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보건의료노조 교육선전실

가톨릭뉴스 지금여기와 우리신학연구소는 5월 6일, 오후 3시부터 서울 정동 프란치스코회관 4층 강당에서 ‘가톨릭교회와 노동문제 -교회사업장을 중심으로’라는 주제로 토론회를 열었다.

이날 토론회를 주최한 가톨릭뉴스 지금여기와 우리신학연구소는 “그 동안 교회는 세상을 가르치는 교회를 자임해 왔지만 최근 상황에 비춰볼 때 교회 역시 세상의 일부로서 문제를 함께 안고 있고 세상을 향해 무엇인가 발언하려면 교회 자신의 모습을 먼저 되짚어 보아야 한다는 엄숙한 사실을 경험하고 있다”며 “교회에서 운영하는 사업장과 교회 기관에서도 노사문제가 끊임없이 발생하고 어떤 경우엔 일반 사업장과 다름없을뿐만 아니라 더 가혹한 비판도 받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교회는 노동조합의 정당성을 사회교리에서 가르치면서 정작 교회 스스로는 자신의 사업장과 기관에서 일하는 직원 및 노동자들에게 노동조합을 허용하지 않으려 한다”며 “이에 가톨릭뉴스 지금여기와 우리신학연구소는 이번 세계노동절을 맞아 교회 내 사업장 문제를 다루게 됐다”고 토론회 개최이유에 대해 설명했다.

박영대 우리신학연구소장의 사회로 토론회가 시작됐다. 본격적인 토론회에 앞서 토론회에 참석한 홍희덕 민주노동당 국회의원의 인사말이 진행됐다.

홍희덕 민주노동당 국회의원은 “2002년 CMC, 1997년 대전성모병원, 2002년 목포가톨릭병원, 2005년 성모자애병원 등에서 노사문제가 발생했듯이 그동안 사회적으로 가톨릭사업장의 노사문제가 많이 쟁점화되고 있고, 최근에는 인천성모병원에서 노사문제가 불거지고 있다. 그러나 그 가운데서도 서울성모병원 비정규직 문제는 보건의료노조와 서울성모병원 상호간에 신뢰를 갖고 직접 대화를 통해 문제를 잘 해결했다”며 “오늘 토론회를 계기로 가톨릭 내부에서 다양한 사례를 반성적으로 성찰하고 또 모범적인 사례는 더 의미있게 탐구하고 토론해 보기를 진심으로 바란다”고 말했다.

또한 “노조탄압 수단으로 또다시 문제가 되고 있는 단체협약 일방해지 문제는 민주노동당, 그리고 더 나아가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차원에서 근본적인 해결책을 마련하도록 노력하겠다”며 “단체협약 일방해지 조항이 어떻게 악용되면서 노사관계를 어렵게 하고 있는지 실태를 파악하고 해결을 위한 대안을 찾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발제 ① - 박동호, “교회의 노동은, 경제발전은 인간에게 봉사해야 하며, 인간의 통제를 받아야 한다는 대원칙을, 심각한 경제사회 격차야말로 제거해야 할 것임을 분명하게 밝히고 있다”

박동호 신부(서울대교구 신수동성당)는 “사목헌장 67항 68항이 세상에서 교회가 수행해야 할 사명을 밝히고 있다”며 사목헌장 67항 68항을 전제로 발제를 진행했다.

박 신부는 “경제활동은 대부분 사람들의 결합노동으로 이루어지는 것이어서 어느 노동자에게든 손해가 되도록 경제활동을 조직하고 규제하는 것은 부당하고 비인간적인 것인데 우리 시대에 노동자들이 자기 노동의 노예가 돼버리는 일이 자주 일어난다”며 “이는 경제법칙으로 결코 정당화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사회는 사람들이 노동의 기회를 충분히 찾을 수 있도록 도와주어야 한고, 노동의 보수는 각자의 임무와 생산성은 물론 노동조건과 공동선을 고려해 본인과 그 가족의 물질적•사회적•문화적•정신적 생활을 품위있게 영위할 수 있도록 제공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노동자들이 노동을 통해 자기 역량과 인격을 개발할 수 있는 기회를 줘야 하고, 마땅한 책임감을 가지고 자기 시간과 힘을 노동에 바쳐야 하지만 가정•사회•문화•종교 생활을 영위하기에 충분한 휴식과 여가를 누려야 한다”고 말했다.

박 신부는 “노동자들에게 있어서 노동자들을 대표하고 경제생활의 올바른 질서수립에 이바지 할 수 있는 단체를 자유로이 결성할 권리, 보복의 위험없이 단체활동에 자유로이 참여할 권리는 인간의 기본권으로 인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경제적•사회적 분쟁이 생길 때에는 언제나 가장 먼저 당사자들 사이의 성실한 대화를 통해 평화적인 해결책을 모색하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파업과 관련해서는 “오늘날의 상황에서도 노동자들의 고유한 권리를 수호하고 그들의 정당한 요구를 충족시키는 최후의 수단이기는 하지만 필요한 수단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발제 ② - 권오광, “교회가 노동자들의 요구를 적극적으로 숙고하고 원만한 관계를 갖기 위해 노력할 때 교회의 복음적 신실성을 증거할 수 있다”

권오광 전 가톨릭노동사목전국협의회장은 “교회는 사회적 가르침을 통해 노동조합이 ‘정당한 임금을 위한 권리(새로운 사태 32항, 노동하는 인간 19항)’를 위해, ‘최후 수단으로서 파업의 권리, 파업에 참여했다고 해서 어떠한 개인적인 처벌이나 규제를 받아서는 안 된다(사목헌장 68항, 새로운 사태 56항)’고 분명히 명시하고 있음을 깨달아야 한다”며 “그렇기 때문에 교회는 노동조합을 부담스럽게 생각하기보다 먼저 노동자들의 요구를 적극적으로 숙고하고 노동조합과 원만한 관계를 갖기 위해 노력할 때 교회가 좀 더 복음적 신실성을 증거할 수 있다”고 말했다.

권 전 회장은 “그러나 올해 들어 가톨릭사업장의 노사갈등과 대립이 장기적으로 치닫으면서 아직까지 해결되지 못하고 있는데 그 이유는 교회가 권력과 자본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한 점, 교회의 전통적인 호교론적 권위주의가 청산되지 못한 점, 교회 안에서의 노사문화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점 때문”이라고 말했다.

권 전 회장은 천주교 인천교구 교구장 최기산 보니파시오 주교님의 ‘2009년 노동자 주일 담화문’을 소개하며 토론을 마무리 했다.

교회는 노동현장에서 소외된 이들과 힘든 조건 아래에서 일하는 노동자 및 이주노동자에 대해 관심을 가져주시기를 교우들에게 요청합니다. 정부도 일방적 노동정책이 아니라 현재의 위기를 해결하는 데에 노동자들과의 대화를 통해 노동자를 위한 정책수립에 나설 것을 촉구합니다.
실업난과 비정규직노동자의 문제, 일할 권리와 차별에서 자유롭지 못한 여성노동자, 인권의 사각지대에서 살아가는 이주노동자에 대해 우리는 관심을 가져야 합니다. 우리 생활의 기반이 되는 이러한 문제를 외면할 때 사회는 불안해지고 사회의 악한 고리는 부메랑이 되어 다시 우리에게 치명상을 입힐 것이기 때문입니다. 교회가 노동문제에 관심과 해결방안 마련을 촉구하는 것은 인간의 존엄성과 노동의 존귀함을 가르치신 그리스도의 뜻에 부합한 일입니다. 인천교구는 그간 노동자들의 권익을 위해 노력해 왔으며 앞으로도 그러할 것입니다.
노동자주일인 오늘, 노동의 중요성과 노동자의 존엄성을 되새기며 우리들의 발자취를 되돌아보고 하느님과의 일치를 통해 새로운 삶으로 나가기를 소망합니다.

 

토론 ① - 김정대, “서로의 권위를 인정하고 대화하는 것이 가장 중요”

김정대 신부는 “권위라는 것은 우리 각자가 각자의 권위를 그대로 인정하면서 올바로 살 때 진정으로 권위가 있는 것”이라며 ‘권위’에 초점에 맞춰 ‘공동체의 권위에 대해’, ‘최고 결정권자의 권위에 대해’, ‘공동체 구성원의 권위에 대해’ 질문을 던지며 토론을 진행했다.

공동체의 권위에 대해서는 “그 공동체가 본연의 일을 하고 있는지에 따라 권위가 있고 없음을 말할 수 있다”며 “예를 들면 병원같은 경우 병원이 가톨릭정신에 맞게 운영돼야 공동체의 권위가 인정될 수 있는데 모든 것에 자본의 논리와 경제적 효율을 우선하는 사회에서 가톨릭정신을 유지하면서 병원을 운영하는 것이 무엇인지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고 결정권자의 권위에 대해서는 “이는 단지 지위의 권위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인격적인 면을 포함하는 것”이라며 “최고 결정권자가 구성원들과 많이 만나 대화를 많이 하고 그들의 원의를 수용하는 태도를 보일 때 최고 결정권자의 권위가 올바로 사용되고 모두를 위한 권위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공동체 구성원의 권위에 대해서는 “공동체 구성원이 각자의 위치에서 권위를 행사할 수 있도록 그들의 권리를 인정해 주는 것이 필요하다”며 “이에 의사소통이 매우 중요하며, 공동체 구성원의 권위가 인정되는지, 특히 노동조합이 있을 경우 노동조합을 대화의 상대로 인정하는지, 노동조합에게 책임을 묻되 권리를 인정하는지, 구성원들 사이의 차별은 없는지(특히, 비정규직노동자), 노동에 대한 대가로서 보수는 적당한지 등에 대해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토론 ② - 이덕우, “사람사이의 차이는 인정하되 차별과 착취는 인정할 수 없다”

이덕우 변호사는 “최근에 사람과 사람사이, 사람과 자연사이, 이 두 가지가 제일 중요하다는 생각이 든다”며 “흔히 사람사이의 차이는 인정하되 차별은 인정할 수 없다고 얘기한다. 그러나 요즘 돈과 권력을 쥔 자들이 그렇지 못한 자들을 차별하고 그것을 넘어 착취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작년 대한민국 만악의 근원이라 할 수 있는 ‘삼성’에 대해 김용철 변호사가 양심고백을 하고 싶어 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과 함께 기자회견을 통해 ‘삼성’에 대해 폭로했는데 그렇게 했다는 이유로 사제단 신부는 원래 있던 곳에서 다른 곳으로 발령을 받았다”며 “성경을 읽고 미사를 드릴 때만 신학인이 아니라 일상생활에서 소외된 사람에 대한 사랑을 몸으로 보여줘야 한다”고 말했다.

 

토론 ③ - 박용희, “3년간 단절된 노사간의 대화! 노동조합은 ‘대화’를 원합니다”

박용희 보건의료노조 인천성모병원지부장은 토론에 앞서 현재 인천성모병원의 노동조합 탄압에 대한 영상을 보여주고 나서 토론을 시작했다.

박 지부장은 다시 한 번 인천성모병원의 노동조합 탄압 상황을 설명하고 나서, “노동조합은 스스로의 의지와 상관없이 선택의 여지도 없이 파국으로 떠밀리고 있다”며 “지금 우리는 22년 동안 힘들게 지켜온 심장같은 노동조합을 잃을 수도 있는 위기의 상황이고, 인권이 짓밟히고 정당한 권리를 빼앗기고 대화조차 전면 거부당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박 지부장은 “진정으로 인천성모병원의 바람직한 발전을 위해 우리는 최선을 다하고 싶다”며 ▲ 2005년 영양과 부당해고사건에 대한 보복 중단 ▲ 헌법에 보장된 노동조합 활동 인정 ▲ 임금동결 중단 ▲ 병원민주화를 위한 인천교구의 대책 마련 ▲ 이 모든 문제를 원만히 풀기 위한 이학노 인천성모병원장 신부와 최기산 천주교 인천교구 교구장 주교와의 대화를 요구했다.

 

토론 ④ - 백정석, “교구청 직원은 자원봉사자가 아닌 교회에 고용된 노동자라는 사실을 인정해야 한다”

2001년 7월 교회의 사회적 소명에 부응하고 교회의 내적 쇄신과 발전에 기여하고자 설립한 광주대교구노동조합(광주대교구노동조합은 광주대교구 지도부의 탄압으로 2003년 11월 해산총회를 했다)의 백정석 전 사무국장은 “교구청 직원들의 직장은 교회임에도 임금이나 복지에 대한 직원들의 요구에 대해 교회는 ‘여러분은 봉사자’라는 잣대를 들이대기도 하고 근무자세나 생활태도에서는 최고의 도덕성을 요구한다”며 “직원들은 자원봉사자가 아니라 교회에 고용된 노동자라는 사실을 인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발제자와 토론자의 발언이 끝난 뒤, 질의응답 시간이 이어졌다.

토론회를 방청한 참가자들은 ▲ 노동에 관한 교회의 가르침을 비춰볼 때 교회사업장의 노사문제를 어떻게 중재할 수 있나 ▲ 가톨릭교회가 기업의 역할을 하는 이유 ▲ 신부를 성직자로 봐야 하나, 사용자로 봐야 하나 ▲ 교회사업장의 노조탄압, 부당노동행위, 저임금 등이 심각한데 이에 대한 생각 등에 대한 질문을 했다.

이에 박동호 신부는 “전문성이 충분히 검증된 교회사업장 노사갈등구조에 접근할 수 있는 협상가에게 독립성과 자율성을 부여해 문제를 풀어나가는 방식도 필요한 것 같다”며 “예를 들어 노동분쟁조정위원회와 같은 별도의 기관을 마련해서라도 가톨릭교회의 노사문제를 지혜롭게 풀어나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질의응답 후, 발제자와 토론자의 발언을 끝으로 이날 토론회는 마무리 됐다.

 

2009년 05월 06일 ⓒ 보건의료노조 교육선전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