 아름다운 삶이 어떤 모습인지도 봤다.


우스개처럼 하는 말 가운데 ‘세상은 파업해 본 노조와 그렇지 않은 노조로 나뉜다’는 게 있다. 실제로 파업을 겪은 노동자들은 눈빛부터 다르다. 파업을 하려면 목숨을 걸다시피 해야 하는 한국의 현실 탓이다. 파업 노동자들은 권력이 얼마나 자신들한테 적대적인지 그 진실에 눈을 뜬다. 현대차 비정규직들도 똑같다. “(공장) 출입증 반납하고 사원증 받아 내려가겠다”던 그들이 이제 “우리가 지면 자식들도 영원히 비정규직 딱지를 달고 살게 된다”고 말하게 된 까닭이 여기에 있을 것이다. 이번 싸움이 어떻게 마무리되든 그들이 지금의 마음가짐을 지켰으면 좋겠다. 그들은 이미 그전에 살던 세상과 다른 세상에 들어섰고 그 힘이면 세상 전체를 바꾸는 것도 한낱 꿈만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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