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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살자"는 게 과도한 바람일까요

by 관리자 posted Jul 09, 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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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살자"는 게 과도한 바람일까요

[기고] 옥쇄파업 중인 쌍용자동차 노동자의 아내가 보낸 편지


권지영(쌍용자동차 가족대책위)
기계가 멈춰서고 공장의 불들이 꺼진 공단의 밤은 어느 곳이나 그렇겠지만 인적이 드물고 조용하기만 합니다. 오늘 저녁도 쌍용자동차 평택공장 정문 앞에서 바람에 이리저리 일렁이는 초를 앞에 두고 하루빨리 이 힘들고 지루한 싸움이 끝나기를 바라며 가족들이 함께한 작은 촛불문화제가 있었습니다.

문화제가 끝난 그 시각 근무교대를 하기위해 분주한 경찰들 너머로 바라다 보이는 쌍용차공장의 모습은 더욱 어둡고 을씨년스럽기까지 합니다.

우리 왜 이렇게 만나야 하나요?

철문을 사이로 파업 노동자들과 가족들이 안타까운 만남을 갖고 있다.ⓒ 쌍용자동차지부



베란다 창문 너머 멀리 공장의 모습을 보고 있으니 한없이 마음이 무너져 내립니다.

남편이 작업복을 입고 주·야 맞교대로 동료들과 웃으며 출근했을 공장을, 그 넓은 공장주변을 까만 제복의 경찰들이 철조망을 따라 빼곡히 둘러싸고 있습니다. 마치 중죄를 지어 사회와 차단시켜 교화하기 위한 목적으로 지어놓은 교도소 같습니다. 지금 쌍용자동차는 공권력에 의해 저들의 말대로라면 '보호(?)', 제 눈으로 보자면 '고립'되어 있습니다.

돌이 막 지난 아기와 말을 이제 제법 잘하기 시작해 아빠를 찾는 네 살난 딸과 함께 남편을 보러 한 아내가 찾아옵니다. 그 앞을 막아서는 경찰에게 왜 들어가지 못하게 하냐며 부탁을 하다, 하소연을 하다, 항의를 하다 그냥 주저앉습니다.

아기를 좀 안아보자고 좀 가까이 보자고 철망 너머 한 노동자가 눈물을 흘리며 소리를 칩니다. 옆에 있던 저도 제 딸아이도 그리고 다른 아내들과 아이들이 모두 눈물을 흘리며 울어버립니다.

공장 근처로 가면 우선 신분증검사를 합니다. 그리고 가지고 온 물건을 확인받습니다. 정문 앞으로 가 남편에게 물건을 건네주려고 하면 또 다시 경찰이 다가와 막아서며 '면회를 하려면 인적사항을 써야 한다'고 합니다. 그리고 비닐봉투 안 양말과 속옷 그리고 한 두가지 반찬들을 뒤적이고 생수병 속의 물까지도 확인을 합니다.

그런 까다롭고 기분 나쁜 절차를 거치고 거쳐 허락해 주는 면회라는 건, 경찰 컨테이너로 가려지고 남은 2미터 남짓의 정문을 사이에 두고 문너머에 있는 남편의 얼굴을 보는 것 뿐입니다. 그렇게 좁은 문을 사이에 두고 붙어서서 아이들을 잠깐 보고 문 틈새로 아이의 손을 잡는 것으로 경찰이 말하는 면회가 끝이 납니다.

그나마도 경찰이 방패로, 바리케이트로 막아서고 있는 정문 앞에 가는 것이 무섭고 두려워 우는 아이를 안고 아빠에게로 다가가지 못하는 엄마들이 태반입니다.

가만히 서서 누군가에게 묻고 싶어집니다. 부당하고 억울한 해고를 당해 이대로는 정든 일터를 뒤로하고 나설 수 없어 파업을 하고 있는 천여명의 노동자들이 그렇게 큰 잘못을 저지른 것인지...

어느날 갑자기 남편의 해고통지서를 받아들고 하늘이 무너지는 듯한 고통을 느껴야만 했던 아내와 가족들이 대체 무엇을 잘못했다는 것인지...

"얼굴 보기 힘들다"

경찰이 쌍용자동차 평택공장을 봉쇄하면서 가족들도 공장안으로 들어오지 못하게 됐다. 파업 중인 노동자가 아내와 철문과 쇠창살 사이로 만남을 갖고 있다.ⓒ 쌍용자동차지부



파업을 하고 있는 노동자들의 요구는 단 하나였습니다.

"함께 살자"

나만 살자가 아니라 우리 모두 이 공장에서 함께 일하며 같이 살아가자는 것이었습니다. 회사가 경영의 위기를 맞았다면 무엇이 잘못이었는지 누구의 책임인지를 밝히고 찾아내 그것부터 바로잡고 우리 모두 함께 살 수 있는 방법을 찾아보자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나 그런 소박하고 당연한 요구는 너무 쉽게 무시되고 거부되었습니다.

그리고 회사는 처음부터 그럴 생각이 없었고 다른 계획을 갖고 있었음을 알게 되면서 새로운 바람과 욕심이 생겨납니다.

회사는 단지 '경영상 필요에 의한 해고'를 한 것이 아니었습니다.

회사는 2600명의 일자리를 빼앗고 분사와 외주화 그리고 대량해고를 통한 노동조합 무력화를 시도해 쌍용자동차를 비정규직 노동자들로 채우고자 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것을 시작으로 이 땅의 많은 일자리를 값싸고 언제든 계약해지라는 이름으로 손쉽게 통제할 수 있는 비정규직으로 만들고자 하는 더 큰 움직임이 있습니다.

파업대오와 가족들은 그런 세상을 온 몸으로 거부하고자 합니다. 공장주변을 에워싸고 있는 앳된 얼굴의 전투경찰들이 군복무를 마치고 제대를 하면 맞닥뜨릴 사회가 그런 무자비한 세상이 아니었으면 합니다. 우리의 자식 뿐 아니라 지금 자라나는 모든 아이들이 살아가야 하는 세상이 그런 세상이 아니었으면 하는 욕심입니다.

이것이 지나친 욕심인가요? 과도한 바람일까요?

쌍용자동차 파업 노동자와 아이

경찰이 쌍용자동차 공장 주변을 봉쇄하면서 가족들과의 만남도 수월찮다. 한 노동자가 철문 밖으로 손을 내밀어 아이의 손을 잡고 있다.ⓒ 쌍용자동차지부



단순하게 생각해보아도 세상은 성실히 노동하며 묵묵히 살아가는, 많은 일하는 자들이 좀 더 행복하게 살 수 있도록 변화되어야 합니다.

자신의 일에 보람을 느끼고 긍지를 가지며 노동하고, 그 노동으로 즐겁고 행복하게 삶을 꾸려갈 수 있어야 합니다. 그러한 일터가 더욱 많아져야만 합니다.

내가 알지 못하는 일들 때문에 하루아침에 해고가 되고 이유도 묻지 못한 채 일터에서 쫓겨나는 일들이 생겨나서는 안됩니다. 장시간 노동과 저임금으로 고통받으면서도 늘상 해고의 위험앞에 불안해하며 살아가야 하는 비정규직은 없어져야만 합니다.

저기 외로운 섬처럼 고립되어가는 쌍용자동차 안에서 긴장과 불안으로 하루하루 보내는 노동자들은 그런 세상을 위해 오늘도 힘겨운 파업 48일 차를 맞이하고 있는 것입니다.

구로에서 창원에서 두 달 여 만에야 남편을 보러와 철조망 너머로 짜장면 한 그릇을 건네주고 철조망을 사이에 두고 아빠와 아이들이 마주앉아 짜장면을 먹는, 울어야 될지 웃어야 될지 모르는 장면들이 이제는 없었으면 좋겠습니다.

하루빨리 정리해고라는 그 검고 검은 먹구름이 걷혀 일하는 자 그 누구라도 모두 행복하게 노동할 수 있는 그런 세상이 오길 소원하고 또 소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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