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참한 우리 아줌마노동자들 | |||||||||||||||||||||||||||||||||
[칼럼] 백만 원에 인간을 팔고, 누군가는 부동산으로 배불리고 | |||||||||||||||||||||||||||||||||
최근 기륭전자 노조원들에게 폭력사태가 잇따랐다. 94일 간 단식농성으로 몸이 이미 상할 대로 상한 김소연 금속노조 기륭전자분회 분회장이 농성에 들어갔다가 경찰에게 끌려 나와 병원으로 후송됐다. ‘비정규직은 사람도 아니냐!’는 절규가 현장을 울렸다고 한다. 이것이 우리의 21세기다.
기륭전자 공장의 생산직 노동자 중 정규직은 15명, 계약직은 40명, 파견직은 223명이었다고 한다. 정확히 나뉘어진 신분이다. 정규직은 양민, 계약직은 천민, 파견직은 노비라고 할 수 있겠다. 그러나 같은 공장의 같은 노동자였다. 같이 일하는 사람들 사이에 존재하는 차별, 전형적인 봉건사회의 모습이다. 상여금도 정확히 이 신분순서에 따라 차등지급됐다.
“회식을 가도 관리자 분들이 정규직 친구들하고만 얘기해요. 파견 따로 한 구석에 모여 있어요. 와서 술 한 잔 권하는 것도 없고 그랬어요.” - 김소연 분회장
아이가 교통사고가 났는데도 잘리는 것이 무서워 병원에 못 갔다는 얘기다. 뿐인가? “문 잠가놓고 (출근했는데) 일을 하고 오니까, 큰 애가 변기통에다 대변을 보고, 저도 더러웠나봐요, 엉덩이를 들고 고개를 이렇게 박고 자고 있더라구요. 그때가 굉장히 힘들었죠.” - 노동자 박행란 일할 동안 어린 아이를 티비가 나오는 방에 가둬놨어야 했다는 얘기다. 이런 상황에서 불이 나 아이가 타죽는 사고도 과거부터 최근까지 이어지고 있다. 이렇게 억척스럽게 일을 해서 도대체 얼마나 벌었을까? “쉬는 날도 없이 한 달 꼬박 일하니까 백만 원 손에 쥐더라고.” “일요일도 안 쉬고 한 달 내내?” “네, 한 달 꼬박 일하니까. 잔업까지 하고. 백만 원 손에 쥐더라고.” 백만 원이다. 그것 때문에 한 달 내내 아이가 교통사고가 나도, 본인이 아파도, 집안에 일이 생겨도, 아기를 돌봐줄 사람이 없어도 일을 해야 했다. 작업 중에 받는 인격적인 모멸에 눈물을 흘리면서도 충성을 바쳐야 했다. 백만 원 때문에. 그들의 백만 원, 누군가의 ‘절세’ 이런 식으로 쌓인 한이, 이 ‘아줌마’들로 하여금 투쟁을 하도록 만든 것이다. 이것이 좌익세력, 강성노조의 탓인가? 아줌마들이 배후조종을 받고 있나? 돈이 넘쳐나 집을 몇 채씩 샀다가, 세금폭탄 맞는다고 볼멘소리를 하고, 그 집값 떨어질까봐 부동산 경기 부양을 요구하고, 지방에 사놓은 땅 팔 때 세금 안 내려고 소작농이 받을 알량한 지원금까지 가로채는 번영의 세상 그림자 속엔 ‘우린 사람도 아니냐!’는 음울한 절규가 묻혀있다. 인간을 인간으로 여기지 않는 한국사회이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한국사회가 인간을 인간으로 생각했다면 전체 노동자의 반 이상을 비정규직으로 만들고, 그들이 심정적으로 경제적으로 인간 이하의 삶을 살도록 하는 최근의 변화는 가능할 수 없었다. 어떤 식으로든 해결방안을 도출해냈을 것이다. 그러나 한국사회는 그렇게 하지 않았다. 그저 노동유연화를 해야 국가경쟁력이 향상된다고, 노동자 임금이 줄어들어야 기업경쟁력이 향상된다고만 떠들어댔을 뿐이다. 기륭전자 측의 노무관리엔 문제가 있었던 걸로 보인다. 그러나 이것이 기륭전자만의 책임일까? 애초에 차별적 비정규직이라는 제도를 만든 국가의 책임이 더 크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민주국가다. 왕국이 아니다. 국민의 책임, 노조의 문제 그러므로 국정은 국민의 책임이다. 노동자의 비정규직화처럼 국가구조 자체를 뒤바꾸는 대대적인 구조조정은 국민의 동의가 없었다면 가능하지 않았다. 그러므로 정권, 기업, 국민 등 한국사회 모두의 책임이다. 이것을 뒤집는 것도 국민이 결단해야 한다. 스웨덴 같으면 아이가 감기만 걸려도 직장을 쉬고 아이 간호를 할 수 있다. 사업주가 착해서일까? 아니다. 국가제도가 그런 것이다. 국민의 정치적 결단으로 그런 제도를 만들어야 한다. 한 사회에서 그런 결단이 정치적으로 힘을 발휘하려면 노조의 힘이 강해져야 한다. 인류역사를 보면 강한 노조를 가진 나라가 좋은 복지제도를 향유하는 경향이 있다. 노조도 기업별 노조가 아니라 국가단위의 연대노조가 그렇다. 바로 북유럽이다. 국민이 노조를 적대시하는 한 이런 사회는 오지 않는다. 노동자끼리 분열하고, 국민이 노조를 적대시하고, 전 사회가 노동자의 절규를 외면하는 지금의 상황에선 한국사회는 변할 수 없다. 국민 다수의 고통도 계속된다. 구성원 다수의 삶이 저렇게 무너지는데 나라인들 온전할까? 이대로라면 한국사회는 미구에 썩어문드러질 것이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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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보다생명
처참한 우리 아줌마노동자들
by 노안부장 posted Oct 23, 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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