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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규석/KBS 영상취재국 기자

지난 달 19일, 용산4구역 재개발 결정 이후 턱없이 낮은 보상금에 반발한 상가 세입자들과 이들의 투쟁을 지원하기위해 모인 전철연 회원들은 시너와 화염병 등을 들고 재개발 현장의 한 빌딩 옥상에 올랐다. 이튿날 새벽, 경찰의 물대포 진압이 시작되고 이에 반발한 철거민들은 화염병과 벽돌을 던지며 극렬히 저항했다. 경찰은 크레인을 이용해 컨테이너에 특공대를 태우고 옥상으로 올라가 진압을 하는 영화 같은 작전을 펼쳤고 그 과정에서 망루에 화재가 발생해 무려 6명의 생명이 화염 속에 사라졌다.

 

나는 이 역사의 현장에서 두 번이나 물먹은 역사적인 인물이 되었다.

지난 19일, 몇 년만에 서울 도심에 화염병이 등장하고 공권력의 과잉이 판치는 순간을 건물 뒤편에서 부감이나 찍으면서 현장을 즐겼다. 이튿날 또다시 나는 아비규환의 현장에서 그날의 위급한 상황을 말해주는 중요한 화면을 놓쳐 회사에 누를 끼친 곰바우로 전락하고 말았다.

 

하지만 뒤늦게 내 뒤통수를 때렸던 건 내가 먹은 진정한 물은 앞서 말한 것이 아니라는 사실이었다. 그것은 바로 취재 대상에 대한 관심이 부족했다는 것이다. 연이틀 위험을 무릅쓰고 투석전의 중간에 서서 셔터를 눌러대는 내 모습은 오직 익사이팅한 그림을 담아내기 위한 것이었다. 좀 더 생생하게 고조된 현장의 위험을 전하기 위해 동분서주했고 한낮 또는 새벽 도심의 한가운데 테러사건 같은 일이 벌어지고 있다는 소위 말해 “얘기되는” 일들로 이번 참사를 바라보았는지도 모른다.

 

과연 내가 그 높은 곳에서 살에는 새벽에 물대포를 맞으며 투항했던 그 사람들의 이야기를 제대로 담아 보여주었던가. 왜 그 사람들은 거기에 올라갈 수밖에 없었고 망루를 세우고 벽돌을 깨고 화염병을 들 수밖에 없었는지 상대적 약자인 철거민들의 고통을, 그 구조적인 문제점에 대해서 얼마나 관심을 가지고 있었던가에 대해 자문해본다

 

촬영기자는 도대체 무엇을 하는 사람인가. 취재기자는 글로 기사를 쓰고 촬영기자는 그림으로 기사를 쓴다는 말은 입사 3년차가 된 지금의 나에게는 과분하다. 동시대를 우리의 시선으로 바라보고 남길 수 있다는 것은 뿌듯한 일이다. 그러나 그 현장의 의미를 제대로 알지 못하고 단지 바라만 보면서 쓰는 그림기사는 우리 촬영기자의 역할이 역사의 기록자가 아닌 방관자에 지나지 않는다.

 

경찰의 철저한 통제 덕분에 남편의 생사여부도 알지 못하고 현장 가까이에 가지도 못해 발만 동동 구르던 아주머니를 등진 채 현장에 들어온 의원들의 똑같은 사진찍기를 나는 그저 바라보고 있었다. 나는 어느덧 ‘아 이거 그림되겠다’부터 생각하며 보이는 것만 찍는 단순한 찍쟁이가 되어가고 있다.

 

* 이 글은 한국방송카메라기자협회가 발간하는 <Media Eye> 63호(2009년 2월 10일자)에 실린 것을 협회의 양해를 얻어 옮겨온 것입니다. 원문은 한국방송카메라기자협회 홈페이지 (www.tvnews.or.kr)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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