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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철 변호사의 <삼성을 생각한다>(사회평론 펴냄)를 읽었다. <삼성을 생각한다>는 단순한 내부 고발이 아니라 가톨릭 신자 김용철이 절박한 상황에서 사제를 찾아가 행한 고해성사의 내용이다(23쪽). 그래서인지 내용에 신뢰가 갔다. 말로만 듣던 '삼성 공화국'의 흑막을 상세히 보여주는 책이었다.

 

이건희 회장 일가가 장악한 '삼성 공화국'이 돈이라는 마약을 이용해 대한민국을 마비시키고 있는 사례들을 보며 소름이 끼쳤다. 한국 민주주의의 장래가 걱정됐다. 지금까지 화려한 통계로 장식된 대한민국의 초상화가 갑자기 초라해 보였다. 노무현 정권의 '참여정부'라는 명칭이 삼성의 구조조정본부 팀장회의에서 토의, 결정된 것이란 '비화'는 삼성과 정치 권력 간에 맺어진 유착의 밀도를 실감하게 했다. 대한민국을 지배하는 '삼성 공화국'의 괴력을 확인하게 됐다.

 

<삼성을 생각한다> 이전에 '언론 보도'가 있었더라면

 

삼성이 아무리 세계적인 대기업이라고 하지만 일개 재벌 기업이 한국을 이렇게 장악하고 주무르고 있다는 것은 이해가 쉽지 않다. 그러나 비밀의 성곽 안의 '삼성 공화국'이 흑막 뒤에서 벌이고 있는 일들을 보면 일개 대기업이 국민이 구성한 국가 기관을 장악한 데에는 언론의 책임이 크다는 것을 다시 생각하게 됐다. <삼성을 생각한다>가 나오기 전에 언론이 이 같은 내용을 폭로했더라면 국민 여론이 삼성이 '삼성 공화국'으로 공룡화하는 것을 방관하지 않았으리라고 믿는다. 뒤늦게나마 김용철 변호사의 <삼성을 생각한다>가 나와 '삼성 공화국'의 위험과 언론의 책임을 되새겨 볼 기회를 갖게 된 것이 천만다행이기도 하다.

 

책을 읽으면서 가장 소름끼쳤던 것은 공권력의 상징인 특수부 검사에서 삼성의 임원으로 스카우트 된 김 변호사가 이건희 회장 측근과 틀어져 직장을 떠나게 되자 삼성의 조직이 집요하게 그를 미행하고 협박하고 끝내는 '밥줄'까지 끊기게 한 잔인한 행위(조지 오웰의 <1984>를 연상시켰다), 김 변호사가 처절한 상황에서 빠져나기 위한 자구책으로 자신의 사정과 삼성의 비리를 폭로하려고 여러 언론사와 접촉을 시도해 보았지만 10년에 한번 쯤 있을까 말까 한 대어(大魚) 기사 감에 관심을 보인 언론사가 <한겨레>를 빼고는 없었다는 것, (삼성이 아닌 다른 기업이라도 그랬을까?), 그래서 김 변호사가 마지막 수단으로 가톨릭교회의 정의구현사제단을 찾아가 양심고백을 할 수밖에 없게 만든 대한한국의 현실이었다. (조·중·동은 불법 행위를 한 삼성을 비판하기 보다는 삼성 편에 서서 고립무원의 김용철 변호사를 돕는 사제단을 비판했다는 핀잔을 받았다.)

 

김 변호사가 양심고백을 함으로써 삼성은 자기들의 치부를 알고 있는 김 변호사의 입을 막으려고 그를 끈질기게 괴롭히다 역습을 당할 꼴이 됐다. 쥐도 궁지에 몰리면 고양이를 문다는 궁서설묘(窮鼠齧猫)의 변을 자초한 꼴이 됐다. 이건희 회장과 그 일가가 '김용철 사건'을 진지한 반성의 기회로 삼았더라면 이 회장과 그의 가족에 대한 국민의 태도도 달라지고 삼성이 진정으로 국민의 사랑을 받는 기업으로 태어나는 전화위복의 기회가 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런데 당분간 이런 기대는 실현이 어려울 것 같다. 이건희 회장은 지난 2월 5일, 고 이병철회장 탄생 100주년 행사에서 "모든 국민이 정직했으면 좋겠다. 거짓 없는 세상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전 국민을 어안이 벙벙하지 않을 수 없게 만든 오만한 발언이었다. 불법 행위를 저질러 유죄 판결을 받고 대통령의 특별사면을 받은 지 겨우 한 달 밖에 안 된 장본인이 국민을 얼마나 무시했으면 이런 발언을 할 수 있었을까.

 

삼성이 한국을 대표하는 세계적인 기업이면서 국민의 사랑을 받지 못하는 원인은 여러 가지 있겠지만, 반세기를 언론에 종사해 온 필자가 보기에는, 언론의 책임이 크다. 삼성을 경영하는 이건희 회장 일가는 돈 로비로 국가의 권력 기관을 부패시키고 무력화시키는데 '성공'했다. 그 결과 불법 행위를 하다 걸려도 처벌을 받지 않는 면죄부를 받게 됐다. 점점 비리를 저지르는데 주저할 필요를 느끼지 않게 돼고 권력 기관을 무시할 수 있게 됐다. 언론이 이런 사실을 취재해서 문제를 제기했더라면 한두 번은 몰라도 반복해서 불법 행위를 저지르기 어려웠을 것이다. 그러나 언론은 삼성에 관대했다. 삼성은 한국 언론 기업의 사활에 영향을 주는 최대 광고주이다. 삼성은 언론을 길들이는데 광고의 위력을 최대한 이용했고 작전은 통했다. 국가의 3권을 '순화'시켰고 제4권력까지 장악하게 되니 두려울 게 없었다. 이런 위력을 알게 된 공권력이나 언론은 미리 삼성은 건드릴 수 없는 성역으로, 치외법권의 존재로 간주했다. 언론의 권력 감시 역할이 가장 필요한 때에 언론은 돈에 눈이 멀어 처음에는 그 역할을 소홀히 했고 나중에는 역할을 포기하다시피 했다. 이제 이런 상태가 관행으로 굳어졌고 삼성은 각 분야에서 무소불위의 존재로 등극한 것이다.

 

'삼성과 언론', 세계 언론사에 기록될 사건들

 

▲ 삼성이 무소불위의 권력으로 성장하게 된 데는 언론의 책임이 크다. ⓒ프레시안

물론 1차적인 책임은 삼성이 져야 한다. 온갖 미명으로 위장된 뇌물에 윤리의식이 마비돼 삼성의 불법 비리를 눈감아 준 검찰이나 법관들에게도 책임을 물어야 한다. 그러나 가장 큰 책임은 권력-정치 권력 뿐 아니라 경제 권력, 언론 권력을 포함한 모든 권력-을 감시할 제1차적인 임무를 태만히 한 언론이 져야 한다. 언론이 민주 시민의 알 권리를 충족해 주고 권력 감시 임무를 충실히 이행했더라면, 삼성-검찰의 유착, 삼성-정권의 유착 내용을 조사하고 보도했더라면 삼성이 오늘처럼 국가 권력을 무력화시키고 국민을 무시하도록 여론이 방관하지 않았으리라고 확신하기 때문이다.

 

앞에서 잠깐 언급했지만 김 변호사가 삼성의 비리를 알리기 위해 몇 개의 신문, 방송사를 간접적으로 접촉하고 보도 의사를 타진했다. <중앙일보>나 <동아일보>처럼 삼성과의 특별한 연고가 있는 매체는 아예 접촉을 하지 않았지만 접촉한 언론들의 반응은 대부분 부정적이었다. 책이 나온 다음 신문의 반응도 마찬가지이다. 삼성의 광고 보복이 두려웠기 때문이다. <한겨레>와 <경향신문>을 제외하면 기사는 말할 것도 없고 <삼성을 생각한다>에 관한 서평 하나 찾을 수 없었다. 책 광고까지 거절했다. <경향신문>은 <삼성을 생각한다>에 관한 칼럼을 다룬 김상봉 교수의 기고를 싣지 않았다가 기자들이 들고 일어나 다음날 경위를 설명하는 사과문을 게재하는 진통을 겪었다. 안타까운 일이었다. 세계 언론사에 기록될 사건들이다.

 

신문이나 방송에 미치는 광고주의 영향이 얼마나 큰 것인지를 극명하게 보여주는 사례이다. 이제는 언론이 광고를 유치하기 위해 대기업의 홍보 기사를 실어 주겠으니 광고를 달라고 손을 내미는 수치스러운 사례까지 나오고 있다. 20세기 초 미국에서 논란을 일으켰던 '창녀 언론'을 상기시키는 사건들이다. 이 경지에 이르면 우리는 이런 매체를 언론이라고 부를 수 없다. 언론으로 대접해 줄 수도 없거니와 대접해 주어서도 안 된다. 창녀를 숙녀라고 부를 수 없고 창녀에게 숙녀 대접을 해줄 수 없는 것과 같은 논리다. 그런데 이런 언론들이 여전히 언론 행세를 하고 언론의 특권을 외친다. 사회를 혼탁하게 만드는 주범들이면서 수치심마저 잃은 몰염치한 행동이다. 한국 언론의 현 주소가 어디에 있는지 되돌아보게 하는 사건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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