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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부소식

조합원에게 드리는 글 - 임순옥 지부장

by 관리자 posted Nov 10, 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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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합원에게 드리는 글

 사진 304.jpg

어느덧 달력이 두 장밖에 남지 않았습니다. 온통 노랗고 빨갛게 물들었던 나무들도 저마다 잎을 떨구는 계절입니다. 여느 해 같으면 진즉에 현장교섭이 마무리 되어 고구마도 캐러가고 목장에 소젖도 짜러가고, 노동조합 호프데이도 준비하고 있을 시기입니다.

“소급분 언제 나와요?”하는 질문조차 잦아들고 “내년까지 넘어가도 소급분은 나오는 거죠?”라는 질문이 노동조합에게 돌아옵니다. 새로운 집행부에 대한 기대가 컸던 때문인지 이렇게 현장교섭이 지연되고 있는 현실에 대해 어리둥절한 반응도 있습니다.

작년 말 지부장에 출마하면서 그리고 올해 초 요구안을 만들기 위해 여러 부서 조합원들과 간담회를 거듭하면서 굳게 결심했던 한 가지가 있습니다. 건물 외형이 번듯해지는 만큼 그 안에서 일하는 우리들의 환경도 충분히 개선되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아무리 아파도 대신 일할 사람이 없어서 꾸역꾸역 일하러 나오거나, 법으로 정해져있는 연차휴가조차 제대로 쓰지 못하는 현실 따윈 더 이상 없어져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이를 위해 인력충원을 절체절명의 과제로 안고 올해 교섭을 시작했습니다. 인력충원은 우리들의 근무여건 개선 뿐 아니라 모든 것이 사람의 손끝에 달려있는 병원업무의 특성상 의료서비스의 질을 높여 병원발전에도 기여할 수 있는, 그야말로 노사 모두가 살아남는 상생의 요구안이었습니다.

하지만 교섭은 그리 순탄치 않았습니다. 상견례는 6월에 시작했지만 필수유지업무 협정을 맺기 전에는 지부교섭을 시작할 수 없다며 뒷전으로 미뤄놓았습니다. 필수유지업무 교섭은 또 어땠습니까? 대부분의 병원들이 자율교섭의 의지를 가지고 끈질기게 교섭을 벌일 때 고대의료원은 형식적인 교섭 서너 차례 하고는 냉큼 노동위원회에 조정을 넣어버렸습니다. 그리고는 산별에서 광우병 쇠고기 병원급식 반대와 임금 4.2%가 타결된 후에야 비로소 정상적인 현장교섭이 재개되었습니다. 그래도 노동조합은 인내심을 가지고 끝까지 의료원과 상식적인 교섭을 하기 위해 노력하였습니다. 3천여 고대의료원 직원들의 근로조건이 노동조합의 어깨에 달려있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런데 산별교섭이 마무리 되고 난 후 추석 전 타결을 바라며 진행하였던 9월 실무교섭에서 의료원은 교섭 막바지에 돌연 간호사 인력 133명 충원과 “3교대 근무시간 축소”가 세트라며 새로운 안을 내놓았습니다. 6월부터 있었던 장구한 교섭동안 언급조차 없었던 “3교대 근무시간 축소” 라는 사측 요구에 대해 대다수의 3교대 간호사들이 “아무리 병동마다 2-3명의 인력이 투입된다 한들 현재 규정시간을 겨우 지키는데 보탬이 될 뿐, 축소된 시간으로 운영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면서 “사실상 임금삭감”안이라며 분노하였습니다. 이후 10월말까지 두달동안 진행된 교섭은 아무런 진전없이 평행선만 달리고 있었습니다.

그동안 노동조합은 조정신청까지 연기하면서 현장교섭을 대화를 통해 원만히 해결하겠다는 의지를 가지고 임했습니다. 심지어 시범병동을 운영한 후 시행하자, 8-8-8.5 시간에 연장근무시스템을 만들자, 그것도 못하겠으면 인력충원과 근무시간 조정을 전제로 교대근무시간을 분리시켜 먼저 지부교섭을 타결하고 난 후 노사협의회에서 논의하자며 대폭적으로 양보한 안을 제시하였지만 의료원의 태도는 처음부터 지금까지 꼿꼿한 자세 그대로입니다. “교대근무시간을 바꾸지 않으면 어떤 안도 받아들일 수 없다.” 면서 의료원안을 받지 않으면 올해 교섭은 절대 끝나지 않는다고 못을 박았습니다.

내일이면 12차 본교섭이 열립니다. 이미 많이 늦은 현장교섭이지만 하루라도 빨리 타결을 보려고 했던 노동조합의 노력들이 참 덧없다는 생각도 듭니다. 오히려 20년이 넘는 지난 노동조합 역사 속에서 선배들의 눈물겨운 투쟁으로 쟁취해왔던 우리의 단체협약을 하나씩 하나씩 도로 빼앗길 수는 없다는 사실을 또렷이 알게 되었습니다.

올해 저들의 목표가 상대적으로 약한 고리라고 생각하는 “3교대 간호사의 근무시간 축소=임금삭감 효과”라고 한다면 다음 수순은 무엇입니까? 직종별로 가르고 부서별로 갈라서 내년에는 어느 부서 또 후년에는 어느 직종을 타깃으로 어떤 개악안을 들고 나올 것입니까? 그리고 우리는 앞으로 그 개악안을 고스란히 받아들여야만 하는 것입니까!

무릇 교섭이란 혼자 치고 나가는 일방적인 행위가 아닙니다. 모든 교섭에는 상대가 있는 법이고 그렇기 때문에 교섭이란 서로의 의견을 조율하면서 적정한 합의점을 찾아가는 과정입니다. 손바닥도 마주쳐야 소리가 난다고 했습니다. 노동조합이 아무리 교섭타결의 박수를 치려고 해도 나머지 한 손이 이렇게 완강하게 거부하면 박수소리가 날 리 없습니다. 지난 몇 달간 노동조합은 여러 가지 다양한 제안을 하면서 의견접근을 시도했지만 사측은 “8-8-8식 근무시간 축소”만을 고수하고 있습니다. 노동조합과의 교섭조차 이럴진대 의료원이 이런식으로 행정을 하고 조직을 이끈다면 이는 또한 얼마나 위험천만한 행태이겠습니까! 진정한 소통이란 “당신의 생각을 얘기해보십시오. 내가 잘 듣고 알아서 반영하겠습니다.” 가 아니라 “내 생각은 이런데 당신 생각은 어떻습니까. 그럼 이런 방향으로 반영하면 어떻겠습니까.”가 되어야 합니다. 전자는 소통을 가장한 독선일 뿐입니다.

내일은 현장교섭과 함께 임시 대의원대회도 함께 열립니다.

내일 임시대의원대회에서 노동조합은 중대한 결심과 계획을 내올 것입니다. 단체협약을 지켜내는 투쟁, 노동조합을 대화의 상대로 인정하는 것이 진정한 고대의료원의 노사가 상생하는 길임을 의료원은 똑똑히 깨달아야 할 것입니다.

묵묵히 참고 일하면 언젠가 알아줄 줄 알았던 우리의 땀과 눈물만큼 정당한 요구를 쟁취하기 위한 다양한 행동을 모색할 것입니다. 그래서 의료원의 일방적인 교섭태도를 바꿔내고, 단체협약을 후퇴시키는 그 어떤 도발도 절대 용납할 수 없다는 것을 똑바로 보여줄 것입니다.

노동조합의 힘은 바로 조합원 여러분 자신입니다. 흔들림없는 든든한 배후이자 고대의료원을 만들어가는 동반자로 함께 해주시길 간절히 당부드립니다.
여러분을 믿고 저도 지부장으로서 선두에 서서 굳건하게 투쟁하겠습니다.

2008년 11월 10일 

보건의료노조 고대의료원지부 지부장 임순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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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반갑드래요 2008.11.10 16:30

    순망치한 (脣亡齒寒 )

    '입술이 없으면 이가 시리다'는 뜻으로, 서로 이해관계가 밀접한 사이에 어느 한쪽이 망하면 다른 한쪽도 그 영향을 받아 온전하기가 어려움을 이르는 말입니다.


    노동조합원님들!!!
    "순망치한"되지 않으려면 직종간 이해관계를 다 떠나서 노동조합에 힘을 실어줘야 할 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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