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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암병원 ICU , ER 간호사 성명서]

by 노안부장 posted Oct 15, 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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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암병원 ICU , ER 간호사 성명서]

이제 더 이상 참을 수 없습니다.

일한만큼 연장근무시간 인정해주십시오.


노동조합의 선전물을 통해 3교대근무시간이 변경된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그리고 근무시간 변경이 우리들의 의견수렴을 통한 것이 아니라 간호업무를 전혀 모르는 부서에서 만들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근무시간 변경은 우리 근무 현실과는 너무나 동떨어진 것입니다. 근무시간만 변경될 뿐 지금도 하고 있는 연장근무는 그대로하면서 우리만 희생하라니 너무나 어이없을 따름입니다. 


데이출근을 하기 위해 새벽에 억지로 눈을 뜨고, 출근시간 늦을까봐 밤중에 서너번 잠을 깬다는 사실을 아십니까?

밤새 일하고 나면 피곤에 쪄들어 말할 기운도 없는 나이트근무는 죽어도 들어가기 싫은 심정 아십니까?

내 환자 보기도 여념이 없는데 후배들이 에러를 낼까봐 백을 봐주며 더 정신이 없는 근무를 해본 적이 있습니까?

화장실 갈 시간도 없고 식사는커녕 물도 먹을 시간도 없이 배고픔을 참으며 일했습니다. 다음 duty 간호사들이 왔을 때 너무 배고파 쓰러지기 일보직전이어도 입술을 깨물며 일하고 있다는 것 아십니까?

내가 마쳐야 할 일이 마무리되지 않아 인계시간이 오는 것을 두려워하는 것 아십니까?

최소 30분 일찍오고, 1시간 이상 over time이 되어도 일은 끝나지 않고, 가까스로 퇴근하는 길에 내가 빼먹은 것은 없는지 고민고민하며 집으로 돌아가고, 병원에서 전화가 올까봐 전전긍긍하는 것을 아십니까?

갑작스러운 사직과 병가자, 갖가지 일로 번표가 바뀔 때마다 병원에 묶인 하인이라는 생각을 해본 적이 있습니까?

아파도 다른 간호사들에게 피해를 줄까봐 쉬지도 못하고 출근하고, 진통제 맞으면서 일을 해왔다는 것 아십니까?


우리 간호사들은 이렇게 생활하고 있습니다. 이런 현실도 전혀 모른 채 근무시간 변경이라니요? 간호사들 업무는 하나도 모르면서 오히려 근무시간변경을 하겠다고 강행하는 것에 우리는 분노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아무런 대책도 없이 근무시간을 줄이겠다고요??

환자가 심폐소생술을 해야하는데, 기도확보를 해야하는 상황인데, 수술이 끝나고 환자가 왔는데, 응급 환자가 입원을 하거나 간호사를 부르는데, 의사가 내 담당 환자 드레싱한다고 하는데 퇴근해야 한다고 거절할 수 있습니까?

우리는 병동을 책임지고 환자를 책임지는 간호사로서 그 상황에 바로바로 대처해야만 합니다. 우리는 일부러 연장근무를 하는 것이 아니라 그렇게 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 연장근무를 할 수 밖에 없었던 것입니다.

   

너무나 참고 일해서 간호사들을 무시하는 건가요? 그렇게 일해봐야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다는 것을 이제야 깨닫게 되었습니다. 이제는 더 이상 참을 수 없습니다. 지금부터라도 밥을 못먹는 것부터 시작해서 연장근무시간까지 모두 청구하겠습니다. 그래서 우리 간호사들이 어떻게 일하는지 모든 병원 사람들에게 알리고, 실제로 일하는 시간에 대한 우리의 권리를 찾겠습니다. 연장근무를 인정하고 이에 대한 정당한 대가를 의료원은 인정해주시기 바랍니다. 

 

2008년 10월 14일

안암병원 MICU, SICU, CCU, NICU, NR, ER 간호사 일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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