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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순 서울대 명예교수 “세계경제 ‘시장 만능주의’ 환상은 깨졌다”

by 노안부장 posted Jan 06, 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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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순 서울대 명예교수 “세계경제 ‘시장 만능주의’ 환상은 깨졌다”
 오창민기자 riski@kyunghyang.com
ㆍ[2009 신년 특별인터뷰]

이명박 대통령의 신년 국정연설이 있었던 지난 2일 조순 서울대 명예교수는 “이 대통령이 국민 여론에 귀를 기울이고, 쉬운 일부터 찾아서 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조 명예교수는 이날 경향신문과의 새해 특별 인터뷰에서 “잘 찾아보면 국민과 야당이 원하는 일 중에서도 정부와 여당이 찬성하는 일이 있을 것”이라며 “이런 일을 먼저 해서 정부에 대한 신뢰를 쌓으면 더 어려운 일도 쉽게 할 수 있다”고 밝혔다.

조순 서울대 명예교수는 “전세계 경제위기는 패러다임의 변화를 통해 극복할 수 있다”며 “국내 경제는 올해 하반기부터 안정세를 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김기남기자


그는 “신자유주의 이데올로기는 그동안 실용주의로 포장돼 있었다”며 “전 세계적인 경제위기를 통해 ‘시장은 만능’이라는 환상이 깨졌다”고 말했다. 조 명예교수는 “실물경제가 부실해지고, 금융이 과도하게 비대해진 것이 금융위기의 본질”이라고 규정했다. 그는 “이번 위기는 전 세계 경제의 패러다임 변화를 통해서만 극복할 수 있다”며 “올해 말쯤에는 국내 경제가 진정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조 교수는 새해 망구(望九·81세)가 됐다. 그러나 한 치의 흐트러짐이 없었다. 목소리 톤은 낮았지만 또렷했고, 정확한 문장을 구사했다. 산책과 요가·기공(氣功) 등이 건강유지 비결이라고 했다. 서울대 경제학과 교수를 지냈고, 경제부총리(1988~90년), 한국은행 총재(93~94년), 초대 민선 서울특별시장(95~97년), 국회의원(1998~2000년) 등을 거쳤지만 그는 서울대 명예교수로 불리기를 원했다.

-“부실해진 실물경제 비대해진 금융이 이번 위기의 본질”-

- 경제가 언제쯤 회복될까요.

“모든 나라가 강한 독감에 걸렸다고 생각하면 이해가 쉬울 것 같습니다. 금융위기가 실물부문으로 넘어가면서 전 세계로 독감이 급속도로 확산되고 있는 상태입니다. 올해 상반기에는 경제의 불확실성이 더욱 커지고, 경기가 더 하강할 우려가 있다고 봅니다. 아직까지는 경기가 바닥을 치고 ‘턴 어라운드’할 기미가 전혀 보이지 않는 상태입니다. 각 나라가 처한 상황에 따라 다르겠지만 우리나라는 연말쯤 되면 경제가 진정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 이번 경제위기의 원인은 무엇이라고 보십니까.

“단순히 파생금융상품의 과다 공급 때문에 경제위기가 발생했다고는 보지 않습니다. 실물경제가 부실해지고 금융은 과도하게 비대해진 것이 이번 금융위기의 본질입니다. 90년부터 미국의 금융화가 본격 진행되면서 실물경제가 점점 사각지대로 몰렸습니다. 독감에 걸리기 쉬운 경제 체질이 된 것이지요. 금융 시스템의 중심인 미국에서 문제가 터졌기 때문에 경제위기가 전 세계적으로 빠르게 확산됐습니다. 97년 외환위기 때는 우리나라와 일부 동남아시아 국가들의 위기였습니다. 당시에는 미국 등 다른 나라에 수출을 많이 해서 경제위기를 극복할 수 있었지요. 그러나 지금은 상황이 다릅니다. 전 세계 경제의 패러다임 변화를 통해서만 극복할 수 있습니다.”

- 전 세계적인 경제위기로 자본주의가 어떤 식으로든 바뀌어야 한다는 지적이 있습니다.

“그동안 신자유주의 이데올로기가 실용주의로 포장돼 있었습니다. 시장이 만능이라는 환상은 이번 경제위기로 깨졌습니다. 시장 만능주의는 지속가능한 시스템이 아닙니다. 미국 월가에서 시작된 금융위기가 세계를 큰 틀에서 변화시키고 있습니다. 그동안 작은 정부에 대한 강조는 정부 능력을 약화시켰습니다. 정부와 시장의 역할을 어떻게 나누고 조화시켜 나갈지 고민해야 합니다.”

- 우리나라 경제구조나 시스템의 문제는 없습니까.

“국내 경제에서 차지하는 수출 비중이 지나치게 큽니다. 국내 시장이 대외부문에 비해 너무 작아진 탓에 외부 충격에 대한 대응력이 취약해졌습니다. 국내 시장을 키우려면 결국 중소기업을 살려야 합니다. 농업부문에 대한 투자도 필요합니다.”

- 경제위기 극복을 위해 한국은행이 많은 돈을 풀고 있고, 정부도 재정지출을 늘리고 있습니다. 한은과 정부의 정책을 어떻게 평가하십니까.

“경제위기 극복을 위해 재정과 유동성을 늘리는 것은 불가피하다고 봅니다. 다른 나라도 그렇게 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유동성 과잉으로 후유증이 생길 수 있습니다. 미국이 통화량을 늘리고 이자율을 낮추며 재정 지출을 확대하는 것은 디플레이션(경기침체 속 물가 하락) 우려 때문입니다. 그러나 우리 국민의 소비지출 성향과 기업의 투자지출 성향을 볼 때 우리나라는 디플레이션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될 것 같습니다.”

- 미국 대선에서 민주당이 승리하면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에 중대 변수가 생겼습니다. 국회에서는 한·미 FTA 비준안을 놓고 여야가 대립하고 있는데요.

“한·미 FTA 비준동의안이 처리된다고 해도 미국에는 별다른 영향을 주지 못할 것입니다. 미국 오바마 대통령 당선자는 후보 시절부터 한·미 FTA 외에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콜롬비아와의 FTA도 재고해야 한다는 입장이었습니다. 오바마 당선자는 취임한 후 당분간은 경제 문제 때문에 한·미 FTA에 관심을 가질 여유가 없을 것입니다. 자동차산업에 관심이 많으니 한국에 미국 자동차를 사 가라는 얘기 정도는 할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우리나라의 야당이 국회에서 농성까지 해가며 반대하는데 굳이 현 시점에서 비준안을 통과시키기 위해 무리할 필요가 없다는 것입니다.”

- 이명박 정부가 내세운 7% 경제성장률 달성이 가능하다고 보십니까.

“70~80년대처럼 높은 경제성장률을 달성하는 것이 이제는 어렵습니다. 우리나라도 저성장 기조로 갈 수밖에 없습니다. 특히 지금 같은 상태에서 연 7% 경제성장률 달성은 세계적으로도 중국 정도가 적극적으로 내수진작책을 쓸 때나 가능합니다. 경제성장률이 과거 개발시대보다 낮다고 해서 이를 경제위기로 규정해 재정지출을 늘리면 안됩니다.”

- 고용 문제, 특히 청년 실업이 큰 문제입니다. 정정길 대통령실장은 오는 2월에 대졸 실업자들이 쏟아지고, 3~4월 기업 구조조정으로 실업자들이 생기면 정부에 위협세력이 될 수 있다는 말까지 했습니다.

“돈을 얼마 쏟아부으면 일자리가 몇 개 생긴다는 식으로 고용 문제를 접근해서는 안됩니다. 경제 전체의 큰 틀에서 봐야 해답이 나옵니다. 경제의 펀더멘털(기초여건)과 패러다임을 바꾼다고 생각해야 합니다. 기업주나 노동자들의 희생도 필요합니다. 조직을 살린다는 명목으로 나이든 사람이나 사회적 약자를 해고하는 것은 옳지 않습니다. 임금 삭감을 해서라도 함께 생존해야 할 생각을 해야 합니다.”

-“연 7% 성장 불가능 유동성·재정확대는 후유증 생각해야”-

- 한은 총재와 경제부총리를 모두 역임하셨습니다. 한은이 경제위기 상황에서 소극적이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습니다.

“한은은 정부로부터 독립하기가 참 어렵습니다. 제가 한은 총재일 때도 그랬습니다. 특히 지금과 같은 경제위기 상황에는 한은의 자율성을 논의하기가 더욱 어려운 분위기입니다. 미국이나 영국의 중앙은행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러나 정상적인 경제상황이라면 중앙은행의 독립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 우리 사회가 시급히 고쳐야 할 부분이 있다면 어떤 것이 있겠습니까.

“정치인과 언론인들이 ‘좌파’ ‘우파’ 등과 같은 말을 쓰지 않았으면 합니다. 상대방에게 좌파다, 우파다 하면서 색깔을 구분하면 감정이 섞이게 마련입니다. 말은 부드럽게 하고, 나와 생각이 다른 상대방을 존중해주는 자세가 필요합니다. 교육도 큰 문제입니다. 우리 사회는 빨리 영어 배워서 좋은 곳에 취직해 돈 벌어 잘 살자는 식의 사고가 너무 팽배해 있습니다. 정치와 언론, 교육이 하루빨리 정상화돼야 합니다.”

- 제자인 정운찬 전 서울대 총장과 사제간의 정이 각별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정운찬 전 서울대 총장은 제자이지만 인품이 참으로 훌륭한 사람입니다. 군자지교담여수(君子之交淡如水)라는 말이 있습니다. 군자의 사귐은 물과 같이 담담하다는 의미인데 정 전 총장과의 관계가 그렇습니다.”

<오창민기자 riski@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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