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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보다생명

[잊혀진 계급①] 고용통계의 함정

by 관리자 posted Jun 02, 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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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잊혀진 계급①] 고용통계의 함정

"반(半)실업 동향에 주목해야"


임금이 몇 개월 이상 체불된 노동자, 혹은 물량 감소로 인해 휴업상태가 된 사업장의 노동자. 이들은 과연 취업자일까, 실업자일까?

정부의 고용지표로 보면 이들은 취업자로 분류된다. 그러나 상식적으로 생각해보면 이들은 '정상적' 취업자로 보기 어렵다. 이러한 반(半)실업자들은 현재의 실업률 통계에서 사각지대에 놓여있다.



정부의 고용통계와 실질 고용 사이의 괴리

정부가 공표하는 고용관련 지표와 실질 고용 사이에는 깊은 괴리가 존재한다.

지난 13일 통계청이 발표한 '4월 고용동향'에 따르면, 4월 취업자는 2,352만 4천명으로 전년동월대비 18만 8천명 감소했다. 실업자는 93만 3천명으로 전년동월대비 14만 8천명 증가했고, 고용율은 58.8%로 전년동월대비 1.2%p 하락했다. 실업률은 3.8%로 전년동월대비 0.6%p 상승했다.

이렇게 통계청이 매달 발표하는 고용동향은 취업자와 실업자 수치를 알려주는 중요한 지표임에 틀림없다. 하지만 허점이 많은 지표이기도 하다.

통계청이 발표하는 고용지표는 기본적으로 가구조사로 실시되는 '경제활동인구조사'를 활용한다.

'경제활동인구조사'는 전국 약 3만2000가구에 상주하는 만 15세 이상(매월 15일 현재) 가구원을 대상으로 실사하는 표본조사로, ‘경제활동인구’란 만 15세 이상 인구 중 조사대상 기간 동안 상품이나 서비스를 생산하기 위해 실제로 수입이 있는 일을 한 취업자와 일을 하지는 않았으나 구직활동을 한 실업자를 말한다.

문제는 비경제활동인구에 대한 조사이다. 비경제활동인구도 '경제활동인구조사'를 통해 산출되는데, 이는 취업자도 실업자도 아닌 사람들로, 활동상태에 따라 △육아 △가사 △통학(취업준비를 위한 통학 포함) △연로 △심신장애 △구직단념자 △기타(취업준비, 진학준비, 군입대대기, 그냥 쉬었음)로 분류되는 인구를 일컫는다.

미국 노동통계청의 유사실업 기준에 따른 한국의 저활용노동. 순환휴직 상태와 같은 반실업은 포함되지 않았다.

미국 노동통계청의 유사실업 기준에 따른 한국의 저활용노동. 순환휴직 상태와 같은 반실업은 포함되지 않았다.ⓒ 새사연


새로운사회를여는연구원의 이수연 연구원은 이들 중 "통학과 비통학의 취업준비를 모두 합친 인구와 '그냥 쉬었음' 인구를 유심히 봐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들은 구직활동을 하지 않아 비경제활동인구에 포함되긴 했지만 실제로는 실업의 상태인 경우가 높기 때문이다.

이수연 연구원은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는 현재의 고용 지표를 보완하기 위해 다양한 연구기관에서는 실질실업률, 체감실업률, 유사실업률 등의 이름으로 새로운 지표를 제시할 필요가 있다"며 △일주일에 18시간 미만 일하는 노동자 중 추가취업을 희망하는 인구(19만5천명)와 △취업준비 인구(59만명), △'그냥 쉬었음' 인구(132만9천명)를 합해 실질 실업률을 추산했다.

이렇게 추산해 본 4월 실질 실업률은 약 10.3%로 정부가 발표한 3.7%의 세 배에 달한다.

정부의 고용관련 지표와 실질 고용 사이의 괴리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정부는 임금이 과다하게 체불돼 일을 하고 있지만 돈을 벌지 못하는 노동자나 공장 가동률이 급격히 떨어져 일시적 휴직 상태가 된 노동자, 혹은 생산량 감소로 인해 작업장 청소나 교육훈련으로 전환배치되어 실직을 앞두고 있는 노동자 등 사실상 반실업 상태가 된 노동자들도 모두 '취업자'로 분류한다.

통계청이 고용관련 지표를 추산할 때 근간이 되는 '취업자'의 정의가 상당부분 현실을 반영하지 못하는 것이다.

한 통계청 관계자는 "대상 주간에 1시간 이상이라도 일을 했다면 모두 취업자로 분류된다"며 "사실상 휴직상태에 처해있든, 임금이 체불됐든 (고용조건과는) 상관없이 일을 하기만 했다면 모두 취업자"라고 말했다.

고용관련 조사가 진행되는 그 주에 1시간이라도 일을 했다고 응답을 하면 모두 '취업자'가 되는 셈이다. 때문에 정부의 고용관련 지표는 광범위하게 존재하는 실업자를 모두 누락시키고 있는 것이다.

'반실업'의 실상

지난 외환위기 이후 한국의 고용 상황은 큰 변화를 겪었다.

'노동유연화'라는 기조하에 비정규직이 급증해 그 비율이 OECD 평균(17.1%)의 3배 이상인 53%에 달한다. 이러한 상황에서 글로벌 경제위기가 터지자 고용의 불안정성은 가중되고, 현재 해고가 된 것은 아니지만 경기 변동에 따라 반실업 상태로 추락하는 비율이 높아지고 있다.

실제 노동현장에서 파악해 본 고용상황은 통계에 잡히지 않는 반실업의 문제를 드러낸다.

전국금속노동조합(금속노조)에 따르면 4월말을 기준으로 산하 사업장 242개 가운데 82%인 199개 사업장에서 희망퇴직, 정리해고, 휴업, 근무형태 변경 등 인력 구조조정이 진행되고 있다.

이미 희망퇴직과 정리해고가 이뤄진 사업장은 26개이며, 매각 혹은 폐쇄된 사업장도 12개다. 문제는 희망퇴직이나 정리해고로 인해 이미 실직된 사람들은 정부가 추산하는 고용통계에 실업자로 집계되지만, 나머지는 모두 '취업자'로 집계된다는 것.

4월말 기준 금속노조의 242개 사업장 가운데 82%에서 희망퇴직, 정리해고, 휴업, 근무형태 변경 등 인력 구조조정이 진행중이다.

4월말 기준 금속노조의 242개 사업장 가운데 82%에서 희망퇴직, 정리해고, 휴업, 근무형태 변경 등 인력 구조조정이 진행중이다.ⓒ 민중의소리 자료사진


금속노조가 파악한 구조조정 작업 가운데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물량의 감소로 인한 순환휴직(순환휴업)으로 구조조정 사업장 가운데 78.4%를 점하고 있고, 생산 감소로 인한 근무형태 변경(16.1%)이 그 뒤를 잇고 있다.

또한 현재 희망퇴직이나 정리해고 관련 노사교섭이 진행 중인 사업장은 20여개로 이들 역시 향후 실직상태로 가거나 상당기간 반실업 상태에 처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 그외 임금체불 사업장을 포함해 이들 대부분은 정부의 고용통계에 잡히지 않는 사실상 '반(半)실업자'들이다.

송재영 민주노동당 민생희망본부장은 이와 관련해 "외환위기 이후 고용시장이 악화됨에 따라 광범위한 실업 문제가 심각하다"며 "정부의 한정적인 실업구분이 아니라 변화된 고용상황에 따른 실질적 실업, 즉 반실업 현황에 주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렇게 악화된 고용 상황은 회복되기는커녕 글로벌 경제위기와 더불어 더욱 나빠질 것으로 보여 대책이 시급한 상황이다.

여전히 실물경기가 침체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상태에서 더욱 나빠질 것으로 전망되는 지표들이 발표됨에 따라 고용 상황도 이와 함께 악화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특히 이명박 정권이 올해 안에 본격적인 노동유연화와 기업 구조조정을 진행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한 만큼 올해 하반기부터 '폭풍'이 휘몰아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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