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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국민건강 위협하는 MB정부 의료정책

by 노안부장 posted May 02, 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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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스토리]국민건강 위협하는 MB정부 의료정책

2008 05/06   뉴스메이커 773호

의료 산업화로 병원이용 양극화 우려…“건보 기본틀 지키겠다” 해명불구 논란

“100%”
현재 정부가 추진 의도를 내비치고 있는 의료 산업화가 궁극적으로 미국식 보건의료체제로 귀결될 것이냐는 기자의 질문에 이상이 교수(제주대 의대)는 이렇게 대답했다. “확실하다. 속도는 조절하겠지만 방향은 그렇게 가고 있다.” 이 교수는 참여정부 시절 국민건강보험공단 산하 건강보험연구원 소장을 지냈다.

민영보험 중심의 미국 보건의료제도의 비인간적 현실을 고발한 마이클 무어 감독의 ‘식코’ 개봉 이후 건강보험체제가 근본적으로 흔들리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시민들 사이에 확산되고 있다. 인터넷 상에는 건강보험 붕괴를 우려하는 글이 잇달아 올라왔고, 한 포털 사이트에서는 ‘식코 관람’ 및 ‘당연지정제 폐지 반대’ 서명 운동이 벌어졌다.

보건복지부 이영찬 건강보험정책관은 “건강보험의 근본적인 틀을 흔들지는 않겠다는 것이 보건복지부의 입장”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보건의료제도의 기본틀을 지키겠다는 보건복지부의 해명에도 불구하고 논란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보건복지부 김성이 장관은 지난 2월 27일 장관 취임 전 인사청문회에서 당연지정제 폐지와 관련한 질의에 대해 “나름대로 장점도 있다”고 답변했다. 김 장관은 곧바로 이어진 여당 의원의 질책에 “기본틀은 흔들지 않겠다”고 말을 바꿨지만, 이 발언은 복지부 수장으로서 분명한 원칙이 없는 게 아니냐는 우려를 자아냈다.

의료 민영화에 대한 현 정부의 입장은 비교적 분명하게 드러나 있다. 기획재정부는 지난 3월 대통령 업무보고에 의료 산업화 추진 관련 내용을 담았다. ‘7% 성장 능력을 갖춘 경제’라는 제목의 3월 10일자 업무보고서를 보면, 영리의료법인 도입, 민간의료보험 활성화, 공보험과 사보험 간 정보 공유 등이 언급되어 있다. 향후 5년간 국정 운영의 큰 그림을 그리는 대통령직 인수위는 인수위 활동 기간 중 이미 의료 민영화 게획을 밝힌 바 있고, 지난 4월 18일 발간된 인수위 백서에 관련 내용을 포함시켰다. 백서는 ‘지속가능한 의료보장체계 구축’이라는 제목 아래 민간보험 활성화, 정보공유, 요양기관 당연지정제 완화 등을 명시하고 있다.

민간보험 활성화·영리의료법인 도입
현재까지 드러난 것으로만 볼 때, 현 정부의 의료 산업화 시나리오는 ▲요양기관 당연지정제 완화 ▲민영의료보험 활성화 ▲영리법인의 의료기관 설립 허용이라는 세 가지 토대 위에 짜여져 있다. 이 세 가지는 서로 맞물려 있는 것이지만, 그중 가장 민감한 부분은 ‘당연지정제 완화’다. 현행법에 따르면 의료기관은 설립과 동시에 요양기관으로 지정된다. 요양기관으로 지정된다는 것은 국민건강보험공단과 계약을 맺고 의료행위에 대해 공단의 관리를 받아야 한다는 뜻이다. 당연지정제를 완화한다는 것은 의료기관이 건강보험과 계약할 것인가를 자신의 의지에 따라 결정할 수 있다는 것을 뜻한다. 그러므로 당연지정제 완화는 보건의료에서 국민건강보험의 독점적 지위를 해체하는 의미를 띠게 된다. 국민 입장에서는 건강보험증을 받지 않는 병원이 늘어난다는 의미다. 국민건강보험에 기반한 보건의료제도의 큰 틀이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도 그 때문이다.

당연지정제가 자율계약제로 바뀔 경우 건강보험과의 계약을 ‘해지’하고 건강보험에서 이탈하는 병원들은 얼마나 될까. 지금껏 당연지정제 페지를 가장 강력하게 주장하는 집단은 의료인들이었다. 현재 건강보험공단이 책정하고 있는 의료 수가가 지나치게 낮다는 것이 그 이유다. 대한의사협회는 지난해 11월 2008년도 의원 수가 인상률이 2.3%로 결정되자 당연지정제를 폐지하고 자율계약제를 관철시키기 위해 노력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또 주수호 대한의사협회장은 올해 초 신년사를 통해 “당연지정제를 폐지하고 단체계약제를 도입하는 등 수가결정구조의 개선 작업을 대대적으로 추진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처럼 현행 당연지정제에 대한 의료인들의 불만은 상당히 비등한 상태다. 서울대 이진석 교수(의료관리학)는 건강보험에서 병원이 대규모로 이탈할 가능성은 적다고 전망했다. “당연지정제를 폐지한다고 하더라도 모든 의료기관이 다 탈퇴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단순한 진료를 위주로 하는 병원이 건강보험에서 이탈한다면 그 병원은 문을 닫아야 한다. 삼성병원이나 아산병원 같은 대형 병원들도 병상 수가 많기 때문에 건강보험 환자를 받지 않고는 유지하기 어렵다. 의료계도 이 사실을 잘 알고 있다.” 그렇다면 의료계는 왜 당연지정제 폐지를 강력하게 요구하는 것일까. 이진석 교수는 “의료계는 당연지정제 폐지 요구를 수가 인상을 압박하기 위한 지렛대로 사용하려고 한다”고 분석했다.

고소득층을 상대로 하는 일부 병원을 제외하고는 건강보험에서 이탈하기 힘들다면, 당연지정제 완화의 충격파는 무시해도 되는 수준인 걸까. 이진석 교수는 의료 이용에 대한 접근성의 문제를 지적한다. “(당연지정제가 완화되면) 서비스의 질적 수준이 높고 비용을 높게 받아도 충분히 승산이 있다고 생각하는 의료기관이 빠져나갈 것이다. 이럴 경우, 지금은 일반 서민들도 이런 병원을 이용할 수가 있지만 당연지정제가 풀리고 나면 문턱도 넘을 수가 없다.” 소득 수준에 따라 병원 이용 양상이 양극화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일반 서민들은 굳이 높은 진료비를 요구하는 의료기관 대신 일반 병원을 이용하면 되지 않을까. 보건의료단체연합 우석균 정책실장은 두 가지 점을 지적한다. “처음 몇 퍼센트가 나가느냐보다는 얼마나 나갈지 알 수 없다는 게 문제다. 또 당연지정제 완화로 병원이 진료비를 자율적으로 책정할 수 있게 되면, 건강보험에 남아 있는 병원의 진료비도 덩달아 올라갈 수 있다. 게다가 현재 의료계가 요구하는 대로 집단 계약을 허용하면 병원의 협상력이 커지기 때문에 (건강보험공단에) 엄청난 수가 인상 압박을 넣을 수 있다.” 일반 서민들이 고가 의료기관 이용을 자발적으로 ‘포기’하더라도, 전반적인 의료비 인상에 따른 피해를 입을 수 있다는 것이다.

전반적인 의료비 인상 불가피
민영의료보험 활성화는 당연지정제 완화가 불러오는 자연스러운 결과다. 건강보험공단과 계약하지 않는 병원의 의료비는 현재보다 올라갈 것이 분명하다. 건강보험에서 이탈한 병원이 현행 수가 수준으로만 진료비를 책정하더라도, 건강보험공단이 부담하는 부분이 사라지기 때문에 환자가 부담하는 비용은 현재의 3배로 뛴다. 여기에 현재 의료기관이 현행 수가에 대해 불만을 갖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진료비는 이보다 더 뛸 가능성이 있다. 전문가들은 이 때문에 현재 수준보다 4배에서 6배까지 오를 것이라고 진단한다. 이런 수준의 의료비를 충당하려면 병원 입장에서든 환자 입장에서든 보험의 도움을 받지 않을 수 없다. 결국 건강보험이 빠져나간 자리를 민영의료보험이 채우게 된다. 우석균 정책실장은 이럴 경우 건강보험의 재정적·제도적 안정성에 심각한 타격을 줄 수 있다고 우려한다. “병원이 5% 빠져나간다는 것은 이런 병원을 이용하는 고소득층 5%가 빠져나간다는 것이다. 고소득층이라고 하더라도 민영의료보험에 가입할 수밖에 없는데, 그렇다면 건강보험은 필요가 없다. 현재처럼 의무가입제가 아닌 (건강보험과 민영보험 가운데 하나를 선택할 수 있는) 선택가입제로 바꿔달라는 여론이 조성될 수 있다. 게다가 건강보험에서 소득상위계층 12%만 빠져나가도 이들이 부담하는 비용이 빠지면서 건강보험 재정의 50%가 날아간다.” 결국 건강보험의 보장성을 희생하는 대가로 민영보험사에 이익을 몰아주는 상황이 생길 수 있다는 것이다.

이처럼 당연지정제 완화는 민영보험 활성화와 뗄 수 없는 관계다. 그러나 굳이 당연지정제를 완화하지 않고도 민영보험사의 이익을 보장해줄 수 있는 길을 이미 참여정부가 열어두었다는 견해도 있다. 이상이 교수는 “당연지정제를 폐지하면 전 국민적 저항 때문에 정권이 무너질 수도 있다”면서 정부가 다른 수단을 쓸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5월 유시민 장관이 ‘의료법전부개정안’이라는 걸 만들었다. 현행 의료법에서는 건강보험공단이 아닌 제3자가 영리 목적으로 환자를 모집해서 의료기관에 알선할 수 없다. 이 조항 때문에 보험사가 가입자들을 병원에 알선해주지 못하고 있다.

그런데 의료법전부개정안에서 이걸 풀어놨다. 초음파, 최신약, 특진료, 척추수술 같은 것들이 현재 비급여 항목인데, 이런 항목에 대해 보험사가 병원과 가격 계약을 할 수 있게 해준다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급여 항목은 줄고 비급여 항목이 커진다. 정부가 정치적 부담 때문에 보험료 인상 대신 이런 방식으로 건강보험재정을 안정화하겠다는 것이다. 김미숙 보험소비자협회 대표도 “참여정부에서 이미 (의료 산업화를 위한) 물꼬를 터놓은 상태”라며 “당연지정제를 폐지하지 않더라도 현행 건강보험체제에 큰 충격을 미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법제처는 현재 5월 임시국회에서 이 법안을 포함한 민생 경제 관련 법안 67건을 처리해줄 것을 요구한 상태다.

당연지정제 완화 및 민영의료보험 활성화와 함께 정부가 의료 산업화 추진 수단으로 내놓은 것이 영리의료법인 도입이다. 이에 따르면 이윤 추구를 목적으로 하는 영리법인이 영리 목적 병원을 설립하거나 운영할 수 있고, 기존 비영리법인도 영리법인으로 전환할 경우 외부 자본을 조달받거나 병원 운영을 통해 얻은 수익을 의료행위가 아닌 다른 부대 사업에 투자할 수 있다. 영리법인 도입의 타당성에 대해서는 이미 참여정부 때 정부 차원에서 조사한 결과가 나와 있다. 보건의료서비스제도개선기획단이 2006년 6월 13일자로 의료산업선진화위원회에 제출한 ‘영리법인 의료기관의 정책효과’가 그것이다. 이 보고서는 영리법인 도입이 몇몇 개선 효과에도 불구하고 “건강보험 체계와 국민의료비, 의료공급체계에 영향을 미칠 수” 있고, “‘영리법인 도입=의료보장체계 해체’가 논리 필연적이지는 않으나, 건강보험 당연지정제 등 큰 틀이 흔들릴 가능성”이 존재한다면서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며 서두를 필요가 없음”이라고 결론을 내리고 있다.

‘의료의 질’향상도 보장못해
비용 문제를 제쳐두더라도, 영리법인을 도입하면 의료의 질이 향상될까. ‘영리법인 의료기관의 정책 효과’를 보면 그렇지 않다. 2004년 ‘US News and World Report’가 미국 의료기관의 질을 평가해서 선정한 베스트 병원 순위에서 1~14위는 모조리 비영리병원이 차지했다. 보고서는 수익을 추구하는 영리병원의 성격상 새로운 의료기술 발전에 필요한 연구 개발에 대한 투자가 소홀하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이진석 교수는 “실제로 미국내 최대 영리기업인 HCA 산하병원 196개 중 의학연구 및 교육기능을 수행하는 병원은 없다”고 꼬집었다.

참여정부 시절부터 영리법인 도입의 근거로 일부에서 제기한 ‘해외 원정진료 규모 1조’도 사실과 다르다. 2002년 미국상무성 통계에 따르면 외국 환자로 인한 미국 전체 수입이 총 1조2000억 원 규모다. 이 중 한국인이 차지하는 규모가 1조 원이나 된다고는 보기 어렵다. 한국은행이 2006년 1월 외환 수입 및 지급을 토대로 뽑은 통계에 따르면 해외 유출 규모는 연간 194억 원 수준이며, 보건의료서비스제도개선기획단이 19개 카드사의 해외 의료기관 결제액을 조사한 결과도 2005년에 244억 원 수준이다.

전문가들은 건강보험체제에 시장 원리를 도입하는 무모한 도박을 하는 대신 건강보험의 보장성을 높이는 것이 먼저라고 지적한다. 이상이 교수는 건강보험의 지출 구조를 합리화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행위별 수가제를 포괄 수가제로 바꾸고 보장성을 획기적으로 높여야 한다. 우리는 보장성이 60% 수준인데 비해 유럽은 85%다. 건강보험 재정이 지난해 연말 기준으로 25조 원(보험료 20조+국고지원 5조)였는데, 여기에 10조 원를 더 보태면 보장성을 80%로 끌어올릴 수 있다. 그러자면 정부가 국고 지원을 늘리고 보험료를 인상해야 한다.”

마이클 무어의 영화 ‘식코’에는 흥미로운 장면이 나온다. 영화에서 민영보험사는 환자에게 지급하는 돈을 ‘손실’로 처리한다. 환자 입장에서는 자신의 건강과 생명을 지키는 데 드는 비용이 보험자본의 눈에는 줄여야 하는 손실로 비치는 것이다.

보건의료제도는 국민의 건강권과 직결된 문제다. 신중하게 접근하지 않으면, 그 비용은 고스란히 국민의 건강권 상실로 치러야 한다. 국민건강보험은 소득에 따라 보험료를 내지만, 소득수준에 관계 없이 동일한 의료 서비스를 제공받는다. 그만큼 계층 간 통합과 사회적 연대를 강화하는 데 기여한다. 민영보험은 이와 달리 소득수준에 따라 차등화된 서비스를 제공받는 구조다. 우리 보건의료제도가 지향해야 할 길이 무엇인지는 비교적 분명해 보인다.

<정원식 기자 bachwsi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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