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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 아들 생일..아빠는 좋은 사람이었다고 말해주고 싶다"

by 관리자 posted May 06, 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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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 아들 생일..아빠는 좋은 사람이었다고 말해주고 싶다"

[인터뷰] 故박종태 열사의 부인 하수진씨

배혜정 기자 bhj@vop.co.kr
사랑하는 친구 수진에게
당신은 내 친구였어. 동갑내기 친구가 아니라 내가 아플 때 어렵게 투쟁할 때. 길을 잘 못 가거나 힘들어할 때 다른 곳에 있지 않고 언제나 내 곁에 있었던 소중한 친구말야..

-故 박종태 열사가 가족에게 남긴 유서 중


운수노조 화물연대본부 광주지부 1지회 故박종태(38)지회장에게 부인 하수진(38)씨는 항상 힘이 되고 의지 할 '등받이'였다.

수진씨에게 박 지회장도 그랬다. 대학교 3학년 때 손에서 피가 나는 줄도 모르고 신들린 듯 꽹과리 치는 박 지회장의 모습에 반해 사귀어 한 가정을 이룬지 이제 10년. 가정일보다 바깥 일을 더 열심히 하는 남편이 미울 때도 있었지만 언제나 신념을 꺾지 않고 정의로운 사람이었기에 어디 내놓아도 늘 자랑스러운 남편이었다.

그런 남편이 생때같은 두 아이들까지 떼어놓고 갑자기 세상을 등졌다. 수진씨는 아직도 믿기지 않은 듯 "자다 일어나보니 열사 부인이 돼 있다"며 울먹였다.

"그 때 왜 그렇게 잔소리를 했었나.."

박종태 열사 부인 하수진씨

故박종태 열사의 부인 하수진씨가 5일 고인을 생각하며 눈물을 훔치고 있다.ⓒ 민중의소리


5일 아침 오랫만에 빈소에서 나와 바깥공기를 쐬는 수진씨에게 '남편은 어떤 사람이었냐'고 물으니 "정신이 멍해 남편이 어떤 사람인지 잘 생각이 안난다"고 말했다. 수진씨의 표정은 담담했지만 남편의 기억을 더듬어가면 갈수록 눈물은 그칠 줄 모르고 하염없이 흘러내렸다.

"남편은 집안 일을 정말 대충대충했어요. 빨래를 널 때도 탁탁 턴 다음에 널어야 하는데 세탁기에서 꺼내서 그냥 널었구요. 그래서 제가 잔소리를 좀 많이 했어요. 밖에서 하는 거 반만큼이라도 집에서 해보라고. 지금 생각해 보면 그 때 왜 그렇게 잔소리를 했나 미안하기도 하고.."

남편이 화물연대에 가입해 화물운전을 하던 2003년, 수진씨는 그해 둘째 정하를 낳았다. 대다수 화물운전사들이 그렇듯 박 지회장도 기름값, 수수료, 통행료 아끼느라 야간운전을 주로 했고 종종 벌어지는 파업 투쟁을 이끄느라 집에 못들어오기 일쑤였다.

그 즈음 어느 날 박 지회장은 고속도로 좌판에서 파는 생선 등을 30만 원 어치나 사왔다가 수진씨에게 된통 핀잔을 들었다.

"전복을 사면 광어, 도미, 농어까지 덤으로 얹어준다고 하는 그런거 있잖아요. 남편은 전복 생각만 하고 사왔는데, 저는 비싼 돈 주고 사왔다고 막 타박했었어요. 결국 전복만 먹고 다른 생선들은 다 남에게 보내주고 부산을 떨었었는데, 병원 앞 죽집에 걸린 전복죽 사진을 보니까 그 생각이 나데요. 목 메어서 혼났네.."

"내일이 아들 생일인데..."

남편과 마지막 통화를 했던 28일. 박 지회장은 수진씨에게 "내가 잘하고 있는 것인지 모르겠다. 내가 조합원들을 잘못된 방향으로 이끌어가는 게 아닌지 생각이 든다"며 괴로운 마음을 털어놓았었다고 말했다.

그 때까지만 해도 이상한 느낌을 못받았던 수진씨는 남편이 29일 종적을 감추면서 남긴 메모와 그 다음날 민주노동당 광주시당 홈페이지에 남긴 글을 보고 "무척 화가 났다"고 말했다.

"처음엔 화가 정말 많이 났죠. 주위사람 믿고 같이 하면 되는데 왜 혼자 바보같이 어리석은 행동을 하려고 할까 화가 많이 났었어요."

그러나 자신이 한 말에 대해선 책임을 지는 성격인 남편이 극단적인 선택만 하지 말았으면 하는 바람에 온 밤을 하얗게 지샜던 수진씨에게 3일 대전에서 날라온 소식은 청천벽력 같은 이야기였다.

아직까지 수진씨는 큰 딸 혜주와 둘째 아들 정하에게 아빠의 소식을 전하지 못했다. 모든 어린이들이 부모님의 손을 잡고 놀기를 기대하는 '어린이날'이 바로 오늘이지만 아이들은 광주에, 수진씨는 대전에, 박 지회장은 하늘에 각각 떨어져 있다.

수진씨는 아빠가 선물 사오기만을 기다릴 아이들 생각에 가슴이 미어진다. 더군다나 6일은 정하의 7번째 생일이기도 하다.

수진씨는 "내일이 아들 생일인데 어떻게 얘기할까 정말 고민이 된다"면서도 "그래도 아이들에게 아빠는 좋은 사람이었다고 이야기해 주고 싶다"며 눈물을 훔쳤다.

"정하는 다섯 살 때까지 아빠와 놀아 본 기억이 없어서 아빠를 무서워했어요. 그러다 작년부터 지 아빠랑 목욕탕 다니면서 친해졌는데.."라며 말 끝을 흐리는 수진씨. 언젠가 부부싸움 끝자락에 "정하랑 목욕탕을 다녀달라"는 자신의 소박한 바람을 지켜줬던 남편이 마냥 그립기만 하다.

수진씨는 "한순간에 열사의 아내가 돼버렸지만 아무쪼록 고인의 뜻이 잘 전달이 돼 고인이 원하는 바가 이뤄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내 아이들 뿐만 아니라 다른 많은 아이들이 가족들과 오손도손 잘 살 수 있도록, 먹는 거 자는 거 걱정하지 않고 잘 살 수 있도록 우리 신랑이 밑거름이 됐으면 합니다. 지금 당장 괴롭긴 하겠지만 시간이 많이 흐른 뒤에 그렇게 됐을 땐 뿌듯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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