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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인년(庚寅年), 백호의 해인 2010년이 밝았다. 늘 그렇지만 언론사들은 새해 희망과 포부를 가득 담은 메시지를 공급하기에 바쁘다. 방송사들은 일찌감치 준비한 신년특집 프로그램을 잇따라 내보내고 있지만, 신문들도 벅찬 새 출발을 다짐하는 내용들을 가득 담은 두툼한 신년호를 경쟁적으로 발행했다.

 

특히 신년사설에서 각 신문들은 주관성을 다양하고 강렬하게 드러내기 일쑤다. 신년호들은 약속이나 한 듯 '호랑이', '희망', '지방선거'에 초점을 맞췄다. 평소처럼 정파성과 지역성이 논조에 고스란히 녹아 든 신년사설도 눈에 띈다. 그러나 올해는 이명박 정부의 후반기 국정을 가늠하고 지방선거를 치르는 매우 중요한 해다.

 

이 때문에 대부분 지역신문들은 일련의 정치 일정이 시민의 삶과 민주주의의 향방에 적잖은 영향을 줄 것이라며 소통과 화합을 강조했다. 반면 일부 보수신문들에는 '올해 창간 90주년을 맞는 중요한 해'라며 일찌감치 자축을 기원하는 사설도 등장해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2010년 새날이 밝았지만 새날이 가져다 준 의미는 신문마다 달랐다.

 

[서울] <조선>·<동아>, 신년사설서 '자찬', 전개방법도 흡사...쌍둥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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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선일보 신년사설.
ⓒ 조선일보
신년사설

 

서울에서 발행되는 일간지들 중 <조선일보>와 <동아일보>의 신년사설 의제가 어쩌면 그리도 비슷한지 읽는 순간 아연하지 않을 수 없다. 제목도 흡사하다. <조선>은 '지나간 100년 다가올 100년'으로, <동아>는 '100년을 돌아보고 100년을 함께 꿈꾸자'로 뽑았다. 꼭 쌍둥이 같다는 느낌을 준다.

 

<조선>은 사설에서 "2010년은 조선왕조 멸망 100년, 6·25전쟁 발발 60년, 4·19혁명 50년이 되는 해"라고 전제하면서 "대한민국은 민족의 총 역량을 기울여 망국과 전쟁과 혁명의 격동 세월을 뚫고 세운 나라"라고 서두에서 밝혔다.

 

100년 전이나 지금이나 '적은 인구, 좁은 국토'라는 한국의 인구·지리학적 여건은 달라진 게 없다는 논리를 장황하게 전개했다. 그러나 갑자기 논조가 다른 길로 빠졌다. '민주국가', '경제대국' 등을 국내외 사례를 들며 강조하더니 자축분위기로 끝을 맺는다.

  

"조선일보도 망국 국민의 비탄 속에서 태어나 전쟁의 폐허 위에서 국민과 더불어 신음하고, 민주 혁명의 함성에 국민과 하나 된 기억을 나이테에 새기며 2010년 창간 90년을 맞았다. 다가오는 2020년 '세계의 선두에 선 대한민국'의 감격을 국민 곁에서 함께 누리며 조선일보가 창간 100년을 자축(自祝)할 수 있게 되기를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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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아일보 신년사설.
ⓒ 동아일보
신년사설

 

어안이 벙벙해 진다. 더 어리둥절하게 한 것은 <동아>의 사설과 너무 닮았다는 점이다. <동아>도 이날 '100년을 돌아보고 100년을 함께 꿈꾸자'란 제목의 사설을 올렸다. "올해는 일본의 한국강제병합 100주년, 6·25전쟁 발발 60주년, 4·19혁명 50주년, 5·18민주화운동 30주년이 되는 해"라고 규정한 것도 비슷하다.

 

사설은 "그러나 '민주화 이후의 민주주의'는 뿌리를 내리지 못하고 있다"며 "헌법정신과 법의 지배를 따르고 정파적 이해를 떠나 세계 공통의 민주주의 원칙과 가치를 실천하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민주화 완성의 길"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더니 뜬금없는 자사 창간 의미를 부여한다. <조선>과 문맥의 흐름이 너무도 흡사해 혀를 내두르게 한다.

 

"올해로 창간 90주년을 맞는 동아일보는 일제강점기 숱한 정간과 기사 삭제를 당하면서도 민족의 목소리를 대변하다 1940년 끝내 폐간을 당했다. 1945년 12월 1일 복간한 뒤에는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를 수호하기 위해 반(反)민주 권위주의 정권과 대한민국의 정체성을 흔든 좌파 정권을 향해 시시비비로 맞섰다. 동아일보는 앞으로도 흔들리지 않고 국리민복을 위한 정론(正論)을 펼 것이며 다양하고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는 역할에 충실하고자 한다."

 

<경향>·<한겨레>, "소통부재, 민주주의 위기...반성, 연대 중요" 

 

서로 논조가 비슷한 사설이 또 있다. <경향신문>과 <한겨레신문> 신년사설이다. 그러나 전하고자 한 공동 메시지는 <조선>·<동아>와 분명 다르다. '소통'과 '성찰'을 두 신문은 화두로 삼았다. <경향>은 '민주주의 위한 대전환의 해로'란 제목의 사설을 '소통'으로 시작해 나갔다.

 

"소통의 공간은 무한정 펼쳐져 있지만 흐름은 멈춰 있다. 수없이 많은 언어가 쉴 새 없이 교환되지만, 통하지는 않는다. 소통하지 못하는 한국 사회의 풍경이다."

 

그러면서 "서민의 삶에 희망을 갖게 해야 한다"고 주장한 사설은 "그런 의미에서 6월의 지방선거는 중요하다"고 역설했다. <경향>은 사설에서 "민주주의 진전을 위한 시험대가 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한 뒤 "현 정치 구도로는 계층·지역 불균형과 무한경쟁으로 인한 삶의 질 악화, 민주주의 후퇴로 인한 공동체의 위기를 시정하기 어렵다"고 통렬한 비판을 가했다.

 

<한겨레>도 이날 '사람 사는 세상, 역사 앞에서 다시 그 길을 묻다'란 제목의 새해사설에서 "민권은 거저 주어지지 않는다"며 "김수영 시인이 말했듯이, 자유에는 피의 냄새가 섞여 있는 법이고, 민권의 발전엔 어김없이 피와 눈물과 땀이 따른다"고 운을 뗐다. 이어 "시민의 각성된 의식과 적극적인 참여만이, 민권의 전진과 사람 사는 세상을 이룰 수 있는 것"이라며 "파편화된 진보·민주세력의 전면적인 반성과 연대 또한 절실하다, 올해 지방자치제 선거는 그 시험대가 될 것"이라고 주장한다.

 

이 사설은 말미에서 "역사는 도도하게 흐르지만 그 속의 사람들이 어떤 생각과 몸짓을 하느냐에 따라 방향과 질을 달리하기에 우리의 마음은 가볍지 않다"면서 "너와 나의 올곧은 실천이 모여 우리 모두의 삶의 영역을 확장하고, 공동체를 풍요롭게 하며, 민족사를 진전시킬 것"이라는 뼈 있는 지적을 던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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