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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하나의 파리목숨이 크레인 위로 기어오릅니다

1월 3일 아침, 침낭도 아니고 이불을 들고 출근하는 아저씨를 봤습니다.
새해 첫 출근날 노숙농성을 해야하는 아저씨의 마음은 어땠을까요.
이 겨울 시청광장 찬바닥에서 밤을 지새운다는 가장에게 이불보따리를 싸줬던 마누라는 어떤 심정이었을까요.

살고 싶은 겁니다. 다들 어떻게든 버텨서 살아남고 싶은 겁니다.
지난해 2월 26일, 구조조정을 중단한다고 합의한 이후 한진에서 3000명이 넘는 노동자가 잘렸고, 설계실이 폐쇄됐고, 울산공장이 폐쇄됐고,
다대포도 곧 그럴 것이고, 300명이 넘는 노동자가 강제휴직 당했습니다.
명퇴압박에 시달리던 박범수, 손규열 두 분이 같은 사인으로 돌아가셨습니다.
그런데 400명을 또 자르겠답니다. 하청까지 1000명이 넘게 잘리겠지요.
흑자기업 한진중공업에서 채 1년도 안 된 시간동안 일어난 일입니다.

그 파리목숨들을 안주삼아 회장님과 아드님은 배당금 176억 원으로
질펀한 잔치를 벌이셨습니다. 정리해고 발표 다음 날.

2003년에도 사측이 노사합의를 어기는 바람에 두 사람이 죽었습니다.
여기 또 한 마리의 파리목숨이 불나방처럼 크레인 위로 기어오릅니다.

스물한 살에 입사한 이후 한진과 참 질긴 악연을 이어왔습니다.
스물여섯에 해고되고 대공분실 세 번 끌려갔다 오고, 징역 두 번 갔다오고,
수배생활 5년하고, 부산시내 경찰서 다 다녀보고, 청춘이 그렇게 흘러가고
쉰 두 살이 되었습니다. 산전수전 다 겪었다 생각했는데 가장 큰 고비가 남았네요.

평범치 못한 삶을 살아오면서 수많은 결단의 순간들이 있었습니다만
이번 결단을 앞두고 가장 많이 번민했습니다. 85호 크레인의 의미를 알기에
지난 1년. 앉아도 바늘방석이었고 누워도 가시이불이었습니다.
자다가도 벌떡 벌떡 일어나 앉아야 했던 불면의 밤들.
이렇게 조합원들 잘려나가는 거 눈뜨고 볼 수만은 없는 거 아닙니까.
우리 조합원들 운명이 뻔한데 앉아서 당할 순 없는 거 아닙니까.
더 이상 피할 수 없는, 정면으로 붙어야 하는 싸움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전 한진조합원들이 없으면 살 이유가 없는 사람입니다.
제가 할 수 있는 걸 다해서 우리 조합원들을 지킬 겁니다.

쌍용차는 옥쇄파업 때문에 분열된 게 아니라 명단이 발표되고 난 이후
산자 죽은자로 갈라져 투쟁이 힘들어진 겁니다.

지난 일요일. 2003년 이후 처음으로 보일러를 켰습니다.
양말을 신고도 발이 시려웠는데 바닥이 참 따듯했습니다.
따뜻한 방바닥을 두고 나서는 일도 이리 막막하고 아까운데
주익 씨는…재규 형은 얼마나 밟히는 것도 많고 아까운 것도 많았을까요.
목이 메이게 부르고 또 불러보는 조합원 동지 여러분!

- 김진숙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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